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단 말주변이 없고, 사실 말 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또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말로 하면 쑥스러워질 테니까 이렇게 '우리 하고픈 이야기'에 오랜만에 몇자 적어 봅니다. 오늘 우연히 주홍글씨의 위 대목을 읽게 되었는데 읽고서는 마음이 좀 먹먹했던 것 같아요. 직업인으로서의 제 모습이 이 목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도 신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겠죠. 신념이 없다는 게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배부른 환경에서의 불필요한 결벽인가 아니면 배부른 환경에서의 불필요한 허영인가 아니면 그저 게으름인가... 좀더 자기 성찰이 필요한 문제겠죠. 어쨌든, 시험은 떨어졌고 또 일 년 해볼 생각인데 이런 결심은 오기도 아니고 객기도 아니고 용기는 더더욱 아니고 오로지 그저 기존의 제 직업에 대한 신념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개를 키우는데요. 개장수한테서 강아지를 사와서 목줄을 채워놓으면 첫날은 강아지가 밥도 안 먹고 어찌나 그악스럽게 짖어대는지 몰라요. 어른 개처럼 우렁차게 짖지도 못하는 어린 것이 밤새도록 그렇게 제 혼이 다 빠져나가도록 바락바락 짖어대는 거예요. 그리고 둘째날이면 목이 완전히 쉬어서 제대로 짖지도 못하고 쇳소리만 내요. 셋째날에는 그럴 기운도 없어서 축 처져 있지요. 그때 쯤에 어머니가 밥을 갖다주면 그렇게 게걸스레 먹을 수가 없어요. 이때가 제일 짠하죠. 그리고 넷째날에 엄마가 또 밥을 주러 찾아오면 이제는 막 꼬리를 흔들고 좋아라 해요. 저는 가끔 제 자신이 개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첫날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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