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월출산자락 영암이다.
12월 초에 첫눈이 내린 후 딱 이틀 빼고 계속 눈이란다.
연세드신 두분만 계시지만 하우스나 양계장, 축사 같은 건 다행히 없으시니, 게다가 몇년 전에 신축한 집이니 별 문제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트렉터 세워두기 위해 슬레이트 지붕 쳐 둔 곳은 무너져내렸고, 싸매둔 수도도 얼어서 터졌고, 그러나 터진 수도를 고치러 사람이 올 수도 없단다.
초반부엔 내 살아생전에 이렇게 쉬지 않고 눈이 오는 건 처음 본다 나만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 많이 드신 양반들도 다 그러더라 라고 얘기하셨다. 아직 여유가 있으셨다.
지난 주엔 너희 아무래도 연말에 못오겄다. 그때까지 눈이 녹지 않을 것 같다. 계속 내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제 전화드리니... 눈이 많이 오는 것도 이렇게 지옥인지는 정말 몰랐다. 버스는 며칠에 한번 들어오고 창고 지붕은 다 내려앉고 수도는 얼어서 안 나오고, 사는 게 아니다. 암만해도 인자 농사 그만 지으라는 하늘님 뜻인가부다. 하셨다.
속없이 눈 많이 내린다고 온 가족이 나가서 외식하고 들어온 며느리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