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단 말주변이 없고, 사실 말 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또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말로 하면 쑥스러워질 테니까 이렇게 '우리 하고픈 이야기'에 오랜만에 몇자 적어 봅니다. 오늘 우연히 주홍글씨의 위 대목을 읽게 되었는데 읽고서는 마음이 좀 먹먹했던 것 같아요. 직업인으로서의 제 모습이 이 목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도 신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겠죠. 신념이 없다는 게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배부른 환경에서의 불필요한 결벽인가 아니면 배부른 환경에서의 불필요한 허영인가 아니면 그저 게으름인가... 좀더 자기 성찰이 필요한 문제겠죠. 어쨌든, 시험은 떨어졌고 또 일 년 해볼 생각인데 이런 결심은 오기도 아니고 객기도 아니고 용기는 더더욱 아니고 오로지 그저 기존의 제 직업에 대한 신념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개를 키우는데요. 개장수한테서 강아지를 사와서 목줄을 채워놓으면 첫날은 강아지가 밥도 안 먹고 어찌나 그악스럽게 짖어대는지 몰라요. 어른 개처럼 우렁차게 짖지도 못하는 어린 것이 밤새도록 그렇게 제 혼이 다 빠져나가도록 바락바락 짖어대는 거예요. 그리고 둘째날이면 목이 완전히 쉬어서 제대로 짖지도 못하고 쇳소리만 내요. 셋째날에는 그럴 기운도 없어서 축 처져 있지요. 그때 쯤에 어머니가 밥을 갖다주면 그렇게 게걸스레 먹을 수가 없어요. 이때가 제일 짠하죠. 그리고 넷째날에 엄마가 또 밥을 주러 찾아오면 이제는 막 꼬리를 흔들고 좋아라 해요. 저는 가끔 제 자신이 개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첫날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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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스 살림지식총서 255
고영탁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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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후반 영국의 소도시 리버풀에서는 십대 청소년들의 밴드활동이 성행했는데, 비틀즈 역시 여기서 탄생한다. 초반에 산전수전을 겪긴 하지만 결국 히트곡 제조기가 되어 엄청난 인기와 명성을 누리게 된 비틀즈. 그러나 이들도 나이를 먹고 에고가 성숙해감에 따라 저마다의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멤버들마다 예술적 지향이 제각각이 된 것. 폴 매카트니의 음악 취향은 감상적이고 대중적인 반면, 존 레넌은 점점 거칠고 전위적인 음악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조지 해리슨은 인도 문화에 심취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음악적 기량에 있어 멤버들에게 늘 무시당하던 링고 스타는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비틀즈는 결국, 머리 넷 달린 괴물이 되어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다. 그룹 해체 후 멤버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음악의 길을 걷게 되지만, 비틀즈는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는다, 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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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09-05-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링고스타가 녹음해 놓은 드러밍이 도저히 못들을 지경이라 폴이 밤늦게 녹음실에서 다시 연주해서 음반내고 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근데 비틀즈 해체의 주된 원인은 역시 폴과 존의 불화때문 아닌가요? 제가 링고였다면, 어떻게건 해체는 막아보려고 난리를 쳤을 것 같은데 말이죠..(링고옹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인진 모르겠습니다만ㅋㅎ)

수양 2012-10-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의 불화도 불화였지만 다른 멤버들 각각의 상황도 이 불화를 봉합할 만한 처지가 못되었던 듯해요. 링고스타는 해체를 막아볼려고 난리라도 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그는 자기가 다른 비틀즈 멤버들한테 묻혀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착각한게 아닌지 싶어요...
 
이중톈 미학강의
이중텐 지음, 곽수경 옮김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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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절하고 자상한 미학입문서. 미학의 기본 개념과 전반적인 범주를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 서론부인 1~2장까지는 지나치게 친절해서 장황하기까지 한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3장 칸트미학 이후부터는 오히려 그 친절함에 한없이 감사하게 된다.     

