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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제목때문에 읽게 됐다.
나도 딱 눈감고 90일만 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어느 정도의 일이라면 이런 결심을 하게 되는지 궁금해서 였을까.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자살하려고 올라간 곳에서 만난 네 사람. 딱 90일만 더 살아보겠다고 결심을 한다. 일어나는 사건들이 다 우끼다. 절망 속에 허탈한 웃음이랄까. 그런 일들만 펼쳐지는 것 같다. 자살하려고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천사를 봤다고 매스컴에 거짓말을 한다. 피크닉을 떠나고, 떠나간 애인을 잡으러 네 사람이 발벗고 나서질 않나. 이혼한 전처를 찾아가 마음을 돌려달라고 말하거나.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아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문제는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 책에서 뭔가 절망스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은 어쩌면 좀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런 기대로 처음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 읽고 나서, 에이 이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해피엔딩도 아니고, 누구 하나 상황이 더 나아진 것도 없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잘 안다. 우리의 삶 또한 그렇게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모린이 한 말중에 집밖에 나가지 않고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정말 집안에만 며칠 있어본 사람은 그녀의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가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도 죽은 것처럼 살 수 있다. 몸은 살아있는 것 같지만 신체의 일부만을 죽일 수도 있다. 자, 가만히 생각해 보자.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가? 당신?
이러한 질문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절망에 대한 해결책을 어딘가에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직접 부딪혀보고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나의 행위의 조각조각들이 모여 나를, 내 삶을 만들어 나가는게 아닐까. 애초에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 의미를 찾을 것. 그들이 자살을 유예하기로한 90일 동안 나는 이 책에서 이런 것들을 발견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