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 1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주 오래 전 처음으로 책의 세계라는 것을 접하였을 때는 그 방대한 규모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급기야 온갖 도서 분야를 두루 섭렵하여 마침내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추고야 말겠다는 터무니없는 결심을 품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정작 책을 읽어나가면 갈수록 광범위한 분야를 섭렵하는 일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고 차라리 가장 본질적으로 여겨지는 분야의 고전적인 저작들을 공들여 독파해 나가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데, 요즘 들어 춤의 세계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추는 춤이 소셜댄스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드는 의문은 과연 춤을 다양한 사람들과 출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요즘은 해피데이에도 플로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잘 추는 사람들이 별로 안 보인다. 예전에는 온통 잘 추는 사람들밖에 안 보여서 해피데이 출빠가 두려울 지경이었으나 이제는 춤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저마다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사가 빠진 것처럼 몸의 중심을 못 잡고 들썩이는 사람, 화려하게 추는 듯 하지만 텐션이나 모멘텀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로 추고 있는 사람, 제멋에 겨워 추는 사람, 춤이 아니라 운동을 즐기고 있는 사람 등등. 물론 내가 이런 말 할 계제는 아니다. 내가 추는 춤도 동영상으로 찍어보면 틀림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게 될 테니. 그러나 여기서의 핵심은 내가 해피데이의 전반적 수준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니 넘어가자.

 

아무튼 요는, 춤 실력이 예전에 비해 월등하게 향상됨에 따라 제너럴 현장에서의 나 자신의 선호가 점차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한 곡을 추더라도 나와 스타일이 맞는 상대를 만나 그 곡을 멋지고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완성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무척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춤판의 아나키스트라고 자위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범동호회적 왕따나 다름없는 현재의 내 처지를 고려할 때, 나와 스타일도 수준도 딱 맞는 그런 100%의 파트너를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파트너만 구해져도 내 춤인생에 대격변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

 

퇴근이 늦어져 지금 가면 한 시간도 채 못 출 거 같았는데도 기어코 갔다. 30분 만이라도, 딱 30분 만이라도 춤출 수 있다면 오늘 하루는 그것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겠단 생각으로. 한 40분 정도 추고 온 것 같다. 춤이라는 건 참, 화려하고도 허망하다. 무상하고도 찬란하다. 그래서 눈이 부신 나머지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춤에 빠져들었다가 결국 허무감 때문에 발길을 끊게 되고 그러다가도 이내 또 미련과 그리움 때문에 다시 춤판을 기웃거리고... 가슴 벅찬 환희와 공포에 가까운 허무를, 열광과 환멸을, 충만과 결핍을, 의미와 무의미를, 살아있음에 대한 생생한 감각과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쓸쓸함을,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춤! 참으로 알 수 없는 춤! 헛되고 헛되다며 치를 떨다가도 지하철에서 내려 스윙빠가 가까워져 오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난생처음 스텝이란 걸 밟았을 때처럼. '명랑한 허무주의'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춤판에 버금가는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

 

땀에 절은 채로 빠 나오면서 더 이상 여한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윙감에 있어서 날마다 최고치 경신 중. 이 얼마만에 만끽하는 지복의 체험인가. 살아있었다. 나는 오늘 정말로 살아있었다.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살아있었다. 스윙아웃 할 때의 느낌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점성이 붙고 있다. 갈수록 걸쭉해짐을 느낀다. 스텝은 더욱 더 경제적으로 구사되고 왼손은 구심력에 힘입어 저절로 뮤지컬리티 같은 게 이루어진다. 이 모든 변화가 점도의 상승 그리고 구심력의 증가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내 몸이 하나의 채찍이 된 기분. 더 탄력있고 더 낭창낭창하고 더 야무진 채찍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정말 춤 출때 너무너무 즐겁고 상대방도 행복해 하는 게 느껴진다.

 

*

 

팔뤄로서 리더의 리딩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유머가 필요한데, 이것은 단순히 춤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성격의 문제 내지는 삶의 방식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부분이 내 한계인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유머를 몹시 좋아한다는 것. 나 스스로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일단은, 춤출때 여유를 잃지 말자. 이것저것 염두해둘 점들은 많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추진 말자. 서로 함께 즐거우려고 추는 게 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그나마 다행한 일인데, 확실히 스윙은 쉰다고 해서 그 실력이 퇴보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번 깨우친 것을, 몸은 몇 달이 지나도 놀라우리만치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구체적인 패턴이 아니라, 커넥션과 모멘텀, 균형 감각을 기억하는 것이다. 멈출 때와 가야할 때를 알고 적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균형 잡힌 턴을 할 줄 아는 것. 정중동과 동중정. 원초적이고 동물적이고 감각적인 앎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은 일단 습득을 하고 나면 반드시 '체화'가 된다. 신기해라.

