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참 좋다. 미세먼지가 없는지 두 세달 정도 된 것 같다. 9월도 얼마남지 않은 초가을의 주말 오전에.. 아직도 매미가 울고 있다. 이 정도면 평화라고 할 수 있겠다.

 

  승효상의 묵상은 묵직하다. 책 자체도 묵직하고 글도 묵직하다. 수도원 기행을 하는데 건축가의 관점에서 많은 지식적인 것들을 알려준다. 수도원이 숙소로도 쓰이기도 한다니 다음 여행갈 때는 수도원에서 묵어보고 싶다. 그는 건축에서 빛과 어두움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은 너무 기대해서 인지 생각보다는 기대에 못미쳤다. 각 도시의 현대사를 간단히 다루어주고 며칠 짧게 여행한 소회를 밝히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김영하의 글과 비교되는 것에는 문학적 감수성의 존재여부인 것 같다. 어쩌면 그가 자신만의 알맹이는 자신의 마음속에만 둔 것일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줌파 라히리의 글은 언제 읽어도 좋다. 삶의 미묘한 부분을 잡아내는 그 섬세함을 배우고 싶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p.164

 

자기만의 생을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아이가 이 다음에 커서 버지니아 울프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꾸준히 10권까지~~~ 잘 나오고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 책의 맨 뒤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늘 있다.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다. 이런 다정한 가족의 맛있는 먹을 거리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른 나라에 대한 책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치앙마이는 별로 관심이 없는 곳이었는데 90여일을 머물게 된 마지막 책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한겨울에도 25도라니 겨울이 없겠구나! 그러나 치앙마이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ㅎ

 

 

유목민에게 늑대는 그저 자신들의 가축을 잡아먹는 동물일뿐이다. 늑대가 멸종위기인것은 그들에게 상관없다. 푸른 초원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은 목가적이고 한없이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가축이 죽는 이유는 늑대보다는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를 더 미워하는 것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이멍구에서 늑대굴을 찾는 저자의 한달여 생활이 자세하게 그려지는데 재밌게 읽었다. 결국 제대로된 늑대굴을 카메라에 담진 못했지만 그 과정자체를 읽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아마도 이곳에 다시 와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도 늑대와 여우를 보려고 애썼지만, 어떻게든 녀석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 사진들이 다 무슨 의미일까. 사진 속의 동물들은, 사진이 담고 있는 것들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아무 생명이 없다. 그것들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내가 녀석들을 찾아 헤매는 그 시간속에, 그 체험 속에 녹아 있다. p.319 

 

어서어서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찬 바람 부는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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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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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아우구스투스의 그 무엇도 아닌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작년 7월 더운 여름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이소라는 설치미술가의 전시회를 보았다.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고 그 장소에 가고 싶었는데 하고 있었던 전시랄까...

 

그런데 생각보다 좋았다.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자신은 항상 피곤하고(특히 사람을 만나는 것), 건강에 대한 염려가 늘 있다고 했다. 그분이 언젠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하며 건강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건강이 좋지 못하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건강과는 무관하게 많은 일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했단다. 작년에 나는 질병휴직을 했기 때문에 몸의 한곳에서 무너지는 건강이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어떻게 살았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거창하게도....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함, 그러나 건강유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음, 식사도 배가 고프면 하고 간식만 하다가 정작 식사할 때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함, 배가 고프면 물에 적신 빵 한 조각과 수박 한 쪽, 피곤하면 언제 어디서나 드러누움, 수면도 불규칙하고, 더위와 추위에 약함.. 이것이 책에서 읽은 아우구스투스의 건강상태이다. 맘에 드는 것은 타고난 약골이었음에도 그다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런데 또 77세까지 살았다. 물론 그래서 가까운 이들의 죽음도 많이 봐야했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신체건장한 아그리파의 죽음부터 혈통을 잇기 위해 양자로 삼은 외손자들의 죽음들도 모두 아우구수투스의 죽음을 앞섰던 것이다. 카이사르처럼 주변에 늘 사람이 많으며 유쾌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아그리파, 마이케나스)을 곁에 두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놀란 것은 책의 맨 뒤쪽에 있는 가계도였는데 혈통을 잇기 위해 행해지는 친인척끼리의 결혼이다. 특히 딸인 율리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을 여러 번 했으니 인권이란 것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7권도 기대된다. 다른 책들때문에 엉금엉금 읽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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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지이전 버전으로 사서 읽었다. 이 표지는 바캉스 에디션?이란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p.117

