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모리를 만나다 - 아람샘과 함께한 행복한 인문학 수업
인디고아이들 지음 / 궁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삶은 타인이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일이 뭔지 찾아가면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p24

 단지 history였던 과거는 회상과 자기 반성을 통해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때 비로소 현전하는 과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가 모여서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였고, 바로 지금은 1초 전의 미래였다. 사람은 언제나 새로 태어난다고 하지만, 그렇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의 나가 미래의 나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좋고 더 희망찬 미래를 희망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럴 때 mystery였던 미래는 그저 '지금'시점 이후가 아니라 지금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전하는 미래가 된다. 우리가 느끼고 존재하는 시간은 현재뿐이지만, 이러한 현재를 변화시키고, 발전하게 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 즉 과거, 현재, 미래가 합쳐져서 Present,, 선물이며, '나'인 것이다. -p43

'핸드메이드 라이프'에서 진정한 '부'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능력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p105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식이 많은 것이 지의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知란 사람을 알아보는 것, 즉 인재를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자기가 아는 것이 많고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자기와 함께할 다른 사람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지적인 사람은 사람을 잘 알아보고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 왜냐하면 지인이란 타인에 대한 이해일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을 아는 것이 知라는 대단히 근본적인 담론을 공자는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지식은 사람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知를 알려면 다른 사람을 알아야 하고 서로 관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알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知에는 愛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애정이 있는 대상에 대해서만 진정한 그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愛가 배제된 오로지 상품을 팔기 위한 사회이다. 팔리지 않는 것은 폐기되고 모든 사람이 팔리는 것에만 몰두한다. 상품가치와 자본논리가 사회를 지배한다. 이런 환경에서의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전혀 무관하다. 물건을 파는 데 인간이란 요소는 그저 물건을 팔 대상일 뿐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없는 사회는 無知한 사회이다.   -p198

 
   


독서 교육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인디고 서원'의 '인디고 아이들'이 책을 읽고 토론한 과정을 펴낸 책이다. <창가의 토토>에서 토토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 인디고 서원의 아이들과 아람샘의 만남을 토토와 모리의 만남으로 표현한 것인데 진정한 교육의 장면을 표현한 것이리라.

이들의 토론 내용이나 과정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이 있고, 깊이가 있다. 내가 꿈꾸던 작은 서점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각의 나눔과 배움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들의 생산. 볼때마다 질투가 난다.

이번에 복직하면서 독서토론 동아리를 만들어볼까 했다. 그런데 학교에는 이미 독서 토론 동아리가 있었고, 동아리 신청은 3월에 끝나서 더이상 만들 수가 없다고 했다. 덕분에 교환공책을 하고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작은 결과물이라도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들이 의미없는 후크송에 빠지거나, 휴대폰, 게임기 등에 매몰되기 보다 책 속에서 드넓은 사유의 바다를 만나 즐겁게 헤엄쳤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 작은 안내자로서 역할을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책 읽는 재미를 아이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인디고 서원은 좋은 모범이 되는 듯 하다.

인디고잉을 재구독하고, 궁리에서 펴내는 인디고 서원의 책들을 사서 읽고 나름 생각해본다.

인디고 서원이 어쩜 퇴직 후의 청사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 11시까지 하는 심야 야자를 하고 돌아왔다. 다리는 띵띵 부었고, 다크써클은 정말 얼굴을 다 가리고 있고, 전날 잠도 못자서 너무 피폐한데 이상하게 피곤할 수록 마음과 정신이 평온해진다. 어제, 오늘 너무 혼자 맘 고생했다. 

일제고사에 거부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일곱시간 내리 자습에 더하기 두 시간 자습감독까지. 아무말 못하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렇게 또 순응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삶을 살고 있어 그런가 행복하지 않다. 

밤 11시까지 야자 감독을 하다 보니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든 저 살아있는 아이들을 좁은 책상과 학교에 가둬두고 무엇을 하는지. 날 것으로의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타인과 부딪혀 보지 못함으로써 아이들은 점점 자기 안으로 고립되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책속의 지식이 어떤 힘이나 권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구닥다리 지식을 구닥다리 방법으로 학습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니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나 자신도 참 한심하고, 교육에 대한 회의가 든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했던 일을 다시 해야 했고,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씨름을 해야 했고, 방학 직전에 일이 밀려오고 있고.  

