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외 몇 권의 책을 더 독파하고도 동생은 아직 연애에 성공하지 못했다. 동생의 책장에 무슨 업보처럼 쌓여 가는 연애 관련 서적을 볼 때마다 책이라는 것이 대저 얼마나 쓸모없는 물건인가 통감하게 된다. 이만하면 이론은 충분하게 습득하였으니 이제 그만 책일랑 집어던지고 당장 강남역으로 나가 한 마리 굶주린 들개처럼 헌팅을 해봄으로써 실전 경험을 쌓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하는 충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동생과 오손도손 삼겹살을 구워 먹는 크리스마스 저녁이다. 크리스마스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에 우리는 얼마나 환호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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