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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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직업에-적어도 나의 경우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지만-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 부수나, 문학상이나, 비평을 잘 받거나 못 받거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하나의 기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26쪽

소설을 쓴다는 것이 불건전한 작업이라는 주장에 나는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싶다. 우리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다시 말해 문장을 사용해 이야기를 꾸며 나가려고 할 때는 인간 존재의 근본에 있는 독소와 같은 것이 좋든 싫든 추출되어 표면으로 나온다. 작가는 다소간 그런 독소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위험을 인지해서 솜씨 좋게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와 같은 독소가 기재되지 않고 참된 의미의 창조 행위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148,149쪽

실제 인생에 있어서는 만사가 그렇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자신의 집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이다. -221쪽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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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 2009년 12월
품절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결정한다._군터 슈미트-25쪽

오늘의 문제는 어제의 문제해결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37쪽

유아기 최면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무감각하다. 자신의 욕구가 인정되지 못하거나 충족되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고 고집스럽게 반응하는 반면, 이들은 타인에게 부탁을 하지 못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눈치껏 알아채기 바라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쏜살같이 남에게 전가한다.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한가!-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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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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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원인 제공자에게 상처를 나누어주는 데 골몰한다고 해서 덜어지는 게 아니에요.

보복하는 사람은 나중에서야 훨씬 더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뿐이죠.

당신이 폭풍처럼 들이닥쳐 수줍음을 팽개치고 불안을 부정하고,

당신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나로서는 피하고 싶지도 않고 피할 수도 없는

'짜릿한 요구'를 하고,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실행에 옮기고,

친밀감이 이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인 양 극단으로 밀로 가 떨어뜨려버리고,

계산에 따라 퇴장하여 노련하게 사라져버리고......

이런 것들은 보복 조치가 아니에요. 그저 절망을 드러내는 행위일 뿐이죠.-148~149쪽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요.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아요.

서로에게 줄 수 있는게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전부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아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는 법이죠.

물론 자기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경이롭고, 유혹적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고 설레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겠죠.

그리고 그 환상은 끝내 내가 그 환상을 남김없이 버릴 때까지

만성 결핍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 있게 해줄 테고요.

하지만 그래봐야 느끼는 건 결핍뿐이에요. 이런 감정을 나는 너무도 잘 알아요.

하지만 이제 이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요. 나는 이상을 좇고자 더는 애쓰지 않아요.

그저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렇게만 되어도 행복하겠어요. -259쪽

'모든 것을 주는 사람에 대힌 환상' 말이에요.

현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는 법이죠"인데,

내 환상은 이래요.

"하지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당연히 모든 것을 주고자 노력해야 하고, 모든 것을 주려는 노력을 결코 그쳐서는 안돼요."-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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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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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고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현재라는 교차로에 서서 과거를 성실히 응시하고, 그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는 미래를 차곡차곡 써나가는 것이리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113쪽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의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없는 모조품뿐이지요.

육체적인 능력, 희망이며 꿈이며 이상, 확신이며 의미,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것이 하나 또 하나, 한 사람 또 한 사람, 당신에게서 떠나갑니다. 이별을 고하고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 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건 참 괴로운 일이지요. 때로는 몸이 끊어질 듯 안타까운 일이에요.-160쪽

그림자는 우리 인간이 전향적인 존재인 것과 똑같은 만큼 비뚤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 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

인간이 스스로의 용량을 뛰어넘어 완전해지고자 할 때 그림자는 지옥에 내려가 악마가 된다.

왜냐하면 자연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 이하의 존재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깊은 죄악이기 때문이다.-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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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 Revolutionary Ro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장담컨대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맨틱 무비를 보겠다고 영화표를 산 관객들은  

십중팔구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거나  

자막이 다 올라가기 전에 앞자리 관객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불만 가득한 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  

그 말 중에는 아마 이런 내용을 담겨 있을 것이다. 

 

임신한 여자가 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

애를 낳아 키우는 것은 결혼한 여자면 지극히 당연하게 또 감사하게 해야 할 일 아냐?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영화 표를 산 자신 탓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절망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는 냈지만  

그 절망을 희망으로 돌리는 방식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부의 가슴 아픈 결말이 담겨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려면 원하는 삶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원하는 삶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때 비극이 잉태된다.  

잉태된 비극은 반복되는 일상의 날들이 더해질수록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견고한 일상 아래서 자라난 비극은  

어느 순간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삶을 통째로 집어 삼키거나 다시는 전과 같이 살 수 없도록 무너뜨린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들이 혹독해진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 역시 그러하다. 영화 속 설정과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비겁한 선택을 하고 말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배우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입가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훌륭했다.  

그럼에도 케이트 윈슬렛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까닭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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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0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윈슬렛은, 어떤 역을 연기해도 묘하게 에너지틱해지고 로맨틱 해져요. 그녀가 상을 탄 것은 더 리더 였다지만 전 이 영화로 상을 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리스 2009-09-20 14:29   좋아요 0 | URL
저도 동의해요. 보는 내내 저릿저릿했더라는..

무해한모리군 2009-10-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놓쳤는데 이걸 보니 다시 불끈! 챙겨봐야겠어요.

이리스 2009-10-18 21:50   좋아요 0 | URL
앗, 챙겨보셨기를 바랍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