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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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건데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의 최고의 책이다. 주말 아침에 읽기 시작했는데 손때지 못하고 한번에 다읽어 버렸다. 그만큼 읽기 쉬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책이었다.

 

10대와 20대를 아무런 의미 없이 살던 이타루가 서른이 되어서야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과점을 다니며 기술을 익힌다. 4년 반이 지나 서른 다섯이 되어서 자기 빵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자본주의와 결합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은 먹거리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민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후에 마르크스의 자본과 결부시켜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태도에 반영하여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점이었다. 그저 앉아서 책읽고 이해하고 시험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비춰보고 반성하며 그것을 바로보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이런 게 공부라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작은 마을에서 전통의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들과 함께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며 지역의 산물을 가지고 정직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고 했다는 점이 참 인상깊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아이들이 자연스레 부모의 일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도.

 

또한 발효를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 즉 자연의 모든 것은 부패를 통해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화폐라는 것은 부패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많은 패단을 가져온다는 설명 또한 신선했다. 부패와 발효. 단지 음식에서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올바른 먹거리, 농사 등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비료라는 것이 땅의 힘을 오히려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라든지, 유기농이 아닌 자연재배와 관련해서도. 

 

4일간만 문을 여는 빵집, 그리고 1년 중 한 달은 긴 휴가를 간다는 빵집. 1년 소득이 3000만원 정도여도 저축도 하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는 이타루씨의 이야기가 참 많이 부러웠다. 긴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또 만들어갔다는 것이. 그리고 그 용기가. 참 부러웠다.

 

서른 중반이 되면서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때 (솔직히 막막하다) 작은 가게 혹은 작은 텃밭을 가꾸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거리나 농사 등에 관해서도 조금씩 책을 읽어가며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도,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내 아이들에게도 재물이 아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생산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을 남겨주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찬찬히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 강추!

 

한겨레 신문에 관련 기사가 있어 같이 싣는다.

일본 시골빵집의 ‘행복한 자본론’ 실험

 

 

어떤 의미에서 부패는 생명에게 불필요한 것들 또는 불순한 것들을 정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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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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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월요일마다 책소개를 해주는데 아동 도서란에서 알게된 책이다. 착한 도깨비 이야기라는 말에 끌려 아들 선물겸으로 해서 사서 읽게 되었는데 그 선함과 재미에 오래오래 두고 싶은 책이 되었다.

 

고아로 혼자서 힘들게 하루 서너푼 버는 아이가 어느날 도깨비를 만나 하루 번 돈 서푼을 빌려주었는데 도깨비가 다음날 돈 갚고 나서도 잊어버리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돈을 갚으러 온다는 이야기다. 아이는 어제 갚았는데 왜 또 갚냐고 하면 도깨비는 '얘 좀 봐라 어제 빌렸는데 어떻게 어제 갚냐?' 하며 계속 돈을 갚는다.그러다 아이의 집에 냄비가 다 찌그러져가는 모습을 보곤 그 다음 날 냄비도 하나 가져다 준다. 그런데 그 냄비는 먹고 싶은 걸 생각하면 냄비안에 음식이 그득하게 생겨나는 요술 냄비. 그리고 또 다 낡은 다듬이 방망이를 보고는 제 집의 도깨비 방망이를 가져다 주고. 덕분에 아이는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집안 살림 거덜나게 해서 도깨비는 벌을 받게 되고 아이가 커서 장가가고 도깨비를 찾으며 죽고 난 후 벌 다받은 도깨비가 다시 돈을 갚으러 냄비와 방망이를 가지고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별 다른 스토리는 아니지만 표현도 재미나고 그 이야기 안의 선함과 순진함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 아빠가 재미나게 읽어줘서 그런지 같이 보던 아이도 깔깔깔 웃어가며 읽었던 책.

 

가끔, 어른들의 책보다 한 권의 그림책이 더 오래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이 책도 그런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웃을 수 있으면서도 오래오래 그 선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있는 책.

 

가을날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책읽기를 하고 싶은 분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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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 조울증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 봄빛이 완연할 때 기분이 들떠서는 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흥분상태였는데 가을이 되니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무기력해지고 있다. 참. 친자연적인 몸뚱이와 성격일세.


