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은 왜 뷔페를 차렸을까
[한겨레21 2006-04-18 08:42]    

[한겨레] 햄버거집 세트 메뉴처럼 ‘묶음 판매’로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전략… 소비자들의 메뉴에 대한 최대지불의사가 극단적으로 다를 때 효과 발휘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묶음판매(bundling)

순수묶음판매(pure bundling)

혼합묶음판매(mixed bundling)

식구들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시장바닥처럼 시끌시끌하고 음식을 하나하나 직접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날, 식탁 위에 새로운 메뉴가 하나 놓여 있었다. 뷔페 메뉴다. 전채요리와 주요리, 샐러드, 디저트 등을 모두 따로 판매하던 그 식당이 뷔페 메뉴를 추가해 묶음판매(bundling)에 나선 것이다.

실속형과 군것질형 모두 만족

음식을 단품으로도 사먹을 수 있고 뷔페로도 먹을 수 있다면,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뷔페 가격만 내고 더 많이 먹고 양이 적은 사람은 단품 메뉴를 고르지 않을까? 식당 쪽은 괜히 손해보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식당이 손해 입는 선택을 할 리는 없다. 많은 경우 오히려 돈을 더 벌게 된다. 묶음판매 기법의 마술이다. 사람마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도 최대 지불 의사(reservation price)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단순화를 위해 주요리 스테이크와 디저트 아이스크림 두 가지 메뉴만 있고, 소비자가 뷔페 메뉴를 선택하면 스테이크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내용을 뜯어보자. 그 식당의 뷔페 가격은 2만5천원으로 책정됐다. 단품으로 사는 스테이크가 하나에 2만원, 아이스크림이 1만원이다.

이 식당 고객 중에는 세 가지 유형의 소비자가 있을 것이다. 우선 스테이크에 대한 선호도가 무척 높고, 아이스크림은 전혀 먹지 않는 실속형 소비자다. 이 사람의 스테이크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는 2만3천원이다. 대신 아이스크림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는 0이다.

실속형 소비자에게 뷔페 메뉴는 매력이 없다. 2만5천원이나 내고 2만3천원어치의 만족밖에 주지 못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이 소비자는 2만원을 내고 스테이크 하나만 단품으로 사먹으면서 2만3천원어치 만족을 즐길 것이다.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좋아하는 평균적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이 소비자에게 스테이크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는 1만8천원, 아이스크림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는 8천원이라고 하자. 평균적 소비자는 뷔페 메뉴를 선호할 것이다. 하나씩 사면 스테이크 가격도 아이스크림 가격도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합쳐놓은 뷔페 메뉴의 경우 가격이 2만5천원인데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는 2만6천원(스테이크 1만8천원+아이스크림 8천원)이므로 매력 있는 상품이 된다.

이번에는 스테이크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고, 아이스크림만 좋아하는 군것질형 소비자를 생각해보자. 이 사람의 스테이크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는 0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 1만5천원이라고 하자. 군것질형 소비자는 실속형 소비자처럼 1만원에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만 사먹고 만다.

여기서 마술이 일어난다. 분명히 소비자들은 자기 양과 식성을 감안해 메뉴를 선택했다. 그런데 묶음판매를 할 때 식당은 단품 판매 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묶음판매는 이 세 명의 소비자를 모두 잡는다. 결국 식당은 주요리 하나, 뷔페 하나, 디저트 하나를 합해 모두 5만5천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모두 단품으로 판다면, 앞의 실속형 소비자와 군것질형 소비자는 잡을 수 있지만, 평균적 소비자를 놓쳐 매출은 3만원에 그치게 된다. 평균적 소비자의 최대 지불 의사를 각각의 상품 가격이 맞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품 판매만 하면서 평균적 소비자까지 붙잡아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스테이크 1만8천원, 아이스크림 8천원으로 내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균적 소비자에게서 매출 2만6천원, 실속형 소비자에게서 1만8천원, 군것질형 소비자에게서 8천원을 얻게 되니 모두 5만2천원의 매출이다. 여전히 뷔페를 추가했을 때보다 적다.

묶음판매에는 순수묶음판매(pure bundling)와 복합묶음판매(mixed bundling)가 있다.

앞의 식당 사례는 기존의 단일 상품 판매도 병행하는 복합묶음판매의 경우다. 햄버거집의 세트메뉴가 대표적인 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따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세트메뉴로 주문하면 두 개를 합친 가격보다 싸다.

