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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이 쓸쓸했다.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운동장은 그 학교에서 가장 표정이 풍부하고 가장 인간적인 존재였다. 살아있는 학생들보다 더.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에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개미나 벌을 더 닮았다. 교사들은 지친 로봇 같았다. 운동장은 재래시장의 늙은 상인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대낮을 견디다 하교시간 즈음해서 제 혈색을 되찾았다. 운동장의 성별은 아마 남성인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친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즐거워했으니까. 운동장은 신화적인 존재이기도 헸다. 해질 무렵부터 슬슬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해 밤이 되면 귀기를 몸에 둘렀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다시 사소하고 조잡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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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란 가능한 적고 얕을수록 좋다고 은기는 생각했다. 그게 인간관계를 오래 온전하게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얕은 대화는 얕은 갈등을 만들지만 깊은 대화는 깊은 갈등을 만든다. 대화가 뭔가를 해결해준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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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내가 외국인을 밀치고 허둥지둥 지하철 빈자리로 달려가면, 내가 왜 지하철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빈자리를 찾는지 그 이유를 이 나라가 궁금해할까? 아닐걸? 그냥 국격이 어쩌고 하는 얘기나 하겠지.

- chapter7. 남십자성 中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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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아이들은 조금 뒤처지는 아이들에게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되므로 더욱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가 설명한 내용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또 선생님 입장에서 설명해봤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할 때도 이미 출제자의 입장에서 공부하게 된다. (중략) 

  그 결과 선유는 고등학교 내내 같은 반 아이들의 가정교사 노릇을 해주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늘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자기 반에서 자신에게 무언가를 묻지 않은 아이는 한 명도 없을 정도라고 했다. 나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은 배운 것을 가장 확실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니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했다.

 

- 5장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中 230~231p.

 

 

  시험에서 강력한 그릿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목표설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등수나 점수를 목표로 삼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등수보다는 점수를 목표로 삼기를 권한다. 등수나 점수에는 모두 운이 따른다.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사항을 목표로 세우면, 자연히 마음이 불안해진다. 따라서 등수나 점수가 아니라 '내가 세운 시험공부계획의 100% 달성'을 학업 목표로 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무리다 싶을 만큼의 공부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된다.

 

- 5장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中 236p.

 

 

  고3이라면 목표를 대학 합격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는다'로 정해보자. 고3이라는 1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지나간다. 고3이 끝난 시점에서 지난 1년을 전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을 목표로 삼아라. '다시 고3으로 돌아간다 해도 내가 지금껏 노력한 것보다는 더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라. 그렇게 해야 결과가 좋든 안좋든 후회 없이 그 결과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5장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中 237p.

 

 

  학습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상당수의 학생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에 몇 시간을 어떻게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게 아니라, 일단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즉 게임이나 만화책 등을 끊겠다는 결심부터 한다. 하지만 노는 것, 쉬는 것의 반대가 공부는 아니다. 전혀 놀지 않는 다고 해서 나머지 시간을 전부 공부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5장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中 238~239p.

 

 

  게획을 짤 때는 '이만큼 하면 많이 하는 거지 뭐.'라는 한계를 두는 대신,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공부량을 전제로 한 계획을 세워보자. 그러고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여라. (중략) '이것을 하루만에 내가 다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싸워 이긴 것이기에, 게임보다 훨씬 더 짜릿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것이 열정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 5장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中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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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림책 작가는 귀빈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일상 생활 속에 숨어 있는 매력을 찾아내어 쓴 샬로트 졸로토우의 <한 걸음 두 걸음>. 사물에 대한 어린이들만의 정의(定義)를 모은 루드 크라우스의 <구멍은 파는 것>, 그리고 옛날이야기나 전설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마샤 브라운의 작품이 그림책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기준은 1960년대에 씌어진 에즈라 잭 키츠의 <애완동물 쇼>,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버나드 웨버의 <악어 라일, 동물원에서 도망치다>, 빌 피트의 <하늘을 날아가는 다람쥐>, 토미 웅게러의 <달 사람>으로 이어져 더욱 깊이 있게 향상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 그림책의 매출이 떨어지자,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편집자의 눈도 엄격해졌다. 그 중에서도 제임스 마셜, 로리 시갈, 토미 드 파올라, 데이비드 맥컬리 같은 신인 작가의 작품에는 어린이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신념이나, 일상생활 속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야한다는 루시 스페레이그 미첼의 주장은 아직까지 살아있다.

