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조울증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 봄빛이 완연할 때 기분이 들떠서는 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흥분상태였는데 가을이 되니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무기력해지고 있다. 참. 친자연적인 몸뚱이와 성격일세.


학급문집 만들기를 계획하고 아이들에게 다달이 상품걸고 글쓰기 공모를 하는데 점점 참여율이 저조하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사람들의 의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인지. 창비와 한겨레 신문사에서 공모한 '학급문집 만들기'에 당선되어서 무료로 인쇄할 수 있게되었는데 10월 말까지 원고를 완성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하다. 편집도 해야하고, 원고도 좀 더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일을 괜히 벌였나 싶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니 하루하루 날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건물이나 실 안에 갇혀있지 말고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선선한 바람에 꽃향기까지 실려오니 더더욱. 여행도 가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도 읽고 싶다. 그렇다.


삼십대 중반으로 접어드니 더 나이들기 전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젊은 날 하지 못했던 그 많은 일들. 이제 하려고 하니 내 발목을 잡고 있든 많은 상황들 때문에 하지 못해서 더욱 간절한 것들. 


내가 나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놓치고 싶지 않아 집착하여 스스로를 못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차고 맑은 바람을 맞으며 좀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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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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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처음 책이 나왔다 했을 때는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트위터에서 문학동네 편집자를 팔로우 하고 있다가 계속 올리는 트윗의 내용에 혹해서 구입.


것보다 누군가가 작가의 말을 올렸는데 거기에 혹해서 넘어갔다.

'마음 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는 말.

문득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이 뭘까 싶어 그리고 이사람의 문장은 뭘까 싶어서 사서 읽었다.


처음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서술한 글들은 제법 줄을 그어가며 읽고 문장들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문득 '아,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첩이며 필기구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이후 글들 '연예 기사와 관련된 글이나 영화 평'은 그냥그냥 읽고 넘긴 듯 하다. 

뭔가 기대하고 읽은 책은 아니라 맘 편하게 페이지 넘겨가며 읽은 책이라고 할까?


그래도 '버티는 삶'이나 '마음 속 문장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거리가 있었던 듯 하다. 


자신이 받은 알량한 상처의 총량을 빌미로,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를 아무것도 아닌 양 무마해버리는 비겁함.
-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상처를 과시할 필요도, 자기변명을 위한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도 없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짊어지고 껴얀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p18

인간은 그러니까 어차피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 것이다. 그 과거의 크기에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짋어질 수 있는 꼭 그만큼씩을 가지고 살아가나면, 그것이 평범한 어른이다. -p37

세상에 운명 따윈 없다. 약속된 땅도 계획도 다음 생 같은 것도 기대하지 마라. 덜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기 위해, 결코 도래하지 않을 행복을 빌미로 오늘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의 정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애든, 고용이든, 혈연이든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의 뿌리가 정말 이 관계로부터 오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단지 세상으로부터 정의 내려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뿐일까.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그 쉽지 않은 답을 찾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나아갈 수 있다. 끝이 어떠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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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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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나왔을 때(책에는 2011년 10월 13일에 구매했다고 되어 있다) 사놓고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었었다. 전공이 국어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구매하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 전공관련 책들은 사실 손이 잘 안가더라. 그렇게 어딘가 던져두고 잊고 있던 책.

 

2학기 국어교과서를 보니 '국어가 걸어온 길'이라고 해서 '국어사'를 다루는 부분이 있었다. 소단원 (1)이 훈민정음에 대한 내용이고 소단원 (2)는 고대국어부터 근대국어까지의 모습을 살펴보는 단원이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자 집에 있던 첵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 '한글의 탄생'.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을 좀 찾아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쉽게 잘 읽히면서도 제법 재미있어 내리 계속 읽게 되었다. 우리가 내는 말소리에서 뜻을 나타내는 소리(음소 혹은 음운)을 구별하여 그것을 체계화 하고 형태를 부여하여 문자화 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리고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보인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일본인 저자가 일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니 좀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우수하다고 하면 당연한 듯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인 저자가 한글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연구한 다음 자신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해가며 그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으니 그 설득력이야 더할 말이 있을까?

 

다만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 조금 더 깊은 내용을 기대했으나 대중적인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무엇이 그리 우수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영어가 더 뛰어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외 사람들도 다 읽어보면 좋을 듯 하고.

