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체의 미학
베네데토 크로체 / 예전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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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로체의 견해에 따르면, 논리적 지식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기본적으로 직관적이어야 한다. 즉, 모든 논리적 지식은 직관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은 김종흠의 <마술 과학 인문학>에 나오는 내용과 놀라우리만치 일맥상통한다. <마술 과학 인문학>에서는 모든 (논리적인) 과학적 지식이 ‘가설’이라는 (비논리적인) ‘직관’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마음은 미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인 것으로 진행한다. 

2. 감각(인상, 느낌, 미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정서, 욕망, 감정 등 일체 포괄)이란 질료이다. 이 질료가 표현이라는 형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이 이루어지게 된다. 직관은 이미지나 표상일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표상은 ‘표현’이다. 즉, 직관은 표현이다. 직관활동은 스스로가 표현하는 만큼의 직관을 가지고 있다. (직관을 결여하고 있는 표현(알맹이는 없고 스킬만 요란한 경우), 혹은 직관은 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표현(스킬이 부족한 경우) 모두 크로체는 불가능하고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다시말해 크로체의 견해로는, 꽃을 못 그리는 사람은 꽃을 모르는 거다. 꽃을 알면 잘 그릴 수 밖에 없다.)

3. 표현은 인상(감각)을 조탁하고 형태화 시킨다. 인상은 표현 속에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지만 그것은 더 이상 인상이 아니다. (형식 안에 이미 그 내용이 조탁된 상태로 포섭되어 있으므로). 표현은 형식이며 인상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미적인 것’이란 ‘형식’을 말한다. 내용은 형식을 만나 실제로 변형되고 난 후에라야 미적인 내용이 되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아니다. 따라서 ‘미적인 것’, 즉 예술은 더 이상 감정의 세계나 심리적 질료가 아니라 형식이며 지식이다. (이론적 정신 중에 직관적 형식의 지식)

4. 예술가는 미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정열과 평온함 양자를 갖추어야 한다. 전자는 ‘미적인 것’의 질료인 ‘감각’을 풍부하게 확보하기 위함이고, 후자는 ‘감각’을 세련되게 조탁하여 형식화시키기 위함이다. 즉, 정열은 최대한의 감수성, 즉 예술가가 자신의 심리적 기관 속에 흡수하는 풍부한 양의 질료이며, 평온함은 최대한의 냉정, 즉 감정과 정열의 혼란스러움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형식.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예술가는 ‘미적인 것’을 완성할 수 있다.

5. 이론적 정신의 1단계인 직관적 형식의 궁극의 분야는 예술이고, 2단계인 지성적 형식의 궁극의 분야는 철학이다. 그럼 과학은 뭐냐. 과학은 직관적인 자료들로 구성된 인식의 집합일 뿐이다. 과학이 궁극의 경지로 승격되려면 자신의 영역을 떠나 철학에 편입되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사는 뭐냐. 역사는 그 자신 속에 철학적(2단계적) 특징을 받아들이면서도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채로 남아있는 예술의 산물이다. 즉 1과 2의 짬뽕.     

6. <직관적 형태와 지성적 형태로 구성된> ‘이론적 정신’은 ‘실천적 정신’의 기초가 됨. 즉, 모든 앎은 행동을 위한 앎이다. 물론 이론적 정신이 과다한 햄릿유형의 인간이 있고 실천적 정신이 과다한 혁명가적 인간이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정신은 이론에서 실천으로 이행됨. “인식적 활동이 선행하지 않는 한 결코 진정한 행위, 즉 의지된 행위가 될 수 없다.”

7.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어야 한다. 예술은 학문, 유용성, 도덕 등 모든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다. 그러니까 비평가들이 설령 악마적이고 반사회적이고 대중과 소통이 전혀 안되고 기존의 이론을 초월하는 초특급 예술작품을 만나더라도 왜 이따위 것을 만들었냐고 그 예술품 존재 자체와 작가의 실천적 의지(내용적인 부분)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형식이 불완전한 것을 가지고 비난한다면 또 모를까. (그러나 예술은 어디까지나 사회의 소산이고 또한 그것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지 않을까. 물론, 크로체의 말은 도덕적 잣대나 대중과의 소통능력의 결여 따위가 예술을 구속할 수는 없다는 의미인 듯하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이어야 한다거나 직관적 지식의 가장 순수한 형태가 예술이라고 하는 걸 보면 크로체는 정말로 모더니즘 미학자인 것 같다.)  

8. 표현의 양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1단계에 해당하는 '표현'은 굉장히 개별적인 것이기 때문에 '양태'라는 보편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 표현은 그 자체가 오리지날한 것. 그래서 수사학적 범주에 따라 표현들을 구분짓는다거나(ex. 이 표현은 사실적이네, 고전적이네, 장식적이네, 은유적이네 어쩌구) 이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번역한다거나 하는 일은 사실 엄밀히 따지면 무의미한 일이다. 특히나 수사학적 범주들은 학문이나 철학적 비평과 관련된 토론에서나 가치가 있을 뿐이지 문학과 예술 비평에서는 아무 가치가 없다.  

9. 미적인 것은 도덕적이거나 교훈적인 것도 아니고 감각적인 쾌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미적인 것은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이다. (순수의 미학) 단, 이때 미적인 것은 반드시 표현된 것만 미적이다. (2번과 같은 주장. 크로체는 예술의 본질을 표현으로 여김)  

10. 미적 개념이란 그 개념을 사용하는 사람 맘대로 규정되는 것이다. 미적 개념은 지극히 자의적이다.   

11. 미적 생산의 과정 4단계는 다음과 같다: (1)인상 (2)표현 또는 정신적이며 미적인 종합(이 단계가 핵심) (3)쾌락주의적 부수물, 혹은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미적 쾌) (4)미적 대상으로부터 물리적 현상(소리, 톤, 움직임, 선과 색의 조합 등등)으로의 변환. 미적 재생산도 얼마든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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