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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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쁜여행이란 없다. 나쁜 기억이 있는 여행이 있을 뿐이다.

어딘지 조금 무기력하고, 소심한데다, 계획성도 없는 이우일작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쿡쿡..웃음이 나왔다.

많은 기대를 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도 일상과 같아서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손해보는 일이 있기도 하다. 단 2박3일을 여행하더라도 함께하는 이가 누군가에 따라 감정의 굴곡 또한 느껴지는 법이다. 일상을 벗어나고자 떠나지만 마음이 편치 않으면 떠난 그곳에서 조차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일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 불평이 많은 자는 여행 가서조차 불평이고, 일상 생활 속에서도 보석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은 여행에서의 모든 것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별 기대없이 읽었다가 재밌게 봤다. 다큐멘터리 촬영 차 캄보디아에 갔다가 거미를 먹어야 했던 일.. 이거 어디에서 한건지 TV로 못본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으러 도쿄도 가고 싶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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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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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작가의 구름빵이라는 그림책을 몇권 선물한 적이 있다.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또 사서 조카에게 선물해주었다. 나는 노랑색을 좋아하는데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에 노랑색이 너무 예쁘다. 날이 더워서 녹고 있는 달물을 받아다가 반장 할머니가 만드는 달 샤베트는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할까. 게다가 그것을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예쁜 마음이라니..  세세한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이는 그림책이다. 달이 없어지고 살 곳이 없어진 옥토끼들까지 반장 할머니를 찾아온다. 없어진 달은 다시 생겨날 수 있을까?  

실제로 달이 없어지는 일을 상상하는 건 끔찍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달을 보면 노랗고 환하게 빛나는 달 샤베트가 떠오를 것 같다. 더운 여름밤 식구들과 동네사람들과 에어컨에 의지않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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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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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란이라는 작가가 백화점에 대해서 쓴 것이 의아했다. 사실, 어느 작가가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대해 썼다해도 한번은 물음표를 그렸을 것 같기는 하다. 나에게 백화점이란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니까 말이다. 나도 한때 퇴근하자마자 회사건물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에 물건을 사든 사지 않든 들락날락 거리곤 했던 때가 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버리고는 다음달 카드청구를 두려워하며 일종의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명분으로 삼기도 했으니 말이다. 밝고 쾌적한 그 공간에서 빛나는 물건들을 보면 갖고 싶은 모든 것이 내것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 나아가 나의 경제적 무력감까지 느끼고 했던 그 공간..  그런데 막상 그 물건을 집으로 가져와서 보면 살 때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아마 지금도 백화점이란 곳을 삶의 아주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다가 백화점을 들리곤 한다니까 어딘가 좀 의아하긴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혼자 밥을 먹기 뭐할때는 백화점 식당이 좋다는 이야기며, 유행이 한참 지난 구두를 수선하러 백화점에 가서는 망설이는 모습 등 작가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덕분에 그 시절의 나의 모습, 내 기분, 사건들도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도 오래 살았나,하는 생각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내용은 아버지께 값비싼 점퍼를 선물하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때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바짝 정신이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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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2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질은 사람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는 거 같아요.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질적으로도 더 쓰게 돼있지요.
마음이 중요하니, 마음 알지?, 이런 말은 물질적으로 주기 싫은 경우에 쓰는
핑계, 합리화일 뿐. ^^
스파피님, 저 어제 이 책 선물로 받았는데 표지부터 참 마음에 들어요.
아직은 안 읽었어요. 기대되네요.

스파피필름 2011-07-01 18: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뿐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베푸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특히 요즘 부모님에게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이 책 재밌어요. 더운 여름 잘 나시길.. 그런데 또 내일모레 비가 온다네요.
 
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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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종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나는 타인에 관해 알고 이해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관해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털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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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구두
헤닝 만켈 지음, 전은경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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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실수인 의료사고를 이유로 모든 세상과의 문을 닫고 홀로 살아가는 예순여섯의 남자가 있다. 가족이라고는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전부이다. 만나는 사람은 딱 두사람 우편배달부와 해안경비원이다. 그렇게 살아간지 10년도 넘게... 이쯤이면 그 나이라면 인생에서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생은 모르는 법. 젊은 날 그가 떠나간 여자, 그것도 죽음을 앞둔 여자가 나타난다. 알고보니 그는 모르는 딸까지 있었던 것이다. 두 여자의 등장으로 주인공 벨린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다. 그는 인생의 짐이자 과제였던 자신의 실수로 팔 없이 살아가는 예전의 그 환자를 찾아간다. 팔을 잃은 수영선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며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요했던 그의 삶을 뒤흔들어놓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소설 초반의 벨린처럼 홀로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 풀어야 할 인생의 문제들은 그대로 먼지가 쌓이도록 남겨둔채 죽음 조차도 홀로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속의 벨린의 인생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또 달라질 수 있는게 우리의 인생이다. 어떻게 살것인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자신에게 말한마디 없이 떠나간 남자를 수십년만에 찾아간 하리에트가 토해냈던 감정들. 그 감정들에 젖어 지나간 추억을 되씹어본다.  

 소설의 말미에 벨린에게 아주 멋진 보라색 구두가 도착한다. 딸이 구두의 명인에게 부탁해 만든 아주 고급스럽고 편한 구두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멋진 구두를 신을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용감하게 살아가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아가면 지금의 나 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꺼라고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여기까지 온 내 자신을 격려하며 살아가는자에게 이탈리아 구두와 같은 멋진 선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잔잔하지만 밑줄치고 싶은 구절이 많았던 소설이다. 이 작가 왜 모르고 있었지?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놓아버리지 않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7) 

 결정을 내려야 했다. 계속 내 성채를 지켜야 하나? 아니면 패배를 인정하고, 어쩌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내 삶 속에서 뭔가를 다시 시도해보아야 할까? 결정할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 누워 바깥 어둠을 내다보며, 내 인생은 그저 지금 같은 모습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p.29) 

 나에게 해명을 요구하겠지. 왜 내가 자기를 떠났는지, 그 긴 세월이 지난 뒤에 알고 싶어진 것이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삶은 지나갔다. 그저 그랬다. 나에게 벌어진 일을 생각한다면, 하리에트는 내가 자기 인생에서 사라진 것을 고마워해야 할 터였다. (p.40)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내용이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매일 기억나게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허한 삶을 확인하기 위해 황여새에 대해 썼다. (p.243) 

 "시마는 살면서 우리가 거의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겪었어요. 겉만 봐서는 어떤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큰 장애를 입었는지 알 수 없어요." (p.281)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한가지가 있어요. 더 이상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거지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손바닥을 서로 부딪쳐 그 환호성을 표현하는 건 인간의 권리예요."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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