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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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책 이야기가 나오면서 들었던 책.
다음에 한 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도서관에 들렀다 빌렸다.
 
책의 제목도 독특하고 어떤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무엇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책 날개에 있는 작가의 사진이었다.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매끈하게 깍은 머리에
깊이 패여 짙은 음영을 드리운 두 눈. 
멍하니 초점이 보이지 않고,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빛.
굵고 또렷한 광대뼈.
무겁게 다문 입.
짙은 색의 라운드 티셔츠.
 
책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말 보다 작가의 사진 한 장이 더 크게 내 호기심을 했다.
주절주절 수다스럽게 나누지 않은 이야기의 차례 
큰 차례 안의 작은 이야기들.
 
훗날. 이라고 시작되는 독특한 시작부터.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생각이 소설 첫 단어부터 느껴졌다.
등장인물도 예쁘고, 매혹적인 여자가 아닌 130킬로그램를 훌쩍 넘는 거구의 여인.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갈증을 풀려고 하는 그녀의 몸짓은
소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계속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세 여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론 질펀하게, 때론 아프게, 때론 비현실적이게 벌어지면서
점점 책에 빠져들게 했다.
현대소설과 다른 서술과 풀이 방법은 왠지 낯설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신선하다는 표현 외에도 더 독특한 매력이 풍겨졌다.
영화처럼, 만화처럼. 새로운 서술 방법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심사평을 한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나 세간의 평처럼
고사 직전인 우리 문학계에 큰 획을 그을수 있는 작가가 등장했다고 하면
왠지 과장같지만.

그래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박민규처럼
다양한 매체의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소설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과연 금복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 온 것일까? 아니면, 그런 행운이 찾아왔기 떄문에 그녀가 주인공이 된 것일까? 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불경스런 질문이며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금복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

-천명관 고래 중 2부 평대 p188-
 
   
 

모든 인간들은 어쩜 어리석은 존재일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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