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 시인선 369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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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숭깊고 고아하다. 오른쪽 귀퉁이를 하나 둘 접다보니 이내 그쪽만 뚱뚱해져 버리고 말았다. 시는 물론이고 뒷부분에 신형철이 쓴 해설까지도 곱다. 이런 시집을 읽어놓고 그저 곱다는 말밖에 못하는 나의 무능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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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46호 - 2009.겨울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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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창비신인상 당선작 가운데 진은영 시에 대한 평론이 있었는데, 얼마 전 진은영의 <우리는 매일매일>을 갸우뚱하며 읽었던 나로서는 간지럽던 부위가 시원해지는 평론이었다. 진은영의 시 <아름답다>에서 이미지의 기저에 배어 있는 언캐니한 느낌에 대한 발견, <청춘3>이 정치적 의미로 확장되어 읽힐 수도 있다는 것, <눈의 여왕>에서 ‘피 묻은 자줏빛 살덩이’라는 구절의 해석 등은 이 글을 읽으며 얻은 수확이다. 좋은 평론은 시집을 다시 뒤적여보게 하는구나.  

이 글에 따르면, 진은영의 시는 "시어의 지시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의미의 가독성을 경계하고 특정한 메시지를 지닌 언표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시적 발화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 그녀의 시는 그림으로 치면 구상회화가 아니라 비구상 꼴라주이며, 이 꼴라주 속에서 불화하는 이미지들의 고유한 배치가 때로 언캐니한 느낌을 만들어 내어 "단어가 환기하는 익숙한 의미체계에 불편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익숙한 의미체계에 종속되어 있던 이미지들을 방생하고 온존하게 독립시키는 일이 진은영 시의 주된 작업일 수도 있겠다. 그녀의 시를 읽으면서 받았던 인상, 그러니까 두 눈이 핑핑 돌면서 잠시 환각 상태에 빠졌다가 그만 노곤해지고 결국엔 공허해져 버리는 경험(?)을, 나는 그저 이미지의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빈곤해져버린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평론을 읽고 나니 진은영 시에 대한 그간의 내 느낌들이 피상적 독해에서 비롯되었던 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진은영에게 시의 유토피아란 아마도 감성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서로를 투신하여 ‘미적으로’ 결합하는 상상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감성과 난해한 문법으로 무장하는 젊은 시인들의 지형 안에서 그 상상의 영역은 지극히 빈곤해 보이며, 때문에 그녀의 곤경과 고투는 충분히 격렬한 것이 된다." -p.315 

<우리는 매일매일>을 읽으면서, 흡사 포탄처럼 쏟아지던 무수한 이미지들을 받아내느라 시각적 피로감을 겪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는 내내 나는 마치 기백이 넘치는 명랑한 이웃집 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는데, 이 건강하고 씩씩한 기백이야말로 "격렬한 고투"의 추진력이자 진은영 시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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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동아리 사람들끼리 암실을 빌려 사진 작업을 했던 적이 있다. 자궁 같던 암실에서 흑백 필름을 현상하며 느꼈던 흥분과 설렘을, 아직도 나는 두근대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산다. 현상액에 인화지를 띄우고 가만가만 흔들면 낮에 찍었던 풍경들이 아스라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인데, 그때의 벅차오름을 어떻게 필설로 형언할 수 있을까. 상(像)이 꽃처럼 피어나던 그 마법 같은 현현의 순간을.

 

시도 그렇게 오는 시가 있다. 처음엔 아무 것도 안 보이지만 곰곰이 있으면 문득 꽃처럼 피어나는 시. 그래서 어쩔 줄 놀라 두 눈 비비고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시. 쉬운 시가 재미없는 까닭은 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꽃도 사진도 시도 피어나는 순간이 가장 눈부시다. 피어나는 순간의 시가 가장 아름답지만, 필듯 말듯 하는 순간의 시도 애틋하다. 잡힐 듯하다 놓칠 때마다 정수리가 자꾸만 간지럽다. 난해한 시가 꼭 싫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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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외 몇 권의 책을 더 독파하고도 동생은 아직 연애에 성공하지 못했다. 동생의 책장에 무슨 업보처럼 쌓여 가는 연애 관련 서적을 볼 때마다 책이라는 것이 대저 얼마나 쓸모없는 물건인가 통감하게 된다. 이만하면 이론은 충분하게 습득하였으니 이제 그만 책일랑 집어던지고 당장 강남역으로 나가 한 마리 굶주린 들개처럼 헌팅을 해봄으로써 실전 경험을 쌓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하는 충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동생과 오손도손 삼겹살을 구워 먹는 크리스마스 저녁이다. 크리스마스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에 우리는 얼마나 환호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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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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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관념에 매몰된 채 오로지 대의명분만을 추구하는 고담준론도 답답하지만, 윤리에 대한 고려가 전적으로 부재한 채 실제적인 지침으로만 가득한, 그래서 흡사 바둑강좌나 가전제품 사용설명서를 방불케 하는 마키아벨리의 정치학 역시 숨이 막힌다.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고 확장하는 갖가지 방법들에 대하여 치밀하게 분석하되 그것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와 목적과 가치에 대해서는 일절 성찰하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처세 매뉴얼! 그러나 과연 정치가 윤리적 당위나 보편적 가치들로부터 얼마나 유리될 수 있을까. 설령 그 유리된 간극을 가식과 위선으로 메울 수 있다 한들 역사는 그 모든 것을 터럭 하나 놓치지 않고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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