 

읽고 나니 문득 세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글 창제 뿐만 아니라 그가 이룬 위대한 업적들을 생각하면 그가 가진 생각과 능력과 그 마음의 폭과 결이 얼마나 넓고 깊은 사람이었는지 가늠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능력과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한글의 탄생, 그것은 문자의 탄생이자 지(知)를 구성하는 원자(原子)의 탄생이기도 하고, <쓰는 것>과 <쓰여진 것>, 즉 <에크리튀르>의 혁명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미를 만들어 내는 <게슈탈트=형태>의 혁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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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9-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을 '소리'로 담은 글이라는 대목에서
한글이 대단한 글자로구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교황과 나 - 개혁가 프란치스코와 한국
김근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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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자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기존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들과 이전 교황들의 특성 그리고 그들의 성향을 밭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재 가톨릭에 가져온 개혁의 바람과 그것을 통한 종교의 근본적 의미를 물으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하고자 했던 예수와 종교를 논한다. 


기복적  성향이 강한 현재 우리나라 종교의 현실과 가난한 자들과 더 멀어지고 황금의 재단이 되어버린 현재 종교를 돌아보게 하고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종교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과 이러한 믿음이 바탕이 된 종교라면 나도 기꺼이 그 가르침과 믿음에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었던 김규항의 '예수전'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이천년 전에 살았던 예수의 가르침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커다란 믿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그의 삶이나 가르침이 분명 사람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가르쳐 줬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물질이나 가진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부족한 이들을 위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하는 삶,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선각자이자 선지자였던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삶까지 버려가며 가르쳐 주려고 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예수의 말을 믿고 따르면서 그가 지향했던 가치와 반대되는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가 현재 세상에 다시 태어나 지금의 교회와 그의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할까...


교회는 가난해야 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일해야 하고, 가장 낮을 곳을 지향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사회를 개혁하고 바꾸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교인의 또 다른 임무라는 것에도 공감하며, 그러한 생각과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욱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 

효암재단 채헌국 이사장께서 왜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편승한 책이 아니라 그의 재임과 더불어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지를 나타내는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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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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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 밥 해먹기 싫은 저녁엔 으례 치킨을 시켜먹었다. 생각해보면 나 어릴 적엔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던 것  같고. 어릴 적 추억에도 치킨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어찌 요즘엔 뭣하면 치킨이니 그야말로 치킨 공화국이다. 책에 보니 일년에 우리나라에서만 8억마리의 닭이 식용으로 사용된다 하는데 그 많은 닭은 어디서 자라고 죽어가는가...

우리가 흔하게 먹게 된 치킨을 통해 어떻게 치킨이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치킨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익집단들의 행태와 그 안에서 치킨을 소비하고, 생산하며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를 이 책에선 재미나지만 눈물겹게 그려낸다. 치킨을 둘러싸고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와 치킨의 종류, 치킨 가맹점 등록 과정 및 치킨 배달 이야기까지. 우리가 그저 맛나게 먹었던 치킨의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사실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낸다.

처음엔 제목과 제재에 이끌려 읽었는데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했다. 대부분의 치킨가게가 영세한 상인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과 어디서나 기업의 '갑질'과 영업점의 '을'로서의 문제가 여기도 여전하다는 것. 그리고 그 많은 닭들을 키우기 위해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한 달 정도 사육한 닭들이 결국 치킨이 된다는 것과, 맛있는 닭이 되기 위해 염지의 과정에서 다양한 식품첨가료가 사용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환상의 조합이라 생각하는 치맥이 음식 궁합으로써는 꽝이라는 것 등.

먹거리를 스스로 생산해내지 못하면서 식자재나 먹거리 모두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이 생략되면서 그저 쉽게 사서 먹고 남으면 버리는 상품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이런 사회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음식의 중요성이나 먹거리의 귀중함, 그 가치를 모르는 듯 하다. 나 또한 그렇고...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단순히 맛난 야식이나 간식거리로 치부하는 치킨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 현상과 그로 인한 문제점들까지 아우른다는 것이다.  야심한 밤 치킨이 생각난다면 다이어트와 건강을 생각하면서 치킨 대신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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