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특별하지 않아 - 어느 교사의 맵고 따뜻한 한마디
데이비드 매컬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2012년 6월 보스턴 교외의 웰즐리의 한 공립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졸업식 축하 연설은 특별했다. 연설자인 데이비드 매컬로는 이 학교에서 실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였고 졸업생들과 비슷한 연령의 청소년을 포함한 아이 넷의 아버지였다. 이제 더욱 커다란 성취, 좌절의 장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흔히 장밋빛 전망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며 더 많이 욕망하고 성취하라고 독려하는 여느 졸업 연설들과는 달리 데이비드의 연설은 각자가 지나치게 특별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위대한 업적이나 성과 위주의 사회적 평가 체계에 함몰되지 않기를, 단 진짜 삶을 살게 되기를 기원했다. 이러한 그의 연설은 큰 화제가 되었고 이후 이 책을 집필하게 된다.

 

이 책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유한한 삶을 다시 한번 제대로 고쳐 사는 것이 되기를 은연중에 바라는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아이들의 좌절 경험까지 통제하려는 것이 얼마나 그 아이들의 삶에 무익하고 심지어 위해를 가하게 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아이들에게 했던 졸업 연설은 기실 그 아이들을 통해 성취의 트로피를 착복하려 했던 수많은 부모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오직 대학에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서 학교 수업을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통해 선문답을 하는 식으로 학문의 정수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깨워주는 정경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매혹적이고 유머러스하다. 진지할 것 같지 않은 장난꾸러기들은 하나씩 호기심을 가지고 졸던 고개를 들어 데이비드 매컬로 선생을 쳐다보며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도 중간인 아이도 느린 아이도 모두 그에게는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아이들이었다. 교육계에 점차적으로 만연하는 그 수많은 불평등을 출발선부터 배치하는 입시 제도에 대한 일갈은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이 책이 그의 명연설의 늘어지는 버전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기본은 그것에서 출발하지만 이미 고등학교 교실을 떠난지 한참 되어 이제 우리의 녀석들을 거기에 들여놓아야 되는 나이의 사람들까지도 이 노교사의 위트 있는 수업 광경에 대한 묘사와 삶, 성장, 교육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학적 진격 명령으로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환한 것은 이 이야기의 마무리로 맞춤하다.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기대로부터, 금지로부터, 부러움으로부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배움은 끝이 없다. 끝이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인간의 나이듦이 성숙이 아니라 아집과 독선과 망령과 뒤섞이기 쉽다. 실제 작금 벌어지는 상황들도 그렇지 않은가. 기대와 금지와 부러움과 두려움에 꽁꽁 묶여 학교 교실에서 영희와 영수로부터 출발했던 그 단순하고 쉬웠던 기본적인 도덕률마저 망각하고 벌이는 작태들이 역겹다.

 

사는 것은 준엄하고 어렵다. 항상 이런 교사의 조언과 질책을 둘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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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0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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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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