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롤리타>를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는데 이 책 참 이상한게 읽고 나서 계속 생각난다.
끈적끈적한 잔상 때문이 아니라 괜히 마음이 처연해진다고나 할까. 네이넘에 로리타를 키인하면
당장 19금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시 롤리타라고 치면 영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도미니크 스웨인 주연의 영화인데 호평 일색이다.
책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있다. 장면 하나하나가 뮤직비디오 같다나. 실제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경력이 있단다. 

그런데 98년도 영화를 어둠의 경로로 찾아 보려 했던 눈물나는 시도는 좌절을 거듭했다.
일단 롤리타, 롤 리 타, 심지어 lolita, 롤리, 어둠의 망 구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것을 향해
암호를 해독하듯 이리저리 설레발을 쳐봤지만 야동 목록만 뜬다. 저작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린 그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다 서광을 만났다. 열심히 다운받았다. 

그런데 일이 너무 쉽다 생각해서 중간 정지하고 play 해보니 고색창연한 흑백화면이 뜨더라.
큐브릭 오빠가 60년대에 롤리타까지 손댄 지는 몰랐다.  

언덕 위 집에서 빵사먹으러 아기랑 내려가는 길은 고행이었다.
다시 내가 롤리타를 빌리러 그 전혀 친절하지 않은 대여점 아저씨한테 가서 롤리타를 발음해야 하나? 
나보코프 아저씨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이라 했던 그 롤리타가
그 나른한 아저씨 앞에서는 분명 젊은 애엄마가 이 추운데 애까지 데리고 나와 볼만치 화끈한 것으로 둔갑할 것이
분명한데. 

원래 가질 수 없는 것은 더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당장 롤리타를 그 제레미 아이언스의 시원하면서도 아득한 눈빛이 연기하는 험버트를 보지 못하면
안될 것 같은 절박감에 아니면 사서라도 봐야 겠다고 결심한 와중에... 

롤리타는 요기에 있었다. 그것도 대여료만한 가격에.
문제는 오늘 주문해 버린 안나 카레니나에 추가 주문을 해 보려 했는데 이미 출고 작업중이어서 안된다는 것.
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알아버렸다. 내가 요즘 실제 세상에서 격리되니 그런 간접 경험들에 집착하게 되버렸다는 걸.
경험한 것은 적고 읽은 것은 많았다,는 보르헤스가 왜 그런지 알아 버렸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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