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냐, 당첨녀가 아니더냐! ㅋㅋ 모 쇼핑몰에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3일 입장권에 당첨되었다. 오늘은 가구가 들어오는 날이라서 금요일인 어제 저녁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강변북로를 타고 쭈욱 달려 구리를 지나 가평에 도착하니 어느새 여덟시가 넘었다. 하지만 공연을 늦게 시작한 덕분에 초반부터 볼 수 있었다.

규모도 생각보다 컸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불편한 게 거의 없었다.  다만 주차장에서 공연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꽤 멀어서 다리가 아팠을 뿐. 화장실도 그만하면 꽤 잘 갖춰놨고 각종 편의시설과 주차장 질서 요원들의 숫자까지 모두 적절했다.

돗자리 펴고 앉아서 신나게 공연을 즐기다가 맥주 한 캔에 마른 오징어를 씹으며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야외에 나와 공연을 보며 자유를 만끽해서일까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소풍나온 어린아이 마냥 들떠서 어쩔 줄을 몰랐다.전날 CSI 보느라 새벽 세시에 잠이 들어서 너무 피곤한 탓에 열한시 반 쯤에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재즈 무대와는 별도로 파티 스테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대학교 축제마냥 온갖 먹거리가 가득한 장터가 있었다. 옥수수 버터구이를 2천원 주고 하나 사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이제껏 사먹어 본 그 어느 옥수수 버터구이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일행에게 '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백미는 옥수수 버터구이야!'라고 외쳤을까. ㅋㅋ

기념품 판매대를 둘러보고 기념 티셔츠 중에서 검은 반팔티를 만원에 구입했다. 디자인도 괜찮고 질도 좋은 편이었다. 레이어드 룩으로 입으라고 디스플레이까지 맞춰서 해놓은 것이 센스 만점이었다. ^^;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는 '스윙걸즈' ost 를 들으며 강변북로를 달렸다. 아, 정말이지 밤의 드라이브로는 강변북로가 최고다. 집을 옮긴 이후로는 야근 이후에도 이길을 탈 일이 없어져서 최근에는 다녀보지 않았지만.

그나저나 드럼을 배우고 싶단 말이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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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2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근사하네요. 당첨녀님
음악을 사진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요? 그 느낌이 너무 궁금해요

이매지 2006-09-2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라섬 페스티벌 가보고 싶어요~
하지만 뭐 차도 없고 갈 사람도 없고 -_-;;

이리스 2006-09-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그래서 음악은 마음에 담아왔어요. ^^
이매지님 / 셔틀이 다니긴 하는데 아무래도 차가 없으면 불편할 것 같더라구요. 움.. 불꽃놀이도 좋았습니다. ^^
 

어떤 결과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건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결과에 대해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결과만, 그 결과가 가져온 파장만을 느끼고 그것을 수습하느라 분주하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일은 혼자서 머리 싸매고 끙끙 앓는다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이유가 대체 뭐야?'라는 물음에 '마음이 변해서..' 라는 상투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무척 친절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상대방에게 조근조근 이유를 설명해가며 행동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이해할만한 이유를 만들어낼 뿐이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일도 허다하다.

세상을 친절하게만 살아도 곤란하다.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일일이 이유를 말해주며 살았다가는 지독하게 못되먹은 이기주의자로 몰리거나 아니면 인연의 끈을 제때 끊지 못해서 너덜거리는 수없이 많은 인연의 끈에 꽁꽁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일의 이유는 상당히, 은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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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2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유를 행동 당사자도 설명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특히 헤어지는 경우엔 어떤 말도 다 핑계에 불과하죠.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면서...........................넘 진지하게 댓글 달았나요 제가.

이리스 2006-09-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당사자들 빼고는 다 아는데 당사자들은 몇년이 지나서 알수도, 영영 모를수도 있죠. 헤어지는 이유가 치약을 중간부터 짜서 쓰기 때문이라는게 진.심. 일수도 있는 거구요. ^^
 
 전출처 : 페일레스 > 나희덕과 백석의 '아버지'

못 위의 잠

나희덕羅喜德

나희덕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나는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 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작과비평사, 1994



고향故鄕

백석白石

백석 지음, 이숭원 주해 - 원본 백석 시집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누어서
어늬아츰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같은 상을하고 관공關公의수염을 들이워서
먼녯적 어늬나라 신선같은데
새끼손톱 길게도은 손을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집드니
문득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곧이라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ㄹ 아느냐한즉
의원은 빙긋이 우슴을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쓰+ㄹ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이라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즛이 웃고
말없이 팔을잡어 맥을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삼천리문학』2호(1938. 4.)에 발표.
- 1. 상을하고 - 모습을 하고. 2. 關公 - 관우. 3. 길게도은 - 길게 돋은. 4. 쓰+ㄹㄴ다 - '쓴다'의 뜻에 해당하는 백석의 독특한 시어.

- 백석 지음, 이숭원 주해, 『원본 백석 시집』, 깊은샘, 2006, 142-143.



