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 본 것은? - 0~3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0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 그림 / 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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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달님이 해님에게 투덜거린다. “난 너무 속상해. 한 번도 세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그래서 해님은 달님에게 낮에 본 것들을 소개시켜주기 시작한다. 도시와 시골과 집과 숲, 숲속의 작은 꽃, 개의 앞모습과 뒷모습, 화려한 문양의 양탄자를 두른 코끼리, 새, 표범, 사자, 하마, 도마뱀, 팰리컨 등등. 해님은 으스댄다. “어때, 재미있지? 난 정말 운이 좋아! 이 세상 모든 걸 다 볼 수 있으니까!” 그러자 격분한 달님 왈, “아니야, 너도 못 보는 것이 있어. 나는 밤마다 보지만, 너는 앞으로도 영영 못 볼 걸. 뭐냐구? 바로 어둠이지”

 

어둠은 그 보드라운 겨드랑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나. 비록 도시와 시골과 코끼리와 새와 표범과 사자 등속은 볼 수 없어도 밤에는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들”이 보인다고, ‘봄밤’이란 시에서 김수영 시인은 그랬다. 그래서 따스한 어둠 속에 땅속의 벌레처럼 오래도록 가만히 옹크리고 있노라면 “귀여운 아들” 같은 영감(靈感)이 문득 찾아올 거라고. 그러므로 달님은 해님이 좀 으스대더라도 부디 심기 불편하지 말기를. 이면의 비밀을 감지하고 영감을 낳고 새벽을 열줄 아는 어둠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갖기를. 창 너머로 보름달이 다사로운 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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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ies Image Tuning 나는 오늘이 제일 예쁘다 - 40대를 완성하는 레이디 패션 스타일의 모든 것
황정선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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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옷을 잘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옷 입기는 이거다. 질 좋고 청결한 옷을 장소에 어울리게 입는 것. 그리고 소유한 옷에 대해서는 관리를 잘 하는 것. 기본적인 것 같지만 제대로 실행하기란 (나로서는 영) 난망한 일이다. 이 책의 부제는 ‘40대를 완성하는 레이디 패션스타일의 모든 것’인데 어차피 몇 년 후면 40대이니 미리 사두어서 나쁠 게 뭐 있나 미리부터 열심히 예습을 해두어 마흔이 되었을 때 비로소 거리를 주름잡는 대기만성형 패션리더로 거듭나보자 하고 구입했다가 아니나 다를까 역시 후회막급이었다. 아무래도 레이디 패션스타일이란 시험공부를 2주 전부터 한다고 해서 시험을 잘 치는 게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인 듯하다. 알라딘 중고서적 종로점에 팔았다. 서른아홉에 다시 찾으러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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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두아노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12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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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 보기 전까지는 이 화집이 “명화를 낱장으로 분리하여 액자에 넣을 수 있도록 제작”된 줄도 몰랐다. 심오한 배려인 줄도 모르고 왜 이렇게 잘 뜯어지나 했다. 밑의 리뷰에 <내 꿈을 비 맞게 할 순 없다>라는 작품이 빠져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이 사진이다.

 

 

그래, 꿈을 비 맞게 할 순 없지. 하지만 저 뒤 왼쪽 구석에서 묵묵히 그림 그리고 계신 양반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비 따위가 내 꿈을 방해할 순 없다! 최악의 경우, 그러니까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여전히 택시는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그리던 그림마저 젖을 대로 젖어 온통 망해가는 그런 경우에는 영국 락밴드 오아시스의 리더 노엘 갤러거가 한 말을 곱씹어보자. “악기를 연주하는 건 직업을 위한 활동이 되면 안 돼. 네가 즐거워서 하는 게 돼야지. 그리고 5년쯤 지난 후 네가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해도 씹팔 어때? 그냥 구석탱이 스탠드에 세워놓기만 해도 보기에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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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2012년 재발매][디지털 리마스터 2CD]
스매싱 펌킨스 (Smashing Pumpkins) 노래 / 이엠아이(EMI)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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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음악이다. 폭군처럼 달려들어 듣는 이를 일거에 제압하고 무섭게 휘몰아친다. 협곡으로 질주했다가 능선을 타고 여유롭게 활강했다가 힘겹게 봉우리에 올랐다가 별안간 보드라운 미풍이 반기는 오솔길로도 접어들었다가 다시 또 숨 고를 새 없이 다른 방향으로 돌진한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휘어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사람 혼을 제대로 들었다놨다 하는,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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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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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깊고, 따스하다. 한편의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웠다. 방법이나 기술보다는 자세와 태도를 더 배운 것 같다. 글쓰기 교본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책을 당분간은 발견하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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