어디서든 다양성은 풍요를 부른다

순수묶음판매는 단일 상품 판매를 하지 않고 묶음판매만 하는 경우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처음 개봉됐을 때, 배급사는 <거티의 양말 대님>(Getting Gertie’s Garter)이라는 무명 영화와 함께 묶어 극장에 제공했다. 둘 중 하나만 상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게 순수묶음판매 사례다.

언제 묶음판매 전략을 써야 성공할 수 있을까? 묶음판매는, 소비자가 판매 상품들에 대해 갖고 있는 최대 지불 의사가 서로 역의 관계에 있을 때 판매자에게 이익이 된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좋아하는 소비자는 감자튀김을 덜 좋아하고,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햄버거를 덜 좋아한다면 묶음판매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거꾸로 햄버거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감자튀김도 좋아하고, 햄버거를 덜 좋아하는 소비자가 감자튀김도 덜 좋아한다면 묶음판매는 성립되기 힘들 것이다.

묶음판매 전략이 기업가에게 추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위에서 든 실속형이나 군것질형같이 극단적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풍요를 부른다. 사회에서나 경제에서나, 생태학자에게나 장사꾼에게나 마찬가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04-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묶음판매.. 다 알면서도 당하는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_-;;
 

책의 날은 ‘책 공원’에 놀러오세요
[한겨레 2006-04-17 22:06]    

[한겨레] 책이 공원으로 나왔다.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만든 공원인 ‘책테마파크’(사진)가 22일 경기도 성남시 율동공원 안에 문을 연다.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책테마파크는 ‘책의 날’을 하루 앞둔 22일 공식개관하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인다. 대표적인 출판인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도 성남 북테마파크 개관에 맞춰 이곳에서 올해 책의 날 주행사인 ‘북크로싱’ 이벤트를 연다.

22일 개관하는 북테마파크는 한마디로 책을 주제로 꾸민 공원이다. 1500평 규모인 이 공원은 8가지 주제로 공간이 구성됐다. 책카페를 비롯해 명상공간과 야외공연장, 산책로, 상징조형벽화와 진입부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이란 주제를 공간에 표현했다. 개관기념행사로는 22일 오후 6시부터 기념 콘서트가, 23일 오후 6시에 어린이 뮤지컬 <책키&북키>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또 인형극 <두꺼비 능선> <강아지똥>을 비롯해 마술쇼, 종이접기로 책만들기 등의 행사도 있다. 문의 (031)708-3588, 708-9088.

책의 날을 맞아 한국출판인회의와 인터넷사이트 네이버가 함께 마련한 ‘북크로싱’ 행사는 토요일인 22일(오후 3시30분~6시)과 일요일인 23일(오후 2시~17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북크로싱이란 사놓고 읽지 않거나 다 읽은 책들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누는 운동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출판인회의쪽에서 운동 정착을 위해 신간책 1만5000권을 특별히 1천원에 판매한다. 이 책을 1천원이란 헐값에 사는 대신 다 읽은 뒤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떠나보내는 것이 조건이다. 수익금은 어린이 도서관 건립에 쓸 예정이다. 또 네이버 사이트에 별도 사이트를 마련해 이 행사 참가자들이 읽은 뒤 날개를 달아준 책들이 다른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네티즌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04-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은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라는 조건이 이행되는지를 어찌 알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만 드네.. -_-;;;

라주미힌 2006-04-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뢰겠죠 뭐. 그냥 신뢰. ^^

이리스 2006-04-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 돌아오지 않는 우산처럼 될까봐 걱정되어서요. -.-

Koni 2006-04-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행사는 아무래도 부모와 아이들이 많이 올 것 같은데, 아이 눈앞에서 나쁜 짓을 하지는 않겠죠.

이리스 2006-04-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 그.. 그렇겠죠? ^^
 

 

노하기를 더디하는것이 사람의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것이 자기의영광이니라

[잠언19:1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rainy 2006-04-1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희망합니다...

이리스 2006-04-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니님 / ^^
 

내가 생각하는 꽤나 못난짓 중 하나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가서 눈흘긴다' 인데, 딱 그 짓을 해버렸다.

더욱 양심의 가책이 팍팍 드는 것은, 만일 그 반대의 경우였다면 나는 불같이 화를 내거나 차갑게 쏘아붙이며 상대가 하는 짓이 얼마나 나쁜지, 또 유치한지를 콕콕 찔렀을 것이라는 점.

