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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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일간지에 실린 바 있는, 윤구병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에서 본 다음의 대목을 계속 생각나게 했던 책이다. “만약 변산 공동체의 삶이 아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더 행복하다면 이 세상이 변산 공동체처럼 바뀌어야지 아이들보고 세상에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선 책의 일부 대목들을 토대로, 벤포스타의 성격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벤포스타는 실바신부의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곧, “좀더 나은 세상, 좀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아이들뿐”이므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회 행동 방식을 연습시키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을 가장 효과 높게 전달함으로써,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추구하는 일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 손에 무기를 쥐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지금까지 해 온 학교 교육이나 가정교육으로는 안 되고, 아이들이 손수 집을 짓고 살면서 스스로 관리하는 어린이 나라를 세워야” 가능하다. 이에, 그 곳은 “조숙한 아이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삶과 동떨어진 낡은 생각을 어른들로부터 이어받아 되풀이하는 성인 세계의 축소판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궤도 위에서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는 독립조직이다.”

둘째, “어린이 공화국의 기본이념은 이미 만들어진 지금의 사회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고,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으로, “낡고 썩은 문명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새로운 정신으로 지금 사회를 헤치고 나가는 것이다.”

셋째, 이 곳의 교육경험은 통합된 것으로, 정신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학문 훈련을 받으며, 하루 두 시간씩 자기가 고른 일터에 가서 일을 하며 손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정치적 가치를 형성하며 인간성을 재발견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축은 종합되어, 변화를 위한 교육이자, 변화의 의식을 지닌 사람을 기른다.

넷째, 이러한 어린이 공화국의 목표와 내용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거대한 교육 사업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겪게 되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홀가분해질 수 있다. 곧, 서로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저항이나 공격, 수업 거부 같은 것은 기꺼이 단념할 수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학교든 아니면 여타의 교육기관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최소한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일을 결정할 때 우리에겐 우리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어른은 우리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2조의 내용만이라도 지켜지는 사회였으면 한다. 이 조약은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1991년 이 조약에 가입했다. 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은 해당 가입국에 그 이행의 의무가 있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것이다. “아이들이 손수 집을 짓고 살면서 스스로 관리하는 어린이나라” 혹은, 아이들의 자립과 자치,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는 아이들의 인권이 보장된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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