여행을 다녀와서도 여행책을 기웃거리는 이유, 내가 다녀온 곳이 TV프로그램에 나오면 반가워 다시 보는 이유는... 세계와 우리 사이에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니므로 언제나 나는 여행에 대한 책이 그립다. 당분간 여행을 못갈 것 같아 더욱... ㅠ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라는 작가는 신형철의 산문집에서 알게 되었다.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된 책 별로 없어 안타깝다. 집요한 글쓰기의 진수라고 할까... 읽다보면 아.. 너무하다 싶게 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반열에 올라서야 대가라고 할 수 있나 보다.

 

 

 

 

 

 

 

 

 

근래에 읽은 소설책 중에 재밌었던 책. 이것 역시 신형철의 책에서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3부작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이 아려왔다. 아내와 사별한 후 피터는 우연히 만나게 된 침팬지 '오도'를 사게 된다. 강아지도 아니고 침팬지를 말이다. 그 침팬지와 나누는 사랑은 인간과의 그것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읽었던 <파이 이야기>가 어딘가에 있을텐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는 심보선이 시인인줄로만 알았지 사회학자인줄은 몰랐다.

 

서문만 읽어보고는 머리를 딩~울리는 무엇.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학자와 작가가 스스로를 하나의 작품처럼 '멋진 사람'으로 세상에 드러내려 하는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의 업적을 세상에 뽐내려 하는가? 중요한 것은 개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예술과 학문의 주제에 헌신하는 것이다. 성취란 헌신의 결과이지 개성의 증명이 아닌 것이다. p.7

 

성취란 헌신의 결과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작가는 이 책을 쓰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오랫만에 성취란 헌신의 결과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반성하게 되었다. 무엇을 바라고, 그것도 간절히 바라서 행해지는 일들 이외에 순수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작년에 헤밍웨이의 단편을 읽고는 헤밍웨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제서야...) 아르테 출판사의 이 시리즈가 재밌는 것 같아 쭈욱 볼 생각이다. 아.. 헤밍웨이는 그 많은 사고들에서 살아남았으니 정녕 초인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문학의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화가이면... 나는 좀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ㅋㅋ 그런 사람중의 하나가 빈센트.

나도 나만의 빈센트를 사랑한다.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갈대같이 흔들리는 그의 인생까지도. 그의 편지들은 하나의 문학같다는 생각이 든다.

 

빈센트는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우리는 되도록 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해. 진짜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 그 사람 역시 가끔은 흔들리고, 의심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 속에 신성한 불꽃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그 무엇도 제대로 사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능한 더 많이, 더 깊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삶 자체를 사랑하는 일을. p.352

 

 

고고학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땅 속에서 뭔가 유물을 캐내는 사람들의 이미지이다. 고고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 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실제 고고학의 목적은 역사 기록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결국엔 과거가 된다. 우리가 사용하던 물건도 언젠가는 유물이 된다.

 

 

 

 

 

 

 

 

일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시국이다. 언젠가 가게 된다면 다시 이 책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고 가리라.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에는 위대한 감독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첫째, 장기적으로 보면 행운과 불행은 상쇄된다.

둘째, 언제나 내일이 있다. 셋째, 모든 선수를 똑같이 만족시킬 순 없다. " p.316

 

 

 

 

 

 

마법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사실은, 언제나, 그것을 찾아내고 못 찾아내고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p.210

 

일상에서 마법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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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을 정말 재밌게 읽고는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여러 권이 있는데 하나같이 모두 재밌게 보인다. 이 저자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미술사도 역시나 역사의 일부로 볼 수 있으니 시대적 배경과 떼어서 논할 수는 없다. 부제처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다. 현대미술까지 다 읽었지만 나는 언제나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무렵의 미술이 가장 흥미롭다.