학급문집 만들기를 계획하고 아이들에게 다달이 상품걸고 글쓰기 공모를 하는데 점점 참여율이 저조하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사람들의 의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인지. 창비와 한겨레 신문사에서 공모한 '학급문집 만들기'에 당선되어서 무료로 인쇄할 수 있게되었는데 10월 말까지 원고를 완성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하다. 편집도 해야하고, 원고도 좀 더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일을 괜히 벌였나 싶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니 하루하루 날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건물이나 실 안에 갇혀있지 말고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선선한 바람에 꽃향기까지 실려오니 더더욱. 여행도 가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도 읽고 싶다. 그렇다.


삼십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더 나이들기 전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젊은 날 하지 못했던 그 많은 일들. 이제 하려고 하니 내 발목을 잡고 있든 많은 상황들 때문에 하지 못해서 더욱 간절한 것들. 


내가 나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놓치고 싶지 않아 집착하여 스스로를 못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차고 맑은 바람을 맞으며 좀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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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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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처음 책이 나왔다 했을 때는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트위터에서 문학동네 편집자를 팔로우 하고 있다가 계속 올리는 트윗의 내용에 혹해서 구입.


것보다 누군가가 작가의 말을 올렸는데 거기에 혹해서 넘어갔다.

'마음 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는 말.

문득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이 뭘까 싶어 그리고 이사람의 문장은 뭘까 싶어서 사서 읽었다.


처음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서술한 글들은 제법 줄을 그어가며 읽고 문장들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문득 '아,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첩이며 필기구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이후 글들 '연예 기사와 관련된 글이나 영화 평'은 그냥그냥 읽고 넘긴 듯 하다. 

뭔가 기대하고 읽은 책은 아니라 맘 편하게 페이지 넘겨가며 읽은 책이라고 할까?


그래도 '버티는 삶'이나 '마음 속 문장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거리가 있었던 듯 하다. 


자신이 받은 알량한 상처의 총량을 빌미로,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무마해버리는 비겁함.
-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상처를 과시할 필요도, 자기변명을 위한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도 없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짊어지고 껴얀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p18

인간은 그러니까 어차피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 것이다. 그 과거의 크기에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짋어질 수 있는 꼭 그만큼씩을 가지고 살아가나면, 그것이 평범한 어른이다. -p37

세상에 운명 따윈 없다. 약속된 땅도 계획도 다음 생 같은 것도 기대하지 마라. 덜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기 위해, 결코 도래하지 않을 행복을 빌미로 오늘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의 정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애든, 고용이든, 혈연이든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의 뿌리가 정말 이 관계로부터 오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단지 세상으로부터 정의 내려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뿐일까.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그 쉽지 않은 답을 찾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나아갈 수 있다. 끝이 어떠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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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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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나왔을 때(책에는 2011년 10월 13일에 구매했다고 되어 있다) 사놓고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었었다. 전공이 국어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구매하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 전공관련 책들은 사실 손이 잘 안가더라. 그렇게 어딘가 던져두고 잊고 있던 책.

 

2학기 국어교과서를 보니 '국어가 걸어온 길'이라고 해서 '국어사'를 다루는 부분이 있었다. 소단원 (1)이 훈민정음에 대한 내용이고 소단원 (2)는 고대국어부터 근대국어까지의 모습을 살펴보는 단원이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자 집에 있던 첵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 '한글의 탄생'.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을 좀 찾아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쉽게 잘 읽히면서도 제법 재미있어 내리 계속 읽게 되었다. 우리가 내는 말소리에서 뜻을 나타내는 소리(음소 혹은 음운)을 구별하여 그것을 체계화 하고 형태를 부여하여 문자화 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리고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보인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일본인 저자가 일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니 좀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우수하다고 하면 당연한 듯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인 저자가 한글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연구한 다음 자신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그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으니 그 설득력이야 더할 말이 있을까?

 

다만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 조금 더 깊은 내용을 기대했으나 대중적인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무엇이 그리 우수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영어가 더 뛰어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외 사람들도 다 읽어보면 좋을 듯 하고.

 

읽고 나니 문득 세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글 창제 뿐만 아니라 그가 이룬 위대한 업적들을 생각하면 그가 가진 생각과 능력과 그 마음의 폭과 결이 얼마나 넓고 깊은 사람이었는지 가늠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능력과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한글의 탄생, 그것은 문자의 탄생이자 지(知)를 구성하는 원자(原子)의 탄생이기도 하고, <쓰는 것>과 <쓰여진 것>, 즉 <에크리튀르>의 혁명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미를 만들어 내는 <게슈탈트=형태>의 혁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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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9-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을 '소리'로 담은 글이라는 대목에서
한글이 대단한 글자로구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