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읽은 책.
지난 6월 그림책 독서회 회원들과 함께 방문한 '그림책 카페-노란우산' 에서 구입한 <세계 그림책의 역사>. 진도는 잘 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이번 주는 드디어 '일본' 편을 넘어 '한국' 편까지 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꼭 그림책의 '역사'까지 알아 무엇하리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스웨덴'편이 그랬다.
가장 형편 없었던 것은 '일본' 편이었다. 내용이 부실했다기 보다. 부실한지 어떤지 평가할수도 없이 죄다 일본어였는데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까막눈이라는 것은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하지메테노오즈카이>란 도대체 무슨 내용의 그림책일까? 스웨덴 그림책 제목은 다 번역해 표기해 주었으면서 <민나빗구리>책은 무슨 뜻인지 당연히 독자가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이건 뭐 일제시대도 아니고, 난 일본어란 단 한글자도 모른단말이다. '일본'편 내내 알아들은 것은 조신타와 고미 타로 뿐이었다. 그나마 그들이 지었다는 책도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편은 이제 들어가서 막 일제와 한국전쟁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 시대의 인물은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윤석중, 홍성찬 등 그래도 아는 인물도 종종 나오고, 꽤 재미있다. 의미도 있고.
우리 일러스트가 이 시대에도 수준이 괜찮았다 싶었는데, 그냥 요즘 복고나 빈티지 일러스트를 보는 그런 기분에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58년 이후 학원사를 위시로 방문 판매가 유행하면서 할부라는 결재방식과 도불어 시장이 확대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나도 80, 90년대 엄마가 엄청 전집을 들여놔줬는데, 그때 읽었던 책들이 내 어린 시절의 추억 대부분이고, 지금 내 독서의 기반이다. 근데 그 역사가 58년부터였다니. 매번 한질씩 전집을 들여놓는 통에 그냥 단행본으로 사 읽히라는 아빠와 매번 싸웠던 엄마의 논리는, 전집으로 사야 안 읽을만한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전집을 구입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때 우리집의 세계명작전집이 아니었으면 '15소년 표류기' 같은 소년 취향의 책은 안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공녀', '작은아씨들', '빨강머리 앤' 등을 몇번씩 재탕하고, 그리고 다른 책들도 모두 읽고서 거의 마지막에 읽었던 이 책이 꽤 감명 깊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림책의 역사. 진도가 좀 안나가서 그렇지...
도서관의 효용성, 책의 즐거움을 익살맞게 전달해준 <도서관에 간 박쥐> -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 알맞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가 쓰고 질 캐스트너가 그린, 8월에 읽으면서도 마치 11월 한복판에 와 있는듯한 느낌의 <11월>, 그림이 너무 좋았던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노란우산 점장님께 소개받았던 <위에서 아래에서> 등등의 그림책들.
장강명이 기획한 서평집 '한국 소설이 좋아서'의 서평은 안 읽어봤지만 - 좀 고민했는데, 그냥 맘 편하게 안읽기로 했다. - 서평집에 언급된 책들은 다 읽고 있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정용준 소설집<가나>, 김탁환의 <목격자들>이다.
가끔 서평집 책들 중 정말 한국 소설이 안 좋아지게 만드는, 내 취향이 아닌 책들이 있는데, 이번 소설들은 좋았다.
<목격자들>은 따로 소감을 밝히고 싶다.
<가나>의 소설 중에서는 '굿나잇, 오블로', '가나',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벽' 등이 흥미로웠다. 소설집 뒤편의 평론도 좋았다. 가끔 평론이 너무 난해해 잘 읽은 소설도, 내가 뭘 읽은거야 하고 반문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번 평론가도 초반에는 그럴 뻔하다가, 무식한 나같은 독자를 위해 적당한 타이밍에 방향을 선회해 소설을 잘 이해하게끔 해줬다. 무릇 진정한 평론가라면 그래야하지 않을까. 한국 문학의 평론가들은 무식한 독자들 또한 한국 소설을 좋아하게 만드는데 일조할 지어다.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단양에 내려갔다. 아픈 엄마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염치 없어하면서도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영화도 한편 보고 혼자서 500피스짜리 퍼즐도 하고. 여하튼 참 좋았는데, 쩝.
그래도 이번주는 영아가 캠프에 간다. 일요일에 태풍이 온대서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둘보다는 하나가 어디냐, 이번 주말은 낮잠같은, 짧지만 달콤한 시간이 될 것이다. ㅎㅎㅎ
책으로 읽은 적은 없는데,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미비포유'를 봤다.
처음에는 여주인공 눈썹이 너무 신경쓰였는데, ㅋㅋㅋㅋ 여하튼 엄청 사랑스러운 여배우다.
나중에 이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면 또 보고 싶다. 진짜 매력적이었다.
영화 <러브레터>를 본 후론 늘 사랑은 짝사랑이거나 한쪽이 죽는 사랑이어야 진정 아름답게 끝난다는 생각을 했다. 이루어지는 사랑은 현실이 되면서 구질구질해진다. <미 비포 유>는 내 결혼 생활과 함께 그걸 증명하는 또 하나의 영화다.
이번주는 참 많은 걸 했다. 일 주일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야무지게 잘도 썼구나. 뿌듯하다.
그런데 일지를 쓴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계속 쓸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