 

 

사실상 리더가 백이면 백 가지의 바운스와 백 가지의 커넥션과 백 가지의 스윙아웃이 있는 셈인데, 각각의 리딩에 대해 최적으로 반응한다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일이 그렇고 남의 깊은 속을 헤아리는 일이 그렇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예전보다는 확실히 다양한 스타일의 리딩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듯. 예전에 리더의 리딩을 읽는 화소가 10이었다면 지금은 한 100정도로 그 감도가 확장된 것 같다. 그러나 제대로 섬세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귀 기울일 것.

 

*

 

습관적인 풋워크를 지양할 것.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 데 꼭 쓰리스텝일 필요는 없는 거다. 호 그리면서 갈 수도 있고 슬라이드 하면서 갈 수도 있는 거다. 좀 더 자유로워져 보자. 좀 더 변화를 줘보자. 자유. 변화. 표현. 이런 것들이 다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습관에 안주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새로운 걸 시도해 보자. 아울러 늘 명심할 것- 수용, 이해, 배려, 조화, 다정한 마음.

 

*

 

카라가 보여주는 간지의 비결은 무엇일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매와 비율 때문인가 하면 꼭 그런 거 같지도 않다. 국내 유명 고수 팔뤄 아무개 몸매도 카라처럼 마른 듯 날씬한 체형이지만 춤사위에서 나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아무개 팔뤄의 춤이 익살맞고 신명나다면 카라는 좀 더 단정하고 절제된 듯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유독 견고해 보이는 상체 프레임도 그렇고, 확실히 카라의 춤에서는 어떤 절도 같은 게 느껴진다. 가령 이 여자는 아무리 웃긴 이야기를 들어도 결코 의자에서 뒤집어질 정도로는 웃지 않을 것 같다. 깔끔하고 차분하고 우아한 가운데 반짝이는 센스와 세련된 위트. 확실히 리더든 팔뤄든 춤추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사람 성격이 어느 정도는 짐작되는 것 같다.  

 

*

 

왜 사람들이 프리다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프리다의 춤은 예술적이라기보다는 기예에 가까워 보인다. 기예적인 춤은 멋지고 대단해보이기는 하지만 예술적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샤론이나 카라 같은 팔뤄가 되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양 2014-07-1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려놓은 블로그에서 오래 전 일기들을 다시 읽었다. 반가워서 가져왔다.
 
여성 영웅의 탄생 -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
모린 머독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 속 여성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 여정은 여성성의 분리가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①자기 안의 여성성을 억압하고 배제시킨 여성 영웅이 ②남성성과의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③이내 성공이라는 허황된 열매를 얻게 되지만 ④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적 메마름을 느끼고 ⑤까마득한 하강의 시간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⑥영적 각성의 경지에 도달함으로써 여성성과 남성성의 통합을 이룬다는, 그리고 이러한 자기 확장→내적 침잠→양성 통합의 과정이 반복된다고 하는, 기나긴 환상(環狀)의 여로를 이 책은 제시하고 있지만

 

정반합의 여로 자체가 진부한 것은 둘째 치고, 이를 '여성 영웅의 탄생' 과정으로 일반화하기에도 섣부르게 느껴진다. 남성적 시각에 의한 서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왜 자신의 여성성을 내면의 깊숙한 지층에서 뒤늦게 발굴해야 하지. 나는 고유의 여성성을 처음부터 적극 계발하여 저돌적이고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여성 영웅들을 많이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억압하는 과정이 왜 여성 영웅 신화의 초기 필수코스가 되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상징 질서에의 편입을 강하게 욕망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차라리 여성의 탈을 쓴 남성 영웅의 그것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의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이 공감가지 않았던 데는 저자가 설정한 여성 영웅의 캐릭터, 즉 자신의 여성성을 자진하여 거세하고 어머니와는 불편한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아버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아버지의 딸’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공유하는 지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리라. 돌이켜보면 나는 살아온 평생을 미끄덩거리는 물고기처럼 아버지로부터 포획되지 않기 위해 가히 신경증적으로 날뛰었으면 날뛰었지 한번도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분투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 그렇다면 나는 여성 영웅이 아니었던 모양인가. 착각이었나. 그, 그럴 리가.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영웅이란 무엇인가. 당초에 여기서부터 나와 이 책은 그 견해가 엇갈린다. 여성성과 영웅에 대한 저자의 인식에서 느껴지는 남성중심적이고 보수적인 태도가 이 책을 몹시 지루하게 만든 큰 요인이 되었다. (덧붙임: 그야말로 성취지향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페미니즘인 듯. 유럽식 페미니즘에 대한 책은 없을까. 만약 그런 하위장르가 있다면 어쩐지 그쪽이야말로 심오한 고단수 여성학의 색다른 진경을 보여줄 것 같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골방철학자'를 작가는 목매달아 자살하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교수형을 시켜버린 셈인데, 일말의 애증조차 없는 그 결연함이 매섭다. 골방철학자를 목매달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가 싶을 정도로. 우화적으로 처형시켜버리는 것과 수다스런 후일담을 늘어놓는 것- 과거의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남녀 차이인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4-07-0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기철, 위기철..어디서 듣긴 들었는데..아, 바로 그 '무기 팔지 마세요'의 저자! 시네요.
아홉살 인생, 무기 팔지 마세요, 모두 초등학교 필독목록에 10년 넘도록 지겹도록(?) 권장되고 있는 책이예요(뭐 그런 책이 한 둘이 아니지만)-잠시 딴 얘기를-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 여자들은 '수다스런 후일담을 늘어놓는' 쪽이라 하셨는데,
좀 더 부연설명을 해주셨으면 해요..^^