2. 내가 지난번에 시끄럽게 정리해놨던 크로체의 인간의 정신활동을 이 책 4장에서는 아래처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직관-인식활동-특수사물에 대한 인식-예술과 심미-미추
논리-인식활동-일반사물에 대한 인식-과학과 철학-참과 거짓
공리-실천활동-특수목적에 대한 추구-경제학-이해
도덕-실천적활동-일반목적에 대한 추구-윤리학-선악

3. 크로체에게 있어 '직관은 곧 표현'이다. 표현되지 못한 직관은 있을 수도 없다. 생각은 하는데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은 졸렬한 변명일 뿐이다. (물론, 이에 대해 크로체는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조차도 이미 하나의 내재적 표현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크로체에게는 표현 형식에 있어서의 연마나 훈련은 인식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 당연히 이미 기본적으로 마스터 되어있어야 할 전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직관이 100% 표현으로 승화되어, 직관이 표현이고 표현이 직관인 그런 경지는 선천적으로 표현력을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서야... 예술가는 그야말로 천재라는 얘기인가.   

4. 4장에 나오는 몇가지 심미 이론들: 립스의 감정이입론(의인화나 연상과는 다른 의미임. 주체가 정감을 대상에게 이입함으로써 물아가 체험하는 동일한 심리과정. 천인합일과 정경합일의 경지), 벌로프의 심리적 거리설(주체와 대상 사이에 적당한 심리적 거리가 유지되고 있을 때만 대상이 주체에 대해 비로소 미적일 수 있음), 동일구조론(외물의 구조와 외물로부터 느끼는 정감은 동일구조다. 일종의 미메시스 같은 게 아닐까?)

5. 7장 예술의 원론적인 의미에 대한 언급 일부 요약: (종교나 과학이 '형식 있는 의미'인데 반해) 예술은 '의미 있는 형식'이다. 예술에서의 의미란 '정감'을 말한다. 즉, 예술은 정감을 대상화한 형식이다. 예술은 형식을 통해 정감을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과 공명을 체험하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기능이다. 정감의 공명, 즉 동정감, 이것은 곧 칸트가 말한 공통감(=공리를 초월하고 개념이 아니면서 목적을 갖지 않는 주관적 보편성)과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왜 이런 보편적 느낌이 존재하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간의 확증이기 때문이다. 정감은 인간의 확증이다. 정감을 체험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다. "정감이란 인간과 인간 간의 상호 확증의 심리 체험이다. 정감이 상호 확증인 이상 그것은 본질적으로 반드시 동정감이어야 하며 반드시 이론적, 논리적으로 각 개인의 정감이 모두 같기를 요구한다." 예술은 결국, 정감을 통해 인간이 인간임을 확인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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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이크로 코스모스
베르너 지퍼.크리스티안 베버 지음, 전은경 옮김, 손영숙 감수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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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론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를 규정할 수 없다. 종교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자아라는 것은 무너지기 쉬운 허상의 개념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인류가 지금껏 자기 탐구에 천착해온 결과로서 일구어낸 철학과 문학과 예술의 업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인류의 모든 성취 가운데서도 특히 문학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의 경우에는 에고이즘이야말로 창조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왔지 않나.

2 깨달음의 상태라는 것은 진화된 인류에게서 나타나는 높은 수준의 인식능력일까, 아니면 그저 뇌파 이상이나 간질발작증세의 일종일까. 둘 중 하나이건 혹은 둘 다이건 간에ㅡ 유사 이래로 동서양의 수많은 현인들이 이러한 경지를 체험해왔고, 그것을 종교적으로든(우파니샤드, 불교, 禪사상) 철학적으로든(니체, 융, 하이데거 등) 끊임없이 표현해왔다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사실이다. 동양종교에서 궁극의 경지로 통하는 직관적 영성 체험이란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일까. 마약에 탐닉했던 예술가들이 도취상태에서 경험한 환각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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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즈
헌터 데이비스 지음, 이형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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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주위 인물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인터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씌여진 (게다가 출판하기 전에 인터뷰이의 검열까지 다 거친) 책이다보니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인 전기라기보다는 인터뷰집에 가까운책이지만, 저자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벽에 붙은 파리의 심정으로 최대한 비틀즈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터뷰어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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