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언제 그런 상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십대도 되기전 십대의 어느 한자락이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모르나 아이들을 넷이나 다섯 정도 낳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상상 속 미래의 내 모습에는 언제나 애들이 바글거렸다. -_-;;

아마 그 때의 상상대로라면 지금 최소한 둘 혹은 셋 정도의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커서 가수를 좋아할 나이가 되면 멋지게 콘서트 표를 사주고(친한 친구 두어명 것까지, 좋은 자리로), 엄마 너무 힘들어.. 하고 애들한테 되려 애교를 부리며 설겆이도 부탁해 보고, 내가 보던 책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함께 마트에 가고, 아이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늦은 밤에도 전화해서 귀가를 채근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런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상상하곤 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둔 육아수첩과 키우면서 쓴 육아 일기, 매해 생일마다 찍어준 사진과 동영상등을 잘 보관해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애가 인생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 힘들어서 주저앉아 울때 살짝 꺼내서 그애 앞에 놔두는 상상..

늘 그 모든 상상의 끝에서 나는 그냥 혼자이고 싶다고  결론 맺었다. 상상이니까 그렇게 쿨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미래의 내 아이들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거나(그 돈이 없으면 불편할 정도의 삶이라서) 아니면 그들과 한 집에 산다거나 그런 상상은 해본적이 없다. 그렇게 되고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내가 정말 그랬다는 착각마저 든다. 정말이지 현실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이야기지만 어디선가 내 아이들이 정말 그렇게 커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날, 아이들이 다 큰 뒤에 어느 한적한 해변 같은데 앉아서 아이들이 어릴적 이야기를 하나둘 하면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는 상상까지.

아이가 많을거라는 상상은 아주 어릴때 했던 것이고 그 이후의 구체적인 상상은 나이가 더 든 후에 하게 된 것들이다. 지금은? 내 인생 살아가기도 벅차서 혼자 훌쩍거리며 울기도 하는..

삼십대는 이제 겨우 열렸다. 남은 삼십대를 어떻게 채워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상상은 어쩐지 점점 상상으로 굳어져 가는 것 같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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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멋진 30대가 되시길

이리스 2006-04-1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 감사합니다.

해적오리 2006-04-1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 살만해요. 전 종종 생각하기를 삼십이되면서 제 스스로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해요.

비로그인 2006-04-1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년처럼 열렬히 소망해 본다--박완서님의 문장 중 한 가락. 그렇게 미친듯이 소망하다 보면, 혹은 상상하다 보면 실제로 살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리스 2006-04-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네, 저도 이십대 보다는 삼십대가 여러면에서 더 나은것 같아요.
쥬드님 / 맞아요. 어떤 때는 무섭기까지 하다구요. --;

icaru 2006-04-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던 책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항상 꿈꿔 보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으쩔런지..

이리스 2006-04-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전부다는 아니어도 일부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