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훌리안의 모든 글 중 언제나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이, 사람은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 있는 거라는 말이지. 그를 만나기 전 수년 동안 훌리안에게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너를 알고 또 누군가를 신뢰한다면 그게 너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나를 기억해줘, 다니엘. 비록 한 귀퉁이에 숨겨서라도. 나를 떠나 보내지 말아줘...”

-바람의 그림자. 2. 누리안 몽포르트의 마지막 글 중-
 
   
 
밤을 새며 책을 읽은 기억이 언제였나?
중학교를 다닐 적. 나는 장편 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중1때는 마거렛 미첼의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 완역본 두꺼운 세권을 읽었고,
2학년 때는 한참 유행하던 동의보감, 목민심서 등 역사 소설들을 밤을 세워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은 것도, 일본의 통속소설이라 할 수 있는 오싱을 읽은 것도,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책 읽는 재미에 푸욱 빠졌었다.

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책읽는 재미가 조금씩 감해졌다.
머리가 굵어질 수록 점차 재미난 소설보다는 사회과학 서적이나 이론서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던 나도 점점 한 권의 책 읽는 시간이 더뎌지기 시작했고
밤을 새워 읽어가는 재미를 느껴본지가 언제였을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
 
서평을 통해 만난 바람의 그림자는 한 번 쯤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루다 방학을 이용해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
다른 책들을 읽느라고 한동안 구성에 밀어 놨다가 읽었는데
이 놈이 손을 놓치 못하게 했다.
 
훌리안 카락스의 책을 손에 넣게된 다니엘.
훌리안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그의 삶을 추적할 수록 그는 훌리안과 연관되어
삶이 조금씩 위험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인물 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의 이력이 퍼즐처럼 조금씩 조금씩 맞춰나가는 이야기 방식에 있었다.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과
위협적이고도 개성적인 인물들의 성격, 예상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과 과거의 행적들.
얽키고 설키는 인물들간의 관계.
누리안의 글을 통해 설명되는 모든 것들.
 
이야기가 어떻게 될건지 너무나 궁금해서 새벽이 깊어지고 해가 뜰 무렵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아는 선생님께 전화해서 읽어봤냐며 물어보고 빌려주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

 

200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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