  이숭원 교수의 『원본 백석 시집』을 드디어 며칠 전에 샀습니다. 영인본처럼 돼 있는 것도 좋고 주해도 잘 되어 있어서 좋은데 차례가 엉망이더군요. 「수라修羅」라는 시를 찾는데 차례에 적힌 쪽을 찾아보니 안 나옵니다. 이상해서 차례를 다시 보니 그 앞의 시 「여승女僧」이 86쪽이고 「수라」는 68쪽이지 뭡니까. 아놔……. 이렇게 쪽수가 틀린 부분이 아홉 군데. 105편의 시가 실린 시집에서 아홉 군데라니요. 시집 『사슴』에 실린 '힌밤'이란 시는 아예 목차에서 누락돼 있더군요. 힘들게 원본을 찾고 책으로 펴낸 저자의 노고는 인정하지만 이왕 하는 김에 마무리까지 깔끔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국어 과외를 하러 갔다가 문제집에서 나희덕 시인의 「못 위의 잠」을 읽었습니다. 이제 1990년대에 출판된 시도 수능 문제집에 등장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놀랍지 않습니까? 흐흐. "제비의 원관념이 아버지란 거 알겠지? 그래~서! 주제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에 대해 느끼는 연민의 정'이라는 거~" 따위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이 슬퍼졌습니다만. 아무튼, 이 시를 읽고 나니 백석 시집에 실려 있는 「고향」이라는 시가 생각나서 같이 한 번 올려봅니다. 1990년대 후반에 수능 공부하신 분들은 책보다 문제집에서 백석 시인의 시를 더 많이 접해봐서 좀 뜨악할 수도 있겠지만. 흐흐.

  「못 위의 잠」의 화자는 못 위에서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보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고향」의 화자는 '여래 같은 상을 하고 관공의 수염을 드리'운 의원, 즉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서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죠. 한 사람은 딸이고 한 사람은 아들이지만, 어느 집의 자식이든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애증이 섞여 있겠죠. 친구랑 며칠만 같이 지내도 좋은 맘 미운 맘이 오락가락하는데 하물여 한솥밥을 먹는 아버지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 역시 그런 감정을 갖고 있죠. '애'보다는 '증'에 가깝지만. 하하.
  그런데 요즘은 그런 감정도 가끔씩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제가 '북관에 혼자 앓아누워' 있는 상황이라면 백석 시인 편을 들었겠지만, 아직은 제 마음이 나희덕 시인에 가까운가 봅니다. 말하자면, 그 때는 몰랐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다고 할까요…….

  나희덕 시인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생각한 걸 몇 마디 적어볼까요.
  그의 성장기는 '고아원'이란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먼 친척이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 때 서울로 올라와서도 고아원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부모가 있는 아이인데도, 부모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자랐죠. 이런 공동체 성향과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종교적 분위기, 거기에 운동권 체험. 이런 것들이 나희덕 시인의 문학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네요. 한 단어로 줄이자면 그 모든 '슬픔'들.
  그가 어느 글(한국일보에서 연재한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시의 팔 할은 슬픔이나 연민의 공명(共鳴)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시는 '내 안의 슬픔이 다른 슬픔과 만나 서로 스미고 어루만질 때 흘러나오는 언어. 또는 존재와 존재가 서로 삐걱거리고 뒤척이며 내는 소리들'을 받아적은 것이고, '눈물을 다스리는 힘이 없이는 슬픔을 제대로 노래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못 위의 잠」에서 '눈물'을 똑 떨구는 게 아니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보는 것도 그래서겠죠.
  저는 나희덕 시인이 그의 소원대로 '저 실핏줄들이 모여 언젠가는 슬픔의 강물 하나 만들어낼 수 있기를. 넓게 흐를수록 더 깊이 숨어서 우는 건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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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미쁘사 너희를 굳게 하시고

악한 자에게서 지키시리라

[데살로니가 후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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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9-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ㅋㅋ 넵~
올리브님 / ^^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바쁘다는 이유로 못한다면 그건 핑계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가장 흔하게 둘러내는 핑계가 바로 전화..

바빠서 전화 못했어.

전화해서 장시간 통화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하루에 한두번 화장실에 갈때라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두번은 화장실에 간다. 거짓말 안보태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퇴근할때까지 딱 한번 화장실 갈 시간밖에 없었던 적도 있긴 하다. 결론은 어쨌거나 1분 정도의 시간을 못낸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

두번째로 둘러대는 핑계가 취미나 공부.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공부나 취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물론 몰려드는 거대한 프로젝트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정도 집에 못들어가고 거의 좀비처럼 지내는 기간도 있긴 하지만 1년 중에 그러는 달이 과연 몇달이나 될까?

하루 14시간 근무가 기본인 생활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뭐 할말은 없지만.

전보다 덜 바쁘게 되자, 케이블 티비 앞에서 채널 돌리는 속도가 빨라졌고 온갖 종류의 짐이 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뭔가를 몰두해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답은 하나다. 바빠서..

지금보다 더 바빴을 때 나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해가면서 중간, 기말 고사를 치렀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 다니며 영어 학원을 다녔으며 잠깐 시간이 나면 분주하게 사람을 만났고 연애에도 충실했다.

막상 시간이 생기자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 세상에, 대체 난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거야? 이 정도의 여유에 정신을 못차리고 이러고 있다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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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9-2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의 생활백서로 할까 하는 항목이어요 '바쁘다는 것은 핑계!'
다만 순위에서 밀리고 동기부여가 약할 뿐이지 바빠서 못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저도 그렇게 생가하거든요.

이리스 2006-09-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 오랜만이어요. 동기부여의 문제죠.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