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른 여섯이 되는 해.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내가 바라는 한가지 꿈이 생겼다. 그건 은하수가 보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나란히 누워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 그것이 내 서른, 삼십대의 꿈이다. 어렵지 않은 듯 하지만 쉽지도 않은 꿈. 분명히 내 머리 위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 잃어버린 밤을 찾기 위해 이 책을 2015년의 처음 책으로 읽고 싶다. 힘들었던 서른 초반. 좀더 원만한 시간들이 내게 다가오길 바라며 그리고 어둠 속에 빛나듯 아름다운 별빛처럼 내 삶도 빛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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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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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뉴스 보는 게 겁난다. 가계부채, 저출산, 빈곤으로 인한 자살,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그에 비해 힘든 취직, 결혼, 육아.

이런 저런 뉴스를 듣다보면 지금 내 삶은 참 행복하구나 싶다가도 두 아들을 이런 사회 속에서 살게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아비규환에 두 아이를 낳다니. 죄를 지었구나 하는 생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생각하며 살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는 일들로 인해 삶은 때론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나락에서 허우적 거리며 그래도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실려있다. 천명관씨의 전작들도 보면 밝고, 뭔가 화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열등감이나, 또는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 혹은 속칭 루저 라는 사람들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는데 이번 책엔 그런 유쾌함 보다는 어둡고 쾌쾌하며 진득한 어둠이 묻어난다. 그런데 그 어둠이 마냥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너 현실적이어서 비현실같은 느낌이 든다.

 

여러 단편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교양있는 부부가 전원으로 내려가 귀농생활을 하다 파산하고 이혼한 후의 생활이 담긴 전원교향곡. 그 속의 대안적인 삶을 바라며 귀향생활을 하다 결국 이혼하고 언니네 집에서 김밥을 팔게 되는 여인의 모습이 남 일 같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원 생활을 꿈꾸던 내게 참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구나 라며 일갈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마지막 소설에서 위의 사진 속 구절이 좋았다. 벚꽃을 보면서 느낀 아름다움. 현실감 없는 아름다움 속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깨닫는 장면은 내가 종종 겪었던 일들이다. 하늘을 보며, 바다를 보며, 아름다운 꽃과 들을 보다가, 혹은 멋진 공간 속에서 흥에 겨워 다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오면 느끼게 되던 그러한 감정들.

 

한겨레 신문에 천명관 작가의 기사가 실렸다. 이젠 영화감독으로 입봉할 거라 한다. 소설 쓰기 전 그가 살았던 삶과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실려있다. 나이 마흔에 소설가로 등단한 일, 그전에 여러 일들을 전전하며 열등감에 시달렸던 일, 앞으로 만드록 싶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읽어보면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을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580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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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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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의 덴마크.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교육, 의료 등이 무상이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서 사람들이 별 걱정 없는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너무나 달라서 저런 나라에서 살면 어떨까 궁금해는. 우리나라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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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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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저항, 불복종의 시작이다.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p25 

 

 

한겨레 토요판에서 놓치지 않고 읽는 것이 정희진처럼 읽기이다. 한 권의 책 제목이 제시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책과 관련된 주제에 관해 깊은 사유의 결과를 담아놓은 듯한 글이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 종종 스크랩하거나 옮겨 적어 놓은 경우가 많았다. 트위터에도 종종 리트윗되어 전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글들이 모여 책으로 출간되었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나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글이 아니다 보니 쉽게 넘어가진 않지만 한 편 한 편 밑줄 그어가며, 노트에다 옮겨적어가며 읽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보고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고 해야할까? 기존에 내가 쓰고 있던 언어나 생각 등이 새롭게 여겨지고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읽은 것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였는데, 에필로그의 '다르게 읽기와 독후감 쓰는 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한 줄거리를 쓰거나 요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스포일러에 해당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음)과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하면서 바뀐 그 전과 후를 자기나름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독후감으로써 족하다는 것. 책을 읽고 어줍잖게 리뷰를 쓰며 항상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며 다 써놓고 부끄러워 하거나 모자란 능력을 자책하곤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위로가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방법과 그 느낌은 읽은 사람만큼 나올 수 있는 것이니.

 

저자의 공부(책읽기, 쓰기, 다양한 분야에 관심갖고 읽고 그 분야들을 서로 연관지어 생각하는 능력 등)가 참 부러웠고,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특히 여성학) 관심을 가지고 책 읽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책을 읽고 먼저 바라보게 된 건 가사 일에 대한 남편과 나의 입장과 역할, 분담 정도 (이전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영향도 큰 듯). 공부라는 게 먼 곳의 이상과 추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지금, 여기를 다루는 것이니 어쩜 직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듯 하다. 이와 관련해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 과연 어떻게 되려나?

