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을 글쓰기에 활용할 때는 자칫 독자와 유의미한 접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으려면 그 이야기는 내면으로의 침잠이 아니라 본질로의 천착과 외연으로의 확장의 균형점을 적절히 찾아야 할 것이다. 우울증에 25년간 시달린 박물학자 에마 미첼이 일 년 동안 집 주변의 숲속을 산책하며 만난 야생식물과 동물, 곤충을 수집하고 배열하여 사진찍고 그리고 기록한 이 관찰기는 그녀가 완벽하게 치유되었다는 과장된 결말을 제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있는 힐링의 여정을 제공해준다. 11월 6일 그녀는 숲속에서 산사나무와 가시자두와 화살나무와 들장미와 너도밤나무 가지를 주워 펼쳐놓고 사진을 찍어 이 책의 삽화를 만든다. 그 삽화를 들여다보는 나는 단 한번도 그러한 것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명명하며 관찰한 경험이 없어 어느 것이 어떠 이름에 대응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한참을 멈추어 그녀가 펼쳐놓은 색과 빛에 젖는다. 자연의 그 무수한 다양성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생존의 주기에 경탄하다 보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겪는 모든 고단한 것들도 결국 어떤 섭리에 귀의할 것임을 믿게 된다.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책이다.
















일본계 작가의 십 대 아들이 영국의 공립 학교에 진학하여 겪게 되는 계층과 인종의 긴장과 갈등의 성장기는 쉽게 읽히고 공감의 영역이 넓다. 특히 사춘기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아이가 학교에서 겪게 되는 각종 갈등 상황에 저자인 엄마가 반응하는 공감어린 대화의 방식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을 것같다.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사회에서 교육의 기회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거하여 작동하여 결론적으로 위계를 만들어버린 영국의 교육 체계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다.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 학교와 저소득층이 다니는 공립학교가 연습하는 수영장 레인을 노골적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모습에 특히 놀랐다. 아이들 마음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에 대한 명확한 경계와 장벽이 자리잡고 때로 그러한 낙인을 서로에게 붙여 도발하는 현장에 어른이 어떻게 현명하게 개입하는지에 대한 예시는 씁쓸한 한계를 노출한다. 평등과 자유가 어떻게 절충 지점을 찾아야 하는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현장에서부터 가장 사려 깊게 시도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방관과 편견과 이기심이 어떻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 파고들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 같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에 왠지 낯익은 묘사들은 기시감이 든다. 헤밍웨이는 쉽고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탁월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많은 단어나 복잡한 문장 구조를 쓰지 않고 툭툭 던지는 짧고 활력 있는 문체로 그 어떤 공간과 사건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그의 재주에 경탄스러웠다. 위대함이란 이렇게 태어나는 것같다. 배의 구조와 관련한 전문 단어들은 사실 잘 와닿지 않아 아쉬웠다. 한글 단어를 찾아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바다와 거대한 물고기를 상대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 결국 다 잃고 돌아와 깊은 잠에 빠진 노인의 모습은 인간의 삶 자체의 은유 같아 가슴이 저릿하다. 그러한 노인 곁에서 훌쩍이는 소년의 모습은 노인의 그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시도가 가지는 궁극적인 의미를 암시하는 듯하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사랑, 공감, 소통. 그리고 우정. 짧디짧은 책의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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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09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지요?
아이들 학교 안 가니까 많이 힘드시겠지만요~.^^;;
˝개인적인 체험을 글쓰기에 활용할 때는 자칫 독자와 유의미한 접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으려면 그 이야기는 내면으로의 침잠이 아니라 본질로의 천착과 외연으로의 확장의 균형점을 적절히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글 읽고 반성합니다. 딱 저에게 해당되는;;;;
하지만 저처럼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을 도리가 없더라구요.^^;;;
글을 쓰다보면 블랑카 님처럼 잘 쓰게 될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요???응??^^;;;;
좋은 글 잘 읽었어요!^^

blanca 2020-04-09 09:21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이제 두 달째에 접어드니 점점 지겨워지는 것 같아요. 오월이라도 개학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게다가 온라인 개학이 여기는 처음이라 그런지 버벅대고 시행착오가 많아서 여러가지로 어려워요. 미국도 빨리 진정되고 빨리 전세계적으로 확 사그라들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에잇, 라로님 이건 저한테 하는 이야기였는데요? 한국은 지금 봄이 한창이라 이 상황이 더욱 실감이 안 납니다. 다만 갑자기 미세먼지가 확 사라져서 실감해요. 작년 이맘때 미세먼지 대단했었거든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이 시간 잘 이겨내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