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미학강의
이중텐 지음, 곽수경 옮김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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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절하고 자상한 미학입문서. 미학의 기본 개념과 전반적인 범주를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 서론부인 1~2장까지는 지나치게 친절해서 장황하기까지 한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3장 칸트미학 이후부터는 오히려 그 친절함에 한없이 감사하게 된다.     

2. 내가 지난번에 시끄럽게 정리해놨던 크로체의 인간의 정신활동을 이 책 4장에서는 아래처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직관-인식활동-특수사물에 대한 인식-예술과 심미-미추
논리-인식활동-일반사물에 대한 인식-과학과 철학-참과 거짓
공리-실천활동-특수목적에 대한 추구-경제학-이해
도덕-실천적활동-일반목적에 대한 추구-윤리학-선악

3. 크로체에게 있어 '직관은 곧 표현'이다. 표현되지 못한 직관은 있을 수도 없다. 생각은 하는데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은 졸렬한 변명일 뿐이다. (물론, 이에 대해 크로체는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조차도 이미 하나의 내재적 표현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크로체에게는 표현 형식에 있어서의 연마나 훈련은 인식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 당연히 이미 기본적으로 마스터 되어있어야 할 전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직관이 100% 표현으로 승화되어, 직관이 표현이고 표현이 직관인 그런 경지는 선천적으로 표현력을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서야... 예술가는 그야말로 천재라는 얘기인가.   

4. 4장에 나오는 몇가지 심미 이론들: 립스의 감정이입론(의인화나 연상과는 다른 의미임. 주체가 정감을 대상에게 이입함으로써 물아가 체험하는 동일한 심리과정. 천인합일과 정경합일의 경지), 벌로프의 심리적 거리설(주체와 대상 사이에 적당한 심리적 거리가 유지되고 있을 때만 대상이 주체에 대해 비로소 미적일 수 있음), 동일구조론(외물의 구조와 외물로부터 느끼는 정감은 동일구조다. 일종의 미메시스 같은 게 아닐까?)

5. 7장 예술의 원론적인 의미에 대한 언급 일부 요약: (종교나 과학이 '형식 있는 의미'인데 반해) 예술은 '의미 있는 형식'이다. 예술에서의 의미란 '정감'을 말한다. 즉, 예술은 정감을 대상화한 형식이다. 예술은 형식을 통해 정감을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동정과 공명을 체험하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기능이다. 정감의 공명, 즉 동정감, 이것은 곧 칸트가 말한 공통감(=공리를 초월하고 개념이 아니면서 목적을 갖지 않는 주관적 보편성)과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왜 이런 보편적 느낌이 존재하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간의 확증이기 때문이다. 정감은 인간의 확증이다. 정감을 체험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다. "정감이란 인간과 인간 간의 상호 확증의 심리 체험이다. 정감이 상호 확증인 이상 그것은 본질적으로 반드시 동정감이어야 하며 반드시 이론적, 논리적으로 각 개인의 정감이 모두 같기를 요구한다." 예술은 결국, 정감을 통해 인간이 인간임을 확인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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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이크로 코스모스
베르너 지퍼.크리스티안 베버 지음, 전은경 옮김, 손영숙 감수 / 들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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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론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를 규정할 수 없다. 종교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자아라는 것은 무너지기 쉬운 허상의 개념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인류가 지금껏 자기 탐구에 천착해온 결과로서 일구어낸 철학과 문학과 예술의 업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인류의 모든 성취 가운데서도 특히 문학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의 경우에는 에고이즘이야말로 창조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왔지 않나.

2 깨달음의 상태라는 것은 진화된 인류에게서 나타나는 높은 수준의 인식능력일까, 아니면 그저 뇌파 이상이나 간질발작증세의 일종일까. 둘 중 하나이건 혹은 둘 다이건 간에ㅡ 유사 이래로 동서양의 수많은 현인들이 이러한 경지를 체험해왔고, 그것을 종교적으로든(우파니샤드, 불교, 禪사상) 철학적으로든(니체, 융, 하이데거 등) 끊임없이 표현해왔다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사실이다. 동양종교에서 궁극의 경지로 통하는 직관적 영성 체험이란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일까. 마약에 탐닉했던 예술가들이 도취상태에서 경험한 환각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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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비틀즈
헌터 데이비스 지음, 이형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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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와 주위 인물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인터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씌여진 (게다가 출판하기 전에 인터뷰이의 검열까지 다 거친) 책이다보니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인 전기라기보다는 인터뷰집에 가까운책이지만, 저자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벽에 붙은 파리의 심정으로 최대한 비틀즈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터뷰어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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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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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기는 하지만 일본 고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동양권 문화의 공통된 성향 같다. 뒷부분 해설을 읽어보니 뜨끔하게도 나같이 말하는 사람은 이 책을 한 번밖에 안 읽은 사람이라면서 책을 두 번 이상 읽어야만 베네딕트가 분석한 일본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난감하다. 언제 이 책을 또 읽게 될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독일의 경우와 단순 비교해서 뻔뻔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전쟁 도발에 대한 사과가 곧 회개 후 '리셋'을 의미한다. 조상의 모든 과오와 깨끗이 결별하고 다시 새출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무와 기리의 정서를 가진 일본으로서는 사과가 리셋이 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사과가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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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2 (양장본) - 고독의 나날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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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문서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대표 화가들이 남긴 삶의 자취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걸출한 재량을 가지고 사연 많은 생을 살다 간 사람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심금을 울리는 인물은 호생관 최북이다. 까닭은 그가 제일 '짠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북은 왜 짠한가. 천형처럼 타고난 거침없는 광기가 짠하고, 광기와 배포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그릇이 작은 인간이라는 점이 짠하고, 작은 그릇으로 빚어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그의 신분상의 한계 때문이었다는 점이 또 짠하다. 이 책에 도판으로 나오는 최북의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공산무인도나 풍설야귀인 같이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낸 작품들이 그러하다. 과감하게 뭉개버린 배경이나 거센 추위와 바람을 묘사한 부분은 자못 현대적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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