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조울증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 봄빛이 완연할 때 기분이 들떠서는 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흥분상태였는데 가을이 되니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무기력해지고 있다. 참. 친자연적인 몸뚱이와 성격일세.
학급문집 만들기를 계획하고 아이들에게 다달이 상품걸고 글쓰기 공모를 하는데 점점 참여율이 저조하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사람들의 의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인지. 창비와 한겨레 신문사에서 공모한 '학급문집 만들기'에 당선되어서 무료로 인쇄할 수 있게되었는데 10월 말까지 원고를 완성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하다. 편집도 해야하고, 원고도 좀 더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일을 괜히 벌였나 싶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니 하루하루 날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건물이나 실 안에 갇혀있지 말고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선선한 바람에 꽃향기까지 실려오니 더더욱. 여행도 가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도 읽고 싶다. 그렇다.
삼십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더 나이들기 전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젊은 날 하지 못했던 그 많은 일들. 이제 하려고 하니 내 발목을 잡고 있든 많은 상황들 때문에 하지 못해서 더욱 간절한 것들.
내가 나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놓치고 싶지 않아 집착하여 스스로를 못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차고 맑은 바람을 맞으며 좀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