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문예창작이었던 까닭일까, 동기 중에는 시인과 소설가.. 문인들이 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문학상을 타고, 시집을 내고 소설집을 냈을 때 괜스레 벅찬 감동의 물결에 휘말려 며칠을 들뜬 기분으로 지내보기도 하고 부러움을 가득 떠안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지내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늘은 지인 중 한 분이 자신의 시집을 보내왔다. 내가 좋아하는 문지 시인선.. 시리즈로 나온 시집이어서 조금 더 반가웠다. 시인은 밥 벌어 먹기 곤란하므로 일을 하시게 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직장일을 하면서 시집을 냈다는 것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편집자 겸 소설가인 한 분은 오늘 자신이 기획/편집한 책을 우편으로 부친다고 연락해왔다.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온라인 서점들 메인에서 그 책을 훑어보고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두었다.

보통은 증정본에 ### 드림.. 이라고들 많이 쓴다.

그런데 꼭 ### 바침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꽤 오래 책을 내지 않고 있는데 이제 슬슬 그 사람의 책도 기다려진다. 그는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내가 아는 뜨거운 사람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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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또 사월이 가는 구나.

사월의 기억들이 저편으로 물러나고 고운 빛깔 옷을 차려 입은 오월이 나를 기다린다.

오월에는 좀 더 보드라운 시간들이 내 주변에 머물기를 소망해본다.

사월의 마지막 날이 잔뜩 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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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0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왠지 고요한 우울함이 느껴지네요. 사월의 마지막날, 전 어딜 좀 다녀왔어요. 나중에 서재에서 이야기할게요.
 

역겨운 세상,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 토할 것 같은 지식인들의 짓거리들... 영화는 시종일관 쉬지 않고 이 세가지를 강약 중강약 박자를 맞춰가기도 하고 강강강 으로 밀어부치면서 끌고 나간다.

거짓말로 아내와 딸에게 핑계를 대고 외식 자리를 빠져나와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리고 기어이 하룻밤 즐거움을 만끽하며 욕정 덩어리를 낯선 여자 몸에 함부로 쏟아 부어놓는 남자. 그런 남자를 밖에서 우산을 쓴 채 오래오래 기다리는, 남편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한없이 낮은 존재인 여자, 아내.

온갖 여자에게 침을 질질 흘리며 껄떡대는, 다리를 저는 연구원인 남자.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추할 정도로 매달리고 부하 여직원을 임신시키고 낙태시키는 남자. 그 여자 옆에 누워 첫사랑에게 전화지를 해대는 그 남자.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과 나약함과 오만함이 돌처럼 굳어져 딱딱하게 뼛 속 깊숙히 박히는 기분이랄까. 영화는 시종일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홍상수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민병국.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그 나아감이라는 것은 정도의 나아감일 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의 나아감이기를 바랐는데 무리.. 였을까? 별로 표현하자면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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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3박 4일 간 전주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6시에 서울로 출발.

생각같아서는 한 일주일 머물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니 올라가는 수밖에.

어제 본 <가능한 변화들>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홍상수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사람이 만든 영화라지만 영화는 너무나도, 지독한 홍상수 냄새가 났다.

정찬은, 내가 참 많이 좋아한 배우였는데 살이 붙어서인지 영 별로였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 영화는 어떨까. 아니 영화보다 사실 유지태가 보고 싶다.

여전히 전주의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차고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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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주의보까지 내려질만큼 전주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2년 전 전주에도 비가 왔었고, 많이 내렸었다.

쌀쌀한 날씨에 웅크리고 옷깃을 여미며 귀찮은 듯 우산을 받쳐들고 극장과 극장 사이를 오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행히 잠시 머무르는 곳은 따뜻하다. 그 따뜻함이 더없이 고마운 까닭은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며칠간이 더 외롭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리는 전주, 2년 전과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 있었다. 공교롭게도 행사장에서 나는 2년 전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던 누군가와 마주쳤고 아는 척 하지 않았다. 프레스 센터도 한 번만 들렸을 뿐이고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다. 아픔을 다시 떠올릴까봐 스스로 방어를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인생, 살아봐야 아는 거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말은 정말이다. 난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 또 다시 내가 전주에 올 수 있다면 그 때 내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것도 충분히 설레인다.

이제 내일이면 여기를 떠난다.

안녕,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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