 

그리고 기존의 언어로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경계에 서서 경계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다양한 독후감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별 관심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것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삶의 모습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이 책 읽고 '페미니즘의 도전'도 사서 읽고 있다. 언어를 사용하고 다룰 때 무의식적으로 당연히 여겼던 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려고. 그리고 책을 읽고 나만의 이야기로 리뷰를 쓰려고 한다. 무엇이든 나의 언어로 나의 이야기로. 

 

생각해볼 문장들이 많다. 옮겨 적어 보련다.

 

그리고 이번 책 출간과 더불어 한겨레에서 인터뷰한 기사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1221.html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다. -p14

어느 누구도 아무 책이나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

아는 방법이 아는 내용을 결정한다. 별개로 존재하는 지식은 없기 때문이다. -p15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 텍스트를 통과하기 전의 내가 있고, 통과한 후의 내가 있다. -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 있다. 이것이 자극적인 책이다 -p19

내가 습득한 책 읽기 습관을 요약해본다.
1. 눈을 감아야 보인다. (in/sight)
2. 새로운 것을 얻으려먼 기존의 인식을 잠시 유보하라(판단 정지 epoche)
3. 한계와 관점은 언어와 사유의 본질적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4. 인식이란 결국 자기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나의 시각을 객관화 하는 것이다.
5.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
6. 선택 밖에서 선택하라.
7. 궤도 밖에서 사유해야 궤도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8. 대중적인 책은 나를 소외시킨다.
9. 독서는 읽기라기 보다 생각하는 노동이다. -p24

책 읽기는 책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입체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가/어느 순간/어떤 내용과 접속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사건이 만들어진다. -p27

누구의 인생도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는 없으며 동시에 평생 피해자인 사람도 없다. 피해는 상황이지 정체성이나 지칭이 될 수 없다. 타자화는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정의하는 것. 그것 자체가 폭력이다. -p70

사랑한다는 것은 약점이다. 사랑이 내 몸에 거주하는 것은 축복이지만 연결되고 싶은 욕망은 지옥이다. -p80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 약자가 될 뿐이다. 모든 비극은 경험의 시간 차에서 온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반대인 것. p-93

떠난 자는 말이 없다. 대단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부재하니까 침묵인 것이다. 반면 남겨진 자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다. 그리움, 슬픔, 체념, 자책, 희망 "십리도 못 가 발병 난다."는 저주까지. 그래서 예술은 고통받는 사람의 필수품이요, 특권이다.
대화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말을 섞는 것은 살을 섞는 것보다 훨씬 육체적인 행위다. 대화는 상대의 몸에 삼투압을 일으키고 화학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몸의 변용이 인생이고, 삶이 고해인 이유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그런 이를 만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p118~119

우리가 모르는 것은 언제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미래는 오지 않은 현재의 연속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 피터 드러커, 앨빈 토플러 등 혁신가들의 말대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직접 실현하는 일뿐이다.(하지만 `의지의 실현으로서 미래`가 근대성의 핵심이고 비인간성이다)
나는 미래에 고나심이 없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인생은 `사후 해석`이다. 그때 혹은 지금 일어난 일의 의미를 당시에 아는 사람은 없다. 나중에 `주변이 정리된 후`. 즉 맥락이 생긴 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며, 이는 사건 이후의 삶에 따라 달라진다. -p238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讀後感).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感想)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통과할 수도 있고 몸이 덜 사용될 수도 있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당연히 내용 요약으로 지면을 메울 필요가 없다. 독후에 자기 변화가 없다면? 왜 없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쓰는 것도 좋은 독후감이 된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아무 느낌이 없었을까도 좋은 질문이다. 자기 탐구가 깊어진다는 점에서 더 좋은 독후감이 될 확률이 높다. 자신의 경험, 인식, 지식 가치관, 감수성에 따라 여정의 깊이는 달라진다. 독후감의 수준은 여기서 결정된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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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 -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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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리뷰를 보다가 호기심에 구입해서 읽었다. 페미니즘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무엇이 페미니즘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 그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운동이라는 정도만 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부정적 편견 때문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간 표지의 책을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소심한 걱정도 솔직히 들어서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리뷰에 글쓴이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너무나 공감이 갔기 때문에 리뷰 보자마자 바로 구입. 그리고 독서에 돌입했다.

