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잡초는 없다
윤구병 지음 / 보리 / 1998년 5월
평점 :
이 책을 포함한, 윤구병선생님의 몇 가지 책들(이를 테면, 실험학교 이야기, 조그마한 내 꿈 하나, 꼭 같은 것보다 다다른 것이 더 좋아)에서 배운 바를 일부 기록해 둔다.
우선, 교육이란 다름 아닌 “개체생존의 힘(생명체로서 제 앞가림하는 것)”과 “공생(共生)할 수 있는 능력(함께 사는 법)”을 길러주는 것이다.
둘째, 만드는 문화에서 기르는 문화로의 전환이다. 곧, 교환가치(자본의 확대재생산)에서 사용가치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공동체적 생산양식으로, 자본이 주체인 것에서 자연이 주체인 것으로,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자기증식에서, 순환과 조절, 조화로운 균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에 교육도 기존의 ‘만드는 교육’에서 ‘기르는 교육’으로, 사람도 ‘만드는 사람’에서 ‘기르는 사람’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좋은 사회란 “있어야할 것들이 있고, 없어야할 것들이 없는 세상”이다. 따라서,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할 것이 있는 사회는 나쁜 사회이다. 나쁜 사회에서 없어져야 마땅한 것들로는 억압, 착취, 전쟁, 불화, 공포, 이기심, 탐욕, 증오 등이 있고, 좋은 사회에서 있어야 할 것들로는 자유, 평등, 평화, 우애, 협동, 사랑 등이 있다. 이에 없어야 할 것을 가려내어 그것들을 없애는 일에 앞장서고, 그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좋은 사회가 되려면 꼭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그것을 땀 흘려 만들어내는 창조와 건설의 힘을 동시에 지닌 아이들이 요구되는데, 이런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글쓴이는 “비판의식에 충만한 파괴자”라 부른다.
넷째, 아이들의 감각능력과 표현능력을 온전히 길러주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곧, 감각기관을 통해서 외부의 생명력을 받아들이는 교육(감각교육)과 우리 몸을 통해서 우리의 생명력을 밖으로 드러내고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교육(표현교육).
다섯째, 감각능력의 키움을 비롯하여 사람은 자연 안에서 ‘자연의 아들’로 길러져야 한다. 인간의 힘이 자연력의 도움 없이도 이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리석고 교만한 생각으로, 사람 마음속에 깃든 자연과 바깥 세계를 이루는 살아 숨쉬는 자연은 서로 교류하는 가운데 생기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아이들이 산살림, 들살림, 갯살림을 고루 익히고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끝으로, 이상의 문제의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다음의 대목으로 짐작해 본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학교가 보편화 한 것은 200년도 채 안 된다. 그 동안 학교 교육은 산업 사회의 성장,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대, 종교와 이념의 전파를 위해 크게 기여해온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처신해야 이웃과 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무엇을 어떻게 기르고 생산해내야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 수 있을지, 우리 감각을 어떻게 개발해야 외부의 자연과 우리 안에 있는 자연(본성) 사이에 올바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우리의 인지능력은 어떤 학습을 거쳐야 지속적으로 커나가고 강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살면 우리의 소질이 노래로, 그림으로, 춤으로, 글로, 기술이나 예술의 성과 싱그럽게 꽃피어날 수 있는지,.....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모색은 ‘학교’라는 제도 교육의 틀 안에서 거의 이루어질 수 없었거니와 이루어진다 해도 겉핥기로 스치고 말 뿐이었다.
이것은 제도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의 잘못이나 운영 잘못으로 생겨난 문제만은 아니다. 근본 문제는 ‘학교’라는 기구과 자연과 삶터에서 동떨어져 실험실 형태로 유지되어온 데에 있다.”
자연과의 접촉, 감각교육과 표현교육의 중요성 등은 이오덕선생님과 이호철선생님의 책에서도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