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vs 날 보러 와요
VS 
연극의 흥행요소는 웃기기, 울리기, 벗기기이다.
워낙 열악한 연극판이기에 이러한 흥행 3요소 중 하나 이상을 갖고 있지 못하면 망하기 싶상이다.
'날 보러 와요'는 96년부터 일곱 차례나 막을 올려 흥행한 작품이다. 이미 본 사람은 알겠지만, 튼튼한 시나리오, 막강 출연진으로 구성되어 매우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중요 요소는 웃기기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놀래킴과 연극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흥행만을 노리고 만든게 아니라는 암묵적 시위인지도 모르겠다.
2003년 상반기 한국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바로 이 연극 '날 보러 와요'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 구조에서 이 작품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작사에서는 그런 연유에 연극 재개봉에 관심을 가졌고 과감하게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두 작품 모두 상승 효과를 가져와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살인의 추억'은 송강호와 김상경이라는 두 배우의 힘에 크게 의존한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전에 봉준호라는 감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2000년 감독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했다. 왜 이 작품을 얘기하느냐 하면.......바로 이 작품도 연쇄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못하겠다고? 주인공 이성재는 시간강사로 거의 놀고 먹는 백수같은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암적인 존재가 있었으니 옆 집의 개 짖는 소리가 싫어서 납치를 하게 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이성재는 개를 죽이지는 못하고 아파트 지하실에 감금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아파트의 강아지들이 실종되는데........그렇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은 연쇄 사건이었으며, 이번 '살인의 추억'도 연쇄 사건이다. 단지 '실종'에서 '살인'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을 뿐이다. 왜? 감독은 살인에 대한 형사의 쓰라린 추억을 다시 떠올렸던 것일까? 이 영화를 계기로 주요 일간지에 화성 지역의 사건을 재조망한 기사들을 읽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점에서 연극과의 차이점이 존재하는 듯 하다.
연극이든지 영화든지 어느 작품을 보아도 내용상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연극의 그 당시의 시대적 반영과 경찰(세상)을 비웃는 듯한 범인의 심리에 마지막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영화는 다소 맥 빠지게 형사의 아픈 기억을 쓰다듬는 것에서 결말을 지어버린다. 조금 편향되게 얘기하자면 연극의 강렬함은 완전평면(?) 스크린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듯 하다. 3차원 영상을 구현한다면 또 모를까?
동숭아트센터가 연극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조건인지는 모르겠다. 다소 비싼 연극값에 싼 자리를 찾았는데 다행스럽게 맨 앞 자리였다. 그런데 너무 앞자리인 것이 조금 탈이었던 것 같다. 무대를 조망하기에는 다소 불편했던 것이다. 연극 무대는 좁으면 좁을수록 관객에게 좋겠지만, 제작자에게는 불리하겠지.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날 보러 가던지, 살인의 추억에 빠져 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