수양 2014-07-04 08:51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책을... 작가가 공지영 소설가 전남편이라고 하기에.... 그러니까 다소 가십적(?)인 이유로 읽게 된지라.. ㅎㅎㅎ 괜히 비교를 해보게 되었네요;;;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은 걸요..^^

2014-07-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가 살인을 막는 건가요..ㅎㅎ / 골방철학자를 처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능가..라니 재밌는 생각이십니다.

수양 2014-07-04 17:22   좋아요 0 | URL
작가가 골방철학자를 너무나 결연하게 처형시켜버리는 바람에 내심
뭐야 죽여버릴 것까진 없자나... 실종 정도로 처리할 수도 있자나..
생각했네요...

그러게요.. 수다가 살인을 막을 수도 있겠군요 ㅎㅎ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잉, 내 안에서 말 한마리 풀려 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이 몹쓸 놈의 시집을 넋놓고 들여다보다가 공연히 퇴근길 버스를 두 대나 놓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내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거였다. 불쌍한 표정으로 황급히 쫓아오는 내가 분명히 백미러로 보였을 텐데 시늉으로라도 속도가 살짝 준다든지 하는 가벼운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고 강직한 태도로 떠나버리는 버스는 얼마나 야속한가. 난데없는 불행에 오기가 생겨 비가 오든 말든 기필코 세 번째 버스를 기다려 반드시 타고 가리라 결심하였으나 공교롭게도 세 번째 버스에 오르는 순간 빗발이 더욱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려면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거늘 원 이런 볍신 같은 일이 다 있나 좋게 택시를 잡을 것을 이게 다 시집 때문이다 역시나 시집은 다방면으로 생활에 우환을 가중시키는구나 싶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가 다가오는데도 창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그칠 줄을 모르고 나는 왜 고작 이런 리뷰나 구상하고 있는 걸까 나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은 언제일까 중력에 짓눌려 질척이는 뻘밭에 오도카니 처박혀 있는 게 내 가난한 말들의 숙명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게도 돌아올 말이나 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비가 좀 잦아들기 시작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7-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는 늘 강직하지요. / 돌아온 말을 시인은 다시 쫓아버리지 않습니까. 돌아와도 뭐.. 이렇네요.ㅎㅎ

수양 2014-07-04 17:22   좋아요 0 | URL
어우 아주 그냥 대쪽같이 가버리던데요
 
건담의 상식 -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 AK Hobby Book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먼 미래에 인류는 늘어난 인구와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주 행성 곳곳에 콜로니를 건설하여 이주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변방의 콜로니였던 지온 공국이 지구 연방 정부를 상대로 독립을 요구하며 선전 포고를 감행하고, 이렇게 시작된 전쟁 기간 동안 통칭 모빌슈트라 불리는 병기들이 지구연방군과 지온군 양측에서 각각 만들어져 크고 작은 전투에 투입된다.

 

<건담의 상식>은 그 종류만 무려 135종에 달하는 모빌슈트 각각의 외형적 특장점과 성능 및 전투력을 비교 분석하고 주요 활약상을 소개한 책이다. 가히 로봇도감이라 해도 좋을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저마다 고유의 개성과 존재감을 자랑하는 모빌슈트들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샘솟으면서 전투에 얽힌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깊이 동화, 결과적으로 각혈을 무릅쓰고 프라모델을 수집해 나가는 건덕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가 있게 되기는 하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건담 프라모델의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3~5만 원 선이며 크게는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구나 모빌슈트가 총 135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건프라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태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품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다소 불온한 서적이라 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 1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