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철(30, 서울) 씨가 사라졌다. 서재에 마침표 하나만 남기고 홀연히. 무료할 때면 종종 한수철 씨의 칠흑같은 서재에 놀러가 그가 주관한 끝말잇기 댓글놀이를 즐기던 1人으로서 실로 허탈과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하루에 많으면 서너 편씩 글을 써 올림으로써 폭발적인 필력을 자랑하던 우리의 성실한 이웃이었다. 게다가 소수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한 끝말잇기 놀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도무지 증발의 까닭을 모르겠다.
댓글이 오백 개를 돌파하면 오백댓글 돌파기념벙개를 하자고 했는데, 첫잔으로 다함께 생맥주 500CC를 원샷하기로 했는데, 때는 바야흐로 댓글이 300개를 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비록 놀이의 참여 인원은 단촐했으나 오백댓글 돌파를 향한 전의 만큼은 그 어떤 무리보다도 활활 불타오르던(것으로 추정되던) 상황이었는데, 왜?
사실 요 몇달 간 끝말잇기를 하러 한수철 씨의 서재에 왕왕 드나들긴 했으나 한수철 씨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매우 정성들여 적는다는 사실 빼고는 도무지 아는 바가 없다. 그가 글을 너무나도 소설처럼 썼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뻥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철 씨의 묘연한 행방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소소한 놀이였을 망정 무언가를 함께 열심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도 없이 증발해버렸으니. 알라딘에 실종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검 수사를 종용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니 다만 내 딴에는 그저 이런 글이나 끄적여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