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세상,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 토할 것 같은 지식인들의 짓거리들... 영화는 시종일관 쉬지 않고 이 세가지를 강약 중강약 박자를 맞춰가기도 하고 강강강 으로 밀어부치면서 끌고 나간다.

거짓말로 아내와 딸에게 핑계를 대고 외식 자리를 빠져나와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리고 기어이 하룻밤 즐거움을 만끽하며 욕정 덩어리를 낯선 여자 몸에 함부로 쏟아 부어놓는 남자. 그런 남자를 밖에서 우산을 쓴 채 오래오래 기다리는, 남편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한없이 낮은 존재인 여자, 아내.

온갖 여자에게 침을 질질 흘리며 껄떡대는, 다리를 저는 연구원인 남자.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추할 정도로 매달리고 부하 여직원을 임신시키고 낙태시키는 남자. 그 여자 옆에 누워 첫사랑에게 전화지를 해대는 그 남자.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과 나약함과 오만함이 돌처럼 굳어져 딱딱하게 뼛 속 깊숙히 박히는 기분이랄까. 영화는 시종일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홍상수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민병국.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그 나아감이라는 것은 정도의 나아감일 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의 나아감이기를 바랐는데 무리.. 였을까? 별로 표현하자면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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