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의 독서보다 아이들의 독서가 더 신경쓰인다.
조바심이 난다.
내가 딱 우리 아이들 나이일 때 읽었던 책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었고,
내 인생의 책들은 대부분 그 시절 언저리에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되어 찾아볼수 없는 학원출판공사의 메르헨 전집-간혹 헌책방에 나오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제목도 가물가물한, 내게 깨알 같은 재미를 주었던
그래서, 무료했던 나의 유년을 상상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던 많은 책들.
그 책들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고, 같이 공유하고 싶지만,
시간의 힘은 거스를 수 없기에,
이제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얼마전 내가 진 짜 재미있게 읽었던 '꼬마 흡혈귀' 시리즈가 개정되어 나온 것을 보고 얼른 구입했다.
독일 소년 안톤과 진짜 흡혈귀 루디거, 그리고 안톤과의 분홍빛 로맨스를 꿈꾸는 루디거의 동생 안나의,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과 흡혈귀의 진정한 우정이야기이다.
내가 몇 번이나, 아니 십수번 읽었던 책인데,
거북이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다시 펴냈다.
이런 추억의 책을 발견하면
진짜 초등 동창을 만난 것 같이 기쁘다.
(아니, 초등 동창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골라오는 책은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아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지만,
일단 한 번 들추어 읽으면 분명 재미있어 할거라 생각한다.
'꼬마 흡혈귀'를 다시 펴낸 거북이북스라는 곳이 너무 고마워서,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자,
검색을 하다보니, 조선일보 9월 5일자 기사가 있다.
헤드라인이 <3040세대 추억 안고 돌아온 '꼬마 흡혈귀'>다.
아마도 나 같은 부모가 많은가보다.
기사를 읽다보니,
그리고 그때 읽었던 책의 제목이 '꼬마 흡혈귀의 비밀데이트'였다는 것도 기억이 났다..
그때 그 삽화가 더 좋았는데. 제목도 예전 것이 더 낫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5/2017090500116.html
가끔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다시 나와 찾아보면 제목과 삽화가 달라서 좀 속상하다.
나는 내 추억 속의 제목과 삽화가 늘 더 좋았다.
익숙함이 가지고 가지고 있는 착각일 수도 있지만.
꼬마 흡혈귀의 귀환에 힘입어
작심한 김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메르헨 전집에 있었던 책들 중 개정되어 나온 책들을 검색해서 몇 권 사왔다.
이 중 <꼬마 마녀> 와 <꼬마 물요정>은 삽화까지 그때의 것과 같아서 더 반가웠다.
<엉망진창 수도꼭지>와 <마녀는 싫어('마녀가 되고 싶지 않은 소녀'로 개정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음)>,<하늘을 나는 버찌 아주머니>는 꼭 구하고 싶은데, 아, 맘처럼 되지 않는다. 이건 뭐 출판계의 사정도 있는 것이고, 나의 자금 사정도 있는 것이고 해서...
아, 그리고 <사과나무 위의 할머니>는 아이들 학교에서 꼭 읽으라고 권해준 '윤독도서'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어린이들에게 권해주는 책으로 전해내려오다니(?) 감회가 새롭고 뭐랄까. 온 세대와 공감하는 기분이랄까.
이번 주는 책은 거의 못봤다.
아이들이 도서관 전자누리실에서 '머털도사' dvd를 빌려왔다.
이건 너무 옛날 만화영환데 어떻게 이런 걸 빌려왔지 싶었는데
학교에서 보여줬는데 뒷부분을 다 못봐서 궁금했단다.
뭔가 엉성한 그 시대의 화면이지만,
다시 봐도 생각보다 스토리가 꽤 치밀하다.
재미있게 봤다. 특히 108요괴보다 '또매' 에피소드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머털이의 인성이 돋보인달까.
추억의 만화영화를 아이들 덕분에 봤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하다. 일주일 내내.
색다른 기분이었다.
다음 주는 좀 더 내 독서에 힘써야 겠다.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싸여 있는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고
졸음의 계절인지, 잠을 주체할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