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철(30, 서울) 씨가 사라졌다. 서재에 마침표 하나만 남기고 홀연히. 무료할 때면 종종 한수철 씨의 칠흑같은 서재에 놀러가 그가 주관한 끝말잇기 댓글놀이를 즐기던 1人으로서 실로 허탈과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하루에 많으면 서너 편씩 글을 써 올림으로써 폭발적인 필력을 자랑하던 우리의 성실한 이웃이었다. 게다가 소수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한 끝말잇기 놀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도무지 증발의 까닭을 모르겠다.

댓글이 오백 개를 돌파하면 오백댓글 돌파기념벙개를 하자고 했는데, 첫잔으로 다함께 생맥주 500CC를 원샷하기로 했는데, 때는 바야흐로 댓글이 300개를 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비록 놀이의 참여 인원은 단촐했으나 오백댓글 돌파를 향한 전의 만큼은 그 어떤 무리보다도 활활 불타오르던(것으로 추정되던) 상황이었는데, 왜?

사실 요 몇달 간 끝말잇기를 하러 한수철 씨의 서재에 왕왕 드나들긴 했으나 한수철 씨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매우 정성들여 적는다는 사실 빼고는 도무지 아는 바가 없다. 그가 글을 너무나도 소설처럼 썼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뻥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철 씨의 묘연한 행방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소소한 놀이였을 망정 무언가를 함께 열심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도 없이 증발해버렸으니. 알라딘에 실종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검 수사를 종용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니 다만 내 딴에는 그저 이런 글이나 끄적여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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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7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8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4-03-1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비밀댓글들 중 하나는 사라진 한수철씨인가요? 저도 그의 안부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수양 2014-03-18 02:31   좋아요 0 | URL
아니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한수철씨는 아무래도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모양이에요. 한수철 납북설, 한수철 도민준설, 한수철 스파이설 등등 온갖 설들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통에 이 밤을 설치고 있네요-_-

비로그인 2014-03-18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망명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얼라'를 하나 데리고 나타나실지도..(그렇다면 두집살림?)

수양 2014-03-18 08:29   좋아요 0 | URL
벙개에 대한 정치적 압박 때문에 망명하신 걸까요 제가 괜히 입방정을 떨었나봐요 아무래도 제가 알라딘에서 전무후무하게 개성적인 서재 하나를 전소시킨 주범 같은... 이 기분은 몰까요 -_-;; 두집 살림이라도 좋으니 제발 환생하셨으면... ㅜ.ㅠ;;

moonnight 2014-03-1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위의 비밀댓글 중 하나가 한수철님이면 했었는데요. -_-;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시면. ㅠ_ㅠ;

수양 2014-03-18 22:38   좋아요 0 | URL
저두요... 근데 갑자기 또 홀연히 나타나실 거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