 

인상적인 구절이 정말 많았다.

미래주의자들은 분명 재능이 뛰어난 작가들이었지만, 대중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예술가에게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적 태도다. 그것이 예술을 오래 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p.425

비단 미술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말 같다.

 

미술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추천하는 도서들을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앞부분에는 주요 화가들을 소개해놓은 책을 추천하고 있고 뒷부분에는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등에 대한 책들을 추천해놓았다. 62권이나 되니 어찌보면 일반인이 읽기에는 방대하다. 아주 오래전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의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고 못 읽었는데 그 책도 다시 한번 옛 추억을 더듬으며 펼쳐보고 싶다. 나의 첫 직장에서 퇴사할때 ㅅ 과장님이 사주신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화와 예술의 사회사>도 빛을 바랜채 책장에 꽂혀있다. ㅅ과장님은 지금 뭐하며 사시는지... 아 세월이여....

 

 

 

 

 

이로써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다 읽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곧 죽음'이라는 오셀로의 이분법적 사고가 데스데모나를 죽게 했고 자신에게도 비극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은 결국 (    )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인 듯하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의 차원에서 육식, 모피, 동물과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요즘 사람들이 많이 입는 패딩 모자의 퍼 트리밍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채소, 식물도 생명이지 않은가에 대한 항변에 저자는 식물은 동물과 달리 뇌, 중추신경계, 통점을 갖지 않으므로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과는 다르다고 한다. 현재의 과학이 밝혀낸 사항으로써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하는 개인의 실천이다. 내가 아닌 타인, 다른 생명과의 연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 예시로 나오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들'을 수학적 논리로 찬찬히 따라 읽어가다보면 인간이 이렇게 깊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든다. 수학문제를 푸는 게 수학이 아니라, 혹은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이 우리들이 범접하기 힘든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수학이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아 이런 점을 고등학교때라도 알았다면 수학을 대해는 자세가 사뭇(!) 달라졌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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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을 잠시 쉬면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집에서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것이다. '책으로 행복한 12시'를 들으면 라디오 디제이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저절로 긍정적으로 되는 듯한 기분.  백수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책은 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평론가가 정말 재밌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역시나 재밌었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2012년 강원도 S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시장 주민소환 투표를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참고한 책이며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놓았는데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이렇게 치밀하게 작업하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약을 나누어 먹는 사이...하.. 이 말은 노인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이가 들수록 일상적으로 먹어가는 약이 늘기 마련이다. 그 약을 둘러싼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발견한 것은 헤밍웨이! 응? 이제와서?? 나는 비록 <노인과 바다>만 읽었을 뿐인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종인의 번역에는 헤밍웨이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아, 헤밍웨이의 단편이 이렇게 좋았다니.. 나는 왜 이제서야 발견한 것일까. 알고보니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헤밍웨이의 단편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파리는 날마다 축제>도 읽었다. 글을 쓰려는 노력, 열정이 파리의 풍경과 함께 그려진다. 더불어 스콧 피츠제럴드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밌다. (스콧은 아내때문에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 결혼생활의 한없는 행복이 그려지다가도 이내 매력적인 다른 여성을 만나면 두 여자를 완벽하게 사랑해서 너무 괴롭다는 헤밍웨이. 죽을 때까지 헤밍웨이는 여러방면에서 열정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건장한 외모에, 웃음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미워할 수 없는 사내같은 느낌이랄까. 여튼 이제라도 헤밍웨이를 재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갑자기 단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 조경란의 <소설가의 사물>을 읽었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가 사용하는 소도구나 사물로 독자에게 소개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p.166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에세이집을 읽으니 다음 부터 소설을 읽을 때 사물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는 소설가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신나게 읽다가, 마음도 따뜻해졌다가, 여러 가지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이 때론 참 허무하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또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세상엔 아직 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 책의 문장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사람의 문장치곤 너무나 좋아서 놀란다.

 

 

 

 

 

아직 며칠 남았지만 2019년 한해 더 많은 책을 만나는 복된 한해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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