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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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원인 제공자에게 상처를 나누어주는 데 골몰한다고 해서 덜어지는 게 아니에요.

보복하는 사람은 나중에서야 훨씬 더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뿐이죠.

당신이 폭풍처럼 들이닥쳐 수줍음을 팽개치고 불안을 부정하고,

당신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나로서는 피하고 싶지도 않고 피할 수도 없는

'짜릿한 요구'를 하고,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실행에 옮기고,

친밀감이 이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인 양 극단으로 밀로 가 떨어뜨려버리고,

계산에 따라 퇴장하여 노련하게 사라져버리고......

이런 것들은 보복 조치가 아니에요. 그저 절망을 드러내는 행위일 뿐이죠.-148~149쪽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요.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아요.

서로에게 줄 수 있는게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전부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아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는 법이죠.

물론 자기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경이롭고, 유혹적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고 설레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겠죠.

그리고 그 환상은 끝내 내가 그 환상을 남김없이 버릴 때까지

만성 결핍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 있게 해줄 테고요.

하지만 그래봐야 느끼는 건 결핍뿐이에요. 이런 감정을 나는 너무도 잘 알아요.

하지만 이제 이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요. 나는 이상을 좇고자 더는 애쓰지 않아요.

그저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고 싶고, 그렇게만 되어도 행복하겠어요. -259쪽

'모든 것을 주는 사람에 대힌 환상' 말이에요.

현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는 법이죠"인데,

내 환상은 이래요.

"하지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당연히 모든 것을 주고자 노력해야 하고, 모든 것을 주려는 노력을 결코 그쳐서는 안돼요."-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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