못난짓을 먼저 해버린 주제에 그만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까지 했으니 아주 가지가지 한 셈이다. 이럴때 나를 보면 정말 머리통만 간신히 가린채 몸뚱이는 밖에서 버둥거리는 덩치 큰 미련한 새 같다. -_-;;

아, 이렇게 면팔릴데가.. 하고 잔뜩 쪼그라져들때, 저 멀리서 구원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천사의 나팔 소리와도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노래가 들리자 울음이 멈추었고, 역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이번에는 깔깔 대며 웃어댔다.

왜 이렇게 정서상태가 봄바람에 날리는 치마자락 같은지 원. 하지만, 가끔은 내가 누군가의 손바닥 안이라는게 너무도 마음 편하고 기쁘기도 하니 신기할 노릇이다. 이런짓 저런짓 해도 결국, 으헝~ 울었다가 숨 넘어가게 웃고 끝이다!

아무리 그래도 못난짓 좀 줄여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6-04-1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다가 웃으면 '큰 일' 나요 ^^;
못난 짓 대신 여린 감성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보심이 ...

하늘바람 2006-04-18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못난짓은 화부터 나지요. 토닥토닥

해적오리 2006-04-18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바람에 날리는 치마자자락...멋있는 표현이네요.

이리스 2006-04-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 큰일이 여러번 나서 뭐.. -_-;; 좋게 좋게 생각해야겠지요?
하늘바람님 / 감사합니다.. --;
날나리님 / ㅎㅎ 그런가요. ^^
 

구체적으로 언제 그런 상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십대도 되기전 십대의 어느 한자락이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모르나 아이들을 넷이나 다섯 정도 낳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상상 속 미래의 내 모습에는 언제나 애들이 바글거렸다. -_-;;

아마 그 때의 상상대로라면 지금 최소한 둘 혹은 셋 정도의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커서 가수를 좋아할 나이가 되면 멋지게 콘서트 표를 사주고(친한 친구 두어명 것까지, 좋은 자리로), 엄마 너무 힘들어.. 하고 애들한테 되려 애교를 부리며 설겆이도 부탁해 보고, 내가 보던 책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함께 마트에 가고, 아이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늦은 밤에도 전화해서 귀가를 채근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런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상상하곤 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둔 육아수첩과 키우면서 쓴 육아 일기, 매해 생일마다 찍어준 사진과 동영상등을 잘 보관해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애가 인생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 힘들어서 주저앉아 울때 살짝 꺼내서 그애 앞에 놔두는 상상..

늘 그 모든 상상의 끝에서 나는 그냥 혼자이고 싶다고  결론 맺었다. 상상이니까 그렇게 쿨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미래의 내 아이들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거나(그 돈이 없으면 불편할 정도의 삶이라서) 아니면 그들과 한 집에 산다거나 그런 상상은 해본적이 없다. 그렇게 되고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내가 정말 그랬다는 착각마저 든다. 정말이지 현실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이야기지만 어디선가 내 아이들이 정말 그렇게 커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날, 아이들이 다 큰 뒤에 어느 한적한 해변 같은데 앉아서 아이들이 어릴적 이야기를 하나둘 하면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는 상상까지.

아이가 많을거라는 상상은 아주 어릴때 했던 것이고 그 이후의 구체적인 상상은 나이가 더 든 후에 하게 된 것들이다. 지금은? 내 인생 살아가기도 벅차서 혼자 훌쩍거리며 울기도 하는..

삼십대는 이제 겨우 열렸다. 남은 삼십대를 어떻게 채워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상상은 어쩐지 점점 상상으로 굳어져 가는 것 같은 날들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6-04-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멋진 30대가 되시길

이리스 2006-04-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 감사합니다.

해적오리 2006-04-1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 살만해요. 전 종종 생각하기를 삼십이되면서 제 스스로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해요.

비로그인 2006-04-1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년처럼 열렬히 소망해 본다--박완서님의 문장 중 한 가락. 그렇게 미친듯이 소망하다 보면, 혹은 상상하다 보면 실제로 살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리스 2006-04-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네, 저도 이십대 보다는 삼십대가 여러면에서 더 나은것 같아요.
쥬드님 / 맞아요. 어떤 때는 무섭기까지 하다구요. --;

icaru 2006-04-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던 책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항상 꿈꿔 보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으쩔런지..

이리스 2006-04-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전부다는 아니어도 일부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