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을 잠시 쉬면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집에서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것이다. '책으로 행복한 12시'를 들으면 라디오 디제이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저절로 긍정적으로 되는 듯한 기분.  백수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책은 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평론가가 정말 재밌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역시나 재밌었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2012년 강원도 S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시장 주민소환 투표를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참고한 책이며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놓았는데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이렇게 치밀하게 작업하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약을 나누어 먹는 사이...하.. 이 말은 노인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이가 들수록 일상적으로 먹어가는 약이 늘기 마련이다. 그 약을 둘러싼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발견한 것은 헤밍웨이! 응? 이제와서?? 나는 비록 <노인과 바다>만 읽었을 뿐인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종인의 번역에는 헤밍웨이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아, 헤밍웨이의 단편이 이렇게 좋았다니.. 나는 왜 이제서야 발견한 것일까. 알고보니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헤밍웨이의 단편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파리는 날마다 축제>도 읽었다. 글을 쓰려는 노력, 열정이 파리의 풍경과 함께 그려진다. 더불어 스콧 피츠제럴드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밌다. (스콧은 아내때문에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 결혼생활의 한없는 행복이 그려지다가도 이내 매력적인 다른 여성을 만나면 두 여자를 완벽하게 사랑해서 너무 괴롭다는 헤밍웨이. 죽을 때까지 헤밍웨이는 여러방면에서 열정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건장한 외모에, 웃음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미워할 수 없는 사내같은 느낌이랄까. 여튼 이제라도 헤밍웨이를 재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갑자기 단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 조경란의 <소설가의 사물>을 읽었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가 사용하는 소도구나 사물로 독자에게 소개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p.166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에세이집을 읽으니 다음 부터 소설을 읽을 때 사물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는 소설가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신나게 읽다가, 마음도 따뜻해졌다가, 여러 가지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이 때론 참 허무하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또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세상엔 아직 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 책의 문장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사람의 문장치곤 너무나 좋아서 놀란다.

 

 

 

 

 

아직 며칠 남았지만 2019년 한해 더 많은 책을 만나는 복된 한해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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