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1993년도에 오프라가 마이클 잭슨을 독점 인터뷰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 속 서른다섯의 마이클 잭슨은 이미 정점에 서 있고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꿈들을 한데 모아 건설한 그만의 원더랜드는 아직 각종 추문으로 얼룩지기 전이다. 그럼에도 그는 슬퍼 보인다. 그 자신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무대에서 내려오면 언제나 울었던 자신을 슬퍼한다. 잭슨 파이브 시절의 성공은 그에게 어마어마한 대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단 한번도 또래 친구와 놀거나 그 나이 아이들이 당연시하는 평범한 것들을 즐긴 적이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지나쳐 스튜디오에 가야 했던 어린 팝스타는 흐느껴 울곤 했다. 이러한 결핍은 죽기 직전까지도 그를 괴롭혔다. 그에게 박탈된 어린 시절의 평범한 추억과 성장통, 아버지의 학대는 그를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기술을 너무나 어렵고 먼 것으로 만들어 버린 듯해 마음이 저렸다.


어린 시절에 간직했던 아름답고 신성한 추억이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을 많이 간직하게 되면 한평생 구원받게 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시네 형제들>중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중 재인용
















나의 어린 시절 역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평범한 다른 여느 어른들처럼 영원히 복기하고 싶은 빛나는 순간들이 한켠에 쌓여 웅얼대고 있어 힘들 때 귀기울이게 한다. 마이클 잭슨처럼 비범한 재능이나 특수한 상황이 없는 대신 거기에는 수많은 지난한 아무렇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에피소드들이 밀고 들어와 풍화되고 있다. 물론 그처럼 구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던 적도 많고 상실의 경험도, 소외된 생채기들도 있지만 그 사이 사이에는 다정한 손편지로 따스한 위로를 주었던 친구들, 나무의 옹이마냥 거칠거칠한 손으로 항상 손녀를 이고 지고 걸었던 할머니, 힘든 삶의 굽이마다 바람막이가 되어주려 했던 부모님, 친구보다 더 친구 같았던 동생들이 그 시간 안에 고여 있다. 불평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 한데 어우러져 나를 성장시켰다. 한편 해결하지 못했던 그 성장 과정들의 감정적 부채들이 언젠가는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든다.


시간이 모든 것을 파괴하거나 완벽한 치유나 망각을 가능하게 하는 전지전능한 권력자는 아닌 것도 같다. 하나하나씩 그 시간의 비늘은 벗겨지고 그 안에 소장된 것들이 돌아오며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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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6 1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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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0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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