내일은 11시까지 심야 야자 감독을 해야하고, 맘 속에 큰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충격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고 

사니 마니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결국은 살아 남아야 한다고.... 아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책 이야기가 나오면서 들었던 책.
다음에 한 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도서관에 들렀다 빌렸다.
 
책의 제목도 독특하고 어떤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무엇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책 날개에 있는 작가의 사진이었다.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매끈하게 깍은 머리에
깊이 패여 짙은 음영을 드리운 두 눈. 
멍하니 초점이 보이지 않고,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빛.
굵고 또렷한 광대뼈.
무겁게 다문 입.
짙은 색의 라운드 티셔츠.
 
책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말 보다 작가의 사진 한 장이 더 크게 내 호기심을 했다.
주절주절 수다스럽게 나누지 않은 이야기의 차례 
큰 차례 안의 작은 이야기들.
 
훗날. 이라고 시작되는 독특한 시작부터.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생각이 소설 첫 단어부터 느껴졌다.
등장인물도 예쁘고, 매혹적인 여자가 아닌 130킬로그램를 훌쩍 넘는 거구의 여인.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갈증을 풀려고 하는 그녀의 몸짓은
소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계속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세 여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론 질펀하게, 때론 아프게, 때론 비현실적이게 벌어지면서
점점 책에 빠져들게 했다.
현대소설과 다른 서술과 풀이 방법은 왠지 낯설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신선하다는 표현 외에도 더 독특한 매력이 풍겨졌다.
영화처럼, 만화처럼. 새로운 서술 방법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심사평을 한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나 세간의 평처럼
고사 직전인 우리 문학계에 큰 획을 그을수 있는 작가가 등장했다고 하면
왠지 과장같지만.

그래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박민규처럼
다양한 매체의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소설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과연 금복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 온 것일까? 아니면, 그런 행운이 찾아왔기 떄문에 그녀가 주인공이 된 것일까? 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불경스런 질문이며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금복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

-천명관 고래 중 2부 평대 p188-
 
   
 

모든 인간들은 어쩜 어리석은 존재일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 누구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훌리안의 모든 글 중 언제나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이, 사람은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 있는 거라는 말이지. 그를 만나기 전 수년 동안 훌리안에게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너를 알고 또 누군가를 신뢰한다면 그게 너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나를 기억해줘, 다니엘. 비록 한 귀퉁이에 숨겨서라도. 나를 떠나 보내지 말아줘...”

-바람의 그림자. 2. 누리안 몽포르트의 마지막 글 중-
 
   
 
밤을 새며 책을 읽은 기억이 언제였나?
중학교를 다닐 적. 나는 장편 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중1때는 마거렛 미첼의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 완역본 두꺼운 세권을 읽었고,
2학년 때는 한참 유행하던 동의보감, 목민심서 등 역사 소설들을 밤을 세워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은 것도, 일본의 통속소설이라 할 수 있는 오싱을 읽은 것도,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책 읽는 재미에 푸욱 빠졌었다.

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책읽는 재미가 조금씩 감해졌다.
머리가 굵어질 수록 점차 재미난 소설보다는 사회과학 서적이나 이론서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던 나도 점점 한 권의 책 읽는 시간이 더뎌지기 시작했고
밤을 새워 읽어가는 재미를 느껴본지가 언제였을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
 
서평을 통해 만난 바람의 그림자는 한 번 쯤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루다 방학을 이용해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
다른 책들을 읽느라고 한동안 구성에 밀어 놨다가 읽었는데
이 놈이 손을 놓치 못하게 했다.
 
훌리안 카락스의 책을 손에 넣게된 다니엘.
훌리안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그의 삶을 추적할 수록 그는 훌리안과 연관되어
삶이 조금씩 위험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인물 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의 이력이 퍼즐처럼 조금씩 조금씩 맞춰나가는 이야기 방식에 있었다.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과
위협적이고도 개성적인 인물들의 성격, 예상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과 과거의 행적들.
얽키고 설키는 인물들간의 관계.
누리안의 글을 통해 설명되는 모든 것들.
 
이야기가 어떻게 될건지 너무나 궁금해서 새벽이 깊어지고 해가 뜰 무렵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아는 선생님께 전화해서 읽어봤냐며 물어보고 빌려주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

 

2006/08/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