   1960~70년대가 되자 그림책의 세계에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사람이 평생 동안 지니게 되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의 형성에 그림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꼬마 검둥이 삼보>는 100년 전부터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림책의 고전이지만, 주인공인 동인도 소년이 지나치게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고 어른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었다. <중국인 다섯 형제>는 클레어 허쳇 비숍이 이야기를 다시 꾸미고, 커트 비즈가 노랑과 검정 두 가지 색깔로 그림을 그린 걸작인데, 이것 또한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중국계 시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소리가 일었다. 부모나 교사, 도서관 사서, 그리고 출판인들 사이에서는, 교외에 사는 백인 중류가정이 무대가 되고 앞치마를 두른 엄마와 신문을 읽는 아빠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회의식이 높아진 현대의 그림책은 지금까지 발견된 갖가지 결점을 피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은 엔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여권 운동의 그림책으로 새로운 명성을 얻고 있다. <꼬마 검둥이 삼보>는 도서관 책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교사들은 <중국인 다섯 형제>가 가진 이야기로서의 장점과 중국계 사람들에게 주는 불쾌감의 틈바구니에 끼여 갈피를 못잡고 있다. 한펴 출판사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나, 어머니나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흑인이나 라틴아메리카계·인디언계의 아이들, 어른이 되면 앞치마와 청소기에 얽매인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녀들을 다룬 이야기를 찾고 있다. 60년대에는 문제의식이 싹텄고, 70년대에는 그에 호응하는 갖가지 시도가 나왔다. 그 중에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것이고, 어떤 것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사라지고 마는가는 80년대에 결정될 것이다.

  60년대외 70년대에는 시각적인 자극을 찾는 어린이들의 요구에 호응이라도 하듯 삽화가가 중심무대에 나섰고 유명한 삽화가들이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직접 쓴 그림책을 잇달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제임스 마셜의 <조지와 마서>, 토미 드 파올라의 <위층의 나나, 아래층의나나> 같은 재미있는 창작 그림책이 출판되는 한편, <거위 아줌마의 동요집(Mother Goose Rhymes)>와 같은 민담·전설 등 글보다는 그림이 중심이 된 그림책도 속속 나왔다. 모리스 샌닥이나 윌리엄 큐리렉처럼 작가로서도 풀륭히 성장한 삽화가도 있다. 두 사람 다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샌닥은 <창 밖 저 멀리>에서 자기가 어렸을 때 느꼈던 심상 풍경을 재현하였고, 큐리렉은 <벌목하는 사람>에서 캐나다에서의 소년 시절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36~39p.)

 

  생명이 없는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아이디어는 인간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세밀한 관찰자 타입의 작가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언제 말을 하고 언제 입을 다무는지에 늘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보고 들은 것들을 기억해둔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뒤에 컴퓨터 앞에 앉아 마치 변호사가 판례를 인용할 때처럼 정확하게, 오랫동안 해온 관찰을 글자로 표현하는 것이다.(중략)

  소설가라면 어른이 소설을 읽는 약 50년 사이에 독자의 관심을 끌면 된다. 어른 독자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읽을 때도 있는가 하면, <하와이>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시기도 있다. 그러나 그림책 작가는 두 살에서 여덟 살까지의 불과 6년 사이에 독자를 매혹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한 권의 그림책 속에서도 갖가지 재주를 부릴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주인공을 삼는 것은 틀림없이 좋은 방법인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의 이야기는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읽지만, 남자아이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꺼린다고 한다.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면 여러 가지 주장을 내세우는 단체에서 제약을 가할 수 도 있다. 흑인 아이에 대해서 쓸 수 있는 것은 흑인 뿐이라든가, 소녀 시절의 경험을 묘사 할 수 있는 것은 여성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적대시 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까? 사람을 무엇인가로 변장시켜서 쓰면 된다. 이 해결색의 효과는 그림책의 오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솝은 이미 이천 년도 더 전에 이 사실을 발견했기 대문에 여우나 두루미나 쥐의 우화를 모았던 것이다. (79~80p.)

 

 그림책의 경우, 무대나 플롯, 성격의 설정을 위해서는 장(章)이나 문단이 아니라 문장이나 단어들이 사용된다. 이 길이의 제약을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자기의 솜씨를 보여줄 대목이라고 용기를 내는 작가도 있다. 글의 길이에만 제약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기본적인 제약임에는 틀림없다. 간결한 문장은 작가에게 각별한 자기 수련의 결과이며, 독자에게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가령 단어 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광고 문안이나 세심하게 다듬은 시, 명쾌한 신문기사를 읽는 것은 즐겁다. 어른은 여유 있게 소설이나 길고 복잡한 역사책, 약간 산만한 회상록 등을 읽을 때도 있지만, 어린이에게는 간결한 문장이 전부이다.(110p.)

 

 

  초보 그림책 작가가 맨 처음 범하는 중대한 잘못은 빈약한 소재를 다루는 것이다. 소재는 곧 아이디어이다. 종이 위에 연필로 열심히 써나가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이디어는 그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위대한 건축가가 마음에 드는 재목이나 유리를 찾아다니듯 그림책 작가도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를 찾아 많이 모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수집한 아이디어를 전부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의 범위가 넓을수록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중략) 이 두 작가는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다르지만, 정성껏 질서를 세워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은 같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융통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스스로의 훈련도 철저하다. 그것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훌륭한 편집자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면서, "원고 단계에서는 작가 자신이 편집자가 되어야 하며, 또 어느 편집자라도 편집할 소재가 나쁘면 좋은 책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랜신 제이콥스 앨버츠는 그림책 작가의 심경을 이렇게 말한다.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다. 눈이나 머리카락의 색깔처럼 오직 자기만의 것이다."(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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