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게 철학이란 '우리라는 특정한 공동체에서는 지금 당장 수용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도래할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새로운 주장을 제안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철학은 '지금-여기now-here'를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또한 동시에 '아직 없는nowhere' 세계를 상상하는 학문이기에 참된 철학이란 니체의 말처럼 항상 반시대적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가족, 국가, 자본주의 등을 하나하나 낯설게 (그래서 불온하고 발칙하게) 고찰한다.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악으로 여겨졌던 국가가 기본적으로는 '지속적인 강탈을 위해 재분배를 작동시키는 폭력적인 기구'일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신선한 깨달음을 끊임없이 얻게 되는데 그로인한 즐거움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그리고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 '사랑'에 대해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는 '둘이 하나를 지향하는 변증법적 노정'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둘 사이의 긴장된 관계성'을 그 본질로 정의내린다. 사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두 개체의 존재가 전제 조건인 것. 그의 사유에 따르면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고독이 불가피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주체가 사랑하는 타자 속에서 일종의 무한성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 사랑 속에서 경험하는 무한성 앞에서 유한한 우리는 항상 고독과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치 기도하는 자가 자신의 침묵 속에서 그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처럼. (p.133) 바디우는 이때의 고독을 '방법론적 고독'이라 일컬으며 칸트의 방법론적 회의가 사유의 주체를 정립시켰듯이 방법론적 고독은 사랑의 주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어 하늘바람의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던 칼릴 지브란의 시구절이 생각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