 

뭔가 끌리는 표지와 다르게 책은 재미없을 정도로 심심한 구성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정말 정직하게 나를 내용으로만 평가하라는 인상의 책. 쉽게 읽힐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손에 잡으니 놓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고 있고, 읽어보지 못한 고전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저자의 경험과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 및 정리 등이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결혼을 한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상황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나, 환상적인 대도서 뉴욕에서 사는 저자나 같다는 것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일을 포기하고 결국 육아와 가사에 몰두하게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엔 '친정엄마'를 통해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지만 (병행하더라도 결국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엄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금전적 보상 등으로 인한 다양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저자는 결국 직장을 포기하고 프리랜서 작가를 선택한다. 하지만 가사와 아이를 돌보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기는 분명 힘들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가정을 꾸렸고, 부모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가사와 육아는 분명 여자가 더 많은 부분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여 살다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살게 되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즘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된다. 저자의 경우 그 의문의 과정을 단순히 넘긴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고전 강의'를 통해서 여성의 역할과 삶에 대해 스스로 공부를 하자고 결심하고, 대학에 문의하여 관련 수업을 2년 간 청강한다.

 

이런 과정이 서술되는 부분에서 진짜 공부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을 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을 때 그것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알기 위해 시작하는 공부. 이 책의 저자는 진짜 공부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고전 강의'를 청강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페미니즘 작가들. 수업 중에 거론되는 작가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버지니아 울프나 시몬 드 보봐르 정도이지만 다른 저자들의 삶과 그들의 저작에 대한 소개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있어 어렵진 않았다.(다만 뒤에 본문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번역이 되지 않은 책들이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쉽긴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맞딱들이게 되는 상황들을 공부한 내용과 더불어 이해하는 과정이 좋았다. 단순히 강의를 듣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상황들과 문제들에 적용해서 이해하는 점.

 

저자는 수업을 통해 페미니즘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단순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강요되는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 혹은 여성의 몸에 대해 성적인 자유를 표현하거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까지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각 시대별 대표 저자들의 삶과 주장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저자도 처음에는 육아와 살림에 지쳐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이 점차 없어지는 현실에 수업을 듣게 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그러한 일을 언급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수업을 통해서 배워나간다. 나 또한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 관한 수업 내용을 통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것에 대한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책의 결말에서 저자는 가사와 육아를 도맡으며 사는 삶과 혼자서 살며 자유롭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는 삶 중 어느 것이 낫다고 결론내리지 않는다. 스스로 가족과 육아에서 느끼는 사랑과 행복에 충분히 만족해 한다. 수업을 통해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여성의 삶이,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 의해 페미니즘이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는지 책을 통해 읽고, 이해하고, 토론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설득해가며 생각을 넓혀간다. 그 과정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어떤 것이 행복한 것이다 라고 정의내리기 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표현하고, 이야기 나누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 말하려고 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어떤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던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고, 역할에 따른 부담감에 의해 우울증도 왔었고,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눈물로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느정도 자란 지금도 일을 마치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고, 밥을 챙겨줘야 하며, 목욕시켜야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먹거리를 장만해야 한다. 또한 돈도 벌어야 하고,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고, 적금도 넣어야 하며 이런저런 대소사도 신경써야 한다. 문제는 그 일을 왠지 나만 하고 있다는 생각과 잘못하면 모두 나에게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 때문에 많은 죄책감이 든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게 참 억울하고 힘들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하고, 다들 그런다는 말이 더 맘 아프게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마음이 다소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사회,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에 대한 역할 모델 수행을 완벽하게 이룰 수 없다는 것. 그냥 그것만으로도 지금 내가 나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싸우고, 표현해왔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비난받고, 상처받으며 심지어는 자살까지 했다. 그 아픔 위에서 이만큼의 결과를 얻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정희진 선생의 책을 한 권 카트에 넣어두었다. 다음 책으로 읽으려고. 삶에서 겪게되는 내 일들을 책들을 통해서 나도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내 삶도 저자처럼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다.

 

사족.1. 원제가 뭔가 싶어 봤더니 '여성을 읽다(reading women)'이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어디서 나온거지?

       2. 책이 좋아서 서평을 쓰고 싶었는데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글을 써서 아쉽다. 글쓰기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3. 책 뒤에 소개 되어 있는 책 속에 강의 토론 교재로 사용된 책들 읽고 싶다. 근데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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