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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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베네수엘라가 3년 새에 열악한 공중보건으로 신생아 사망률이 백프로 증가했다는 외신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했던 정부의 붕괴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예측 변수가 '높은 유아 사망률'이라는 지적의 예증 같다. 이는 저자의 말처럼 높은 유아 사망률이 정부가 허약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라는 것과 통한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국가의 역할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유독 이 책에서 열대국가들의 문제를 공중 보건 정책의 관점에서 조명한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인 셈이다.

 

<총,균.쇠>의 저자로 각광받은 저자는 언뜻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어려운 얘기를 하는 석학으로 비쳤다.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이 그러한 선입견을 깨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지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대단히 광활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노교수의 육성이 들리는 듯할 정도로 생생하고 쉽고 지루하지도 않다.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테러와 환경 오염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한 진단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역사적이고 지리학적인 저자의 식견에 근거한 해법은 사변적이지 않으면서 진지하고 통찰적이다. 저자가 지리학 교수인 만큼 지리학적 위치가 어떻게 그 나라의 경제와 제도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결론적으로 부의 불균형을 낳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중국과 유럽의 원정대를 비교하며 결국 중국이 세계의 선두적 위치를 차지했을 수도 있었을 과거의 기회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에 역사적 분석도 인상적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오히려 여기에서 '사공이 많아 배는 계속 나갈 수 있었다'로 치환되어도 무방할 듯하다. 정화의 원정대는 황제가 함대의 파견을 중단하는 것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반면에 유럽의 원정대는 여러 통치권자들의 지원을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어 계속 이어져서 세계 정복의 동인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편 현대의 중국의 영향력과 미래 전망에 대한 모호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언급이 아쉬웠다.

 

'건설적 편집증'이라는 저자의 용어는 꼭 국가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인의 삶에 적용할 만한 지침이 된다. 현대인들은 테러, 전쟁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음주, 흡연, 낙상 같은-은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은 개인 생활에서의 위기 관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조언이 된다.

 

현대의 각종 테러, 난민 문제를 세계적인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만 단순화하여 선진국의 경제 원조와 지원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문제를 평면적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당연히 경제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 보니 다른 안전하고 풍족한 국가를 공격하거나 그곳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것 때문에 난민이 되고 테러를 가한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국민들을 잠재적 난민과 테러분자로 낙인 찍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개인이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들보다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반드시 무겁고 어렵게 이야기되지 않아도 된다,는 전범을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위기 문제의 해결이 개인의 삶에서의 위기 상황 타개에서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여러 예시와 접목시켜 보여주는 대목은 개인의 사적인 삶과 공적인 영역에서의 문제 해결과 역사의 과정이 분리될 수 없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방식에 어떤 노력과 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은 결국 닮아 있다,고 느끼게 한다.

 

'일인당 평균 인간영향'이라는 용어는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자원량과 생산하는 평균 폐기물량을 뜻한다고 한다. 이것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화석연료 소비와 비례하므로 결국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게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살면서 소비하고 쏟아내는 모든 것이 지구를 황폐화하는 데에 일조를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매주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한 가족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지 놀라게 된다. 내가 지구를 차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적게 소비하고 적게 오염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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