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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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언가의 노하우를 담은 책, 특히 글쓰기에 관련한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내가 잘 쓴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과연 쓰는 일에 노하우를 장착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서였다. 잘 쓰는 방법을 특히 읽는 이의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를 장르에 관계 없이 전수한다는 게 가능할까? 스티븐 킹이 작법에 관련된 책을 내기는 했지만 그건 어떻게 하면 자기처럼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작가가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일환으로 글쓰기를 끌어온 경우라 예외라고 치고 나면 '쓰기'를 화제로 삼은 책은 상대적으로 '읽기'에 비해 큰 호응을 못 받은 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빨간책방> 팟캐스트의 '신임자' 이다혜 작가의 바로 그 '쓰기'를 다룬 책이다. 개인적으로 그녀를 좋아한다. 이유는 내 자존감이 추락하고 있을 때 그녀가 딱 맞춤할 때 바로 나를 향한 것 같은 의미심장한 (당연히 서로 일면식도 없으니 착각이다) 응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익명의 다수를 향한 발언임에도 공허하거나 좋은 사람 척하고 싶은 데에서 나오지 않은 그 이야기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담담한 어조, 솔직한 이야기와 시원한 웃음소리가 그 이후로 더 좋아진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이 리뷰는 기본적으로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와 기자로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글쓰기에 관련한 출발점과 도착지는 한번 동행할 가치가 있어 보일 정도로 유익한 조언들이 많다. 무엇보다 읽는 이보다 쓰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현 세태에 대한 분석, 쓰기를 통해 나다워지면서 내 안에 침잠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은 날카롭다. 


좋아하는 작가가 올리버 색스로 겹친다는 점도 반가웠다. 이다혜 작가가 즐겁게 읽은 추천 도서 목록도 더불어 온다. 쓰고 싶었던 사람이나 쓰지만 흔들리는 사람이나 써도 써도 발전이 없다고 여기는 이들, 그저 읽기만 하는 모두에게 유쾌하고 지루하지 않은 책이 될 것 같다. 편집자로서의 감수성이 퇴고할 때 어떻게 발휘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모두에게 자신의 문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내가 자주 쓰는 문장에 저자가 지적한 좋지 않은 요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직업적으로나 여유 시간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하여 오히려 이러한 책들을 읽으며 자신의 글을 남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호응을 보인다면 좋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목표치는 아닐 것이다. 나는 이미 쓰면서 얻는 것들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의 흔적을 남기면서 또 다른 값진 경험을 하는 중이니까. 이 책은 그 점을 잊지 않고 쓰는 일을 함부로 단정짓거나 폄하하지 않게 해준다. 


'쓰기'에 관련한 책을 읽으며 쓴다는 건 묘하게 유쾌한 일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여전히 억누르지 못하며 저자가 좋지 않은 문장으로 거론한 예에서 되도록 멀어지려 애쓰며 나다움을 유지하려 꿈틀대는 내 모습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건... 음, 여전히 나에겐 도전 과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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