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그 막힘과 트임 또하나의 문화 6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엮음 / 또하나의문화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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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필자들이 대부분 50년대 생이다. 엄마뻘 이야길 듣고 있으려니 격세지감이 몰려오면서 책을 좀 잘못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그동안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데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딱히 부당함이나 불편을 느껴본 경험이 없었던 점이 큰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인적으로 이십 여년의 세월을 가히 격리 수용이나 다름없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회 집단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통에 이성과 업무적으로 부딪히거나 경쟁해야 일이 거의 없었고 큰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러할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계급 갈등이 더 눈에 들어오면 들어왔지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간해선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역시 인간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도무지 사유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부'가 되고 나면 어찌 될까. 여성학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될까.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읽어나가는 책들이 내 상태를 어느 정도 반영해주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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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Japan - Jealousy
엑스재팬 (X-Japan)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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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트랙 say anything. 슬픈 노래다. 듣다 보면 몸둘 바를 모르겠다. 슬퍼서. 옛날에 어떤 낡은 레간자 앞좌석에 앉아서 이 노랠 처음으로 들었었다. 그때도 참 슬펐는데. 간자, 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 차가 얼마 전 폐차장에 갔단 소식을 들었다. 임종을 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아는 가장 눈부신 차였다. 앞으로 그런 차를 또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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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5-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든 뭐든 달리는 그 어떤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 뽕(죄송;그래도 이 단어을 안쓸 수 없네요) 맞은 것처럼 되는데, 그래서 전 택시를 탈 때도 조심을 한답니다. 멋진 음악이 나오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요.ㅎㅎ

수양 2014-05-29 15: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슬픔의 뽕을 맞는 기분이었어요.
 
새로 쓰는 결혼이야기 1 또하나의 문화 11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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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등을 보거나 여러 인간 관계를 경험하면서 근본적으로 남녀 간의 감성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영화 <클레어 온 더 문>(Claire on the moon)에는 "이방인과 낙원을 나누어 가질 수는 없을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다른 종족 사이만큼이나 다른 남녀 사이에서 긴밀한 감정 교류를 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없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나는 나의 내부에 어떤 이성에 의해서 내 외로움이 이해되면, 완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든지 내 삶의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짝짓기의 신화를 내 안에서 깨뜨리며, 남자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낀 나의 심리를 분석했다. 피해자이어 온 여성의 속성을 가지지 않은 남자의 이해를 필요로 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어 온 남성적 속성을 더 우위에 두었다는 증거이다. 나는 내 소외감의 원인이 나의 여성성을 부끄럽게 또는 억울하게 여기는 잘못된 인식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장하은, <삶의 각본을 찾아가는 과정> 中에서

 

글쎄, 꼭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진단할 필요가 있을까. 여성주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치게 경도된 가혹한 자아비판이 아닐까. 호연재 김씨(1681~1722)의 글이 떠오른다. 그는 딸에게 주는 가르침을 적은 <자경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편이 비록 멀리하더라도 스스로 잘못이 없기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비록 알지 못하나 푸른 하늘의 밝은 해를 대해도 부끄러움이 없으니, 무슨 까닭으로 깊이 스스로 걱정하여 부모님께서 주신 몸을 상하게 하랴? 오직 날마다 그 덕을 높이고 스스로 자기 몸을 닦을 뿐이니, 참으로 장부(남편)의 은의(恩義)와 득실만 돌아보고 연연하여 여자의 맑은 표준을 이지러지고 손상하게 한다면 또한 부끄럽지 않겠는가?" 소외감을 타기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있어서 김씨의 호방한 태도는 귀감이 된다.   

 

이들 여성들이 소위 '바람'이라는 '연애'를 하게 되면서 자식에 대한 애착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지면 자식에 대한 생각도 멀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가족 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특히 남편이 먼저 '바람'이라도 나면 여성들은 남편은 물론 자식들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즉 남편과 자녀를 같은 차원에서 간주하면서 일반적으로 '모성'이라고 하는 자녀에 대한 집착은 살펴보기 힘들다. 자식은 남편 것이며, 자신은 남편 집에 와서 식모 같이 일만 해주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남편과 자식을 두고 나가 버리는 주부가 나올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조옥라, <주부들을 위한 사람의 부적> 中에서

 

'외도'는 가장 접근이 쉽고 또 그만큼 환상에 젖어있는 기간이 짧아 허무를 빨리 느낀다는 점에서 급이 낮은 쾌락 같다. 부부 간의 감정 소모를 격하게 일으키는 등 쾌락의 추구에 따른 괴로운 부산물을 너무 많이 발생시킨다는 점에서도 역시 그렇고. 가정을 파탄내지 않고 배우자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누려볼 만한 개인적인 쾌락으로는 뭐가 있을까. 종교나 사상 또는 예술에 빠지는 길이 있을 것이다. 직업이나 육아, 사회 운동, 하다 못해 화초 가꾸기라도 역시 그것이 당사자에게 창조적 활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무언가에 빠져든다는 건 좋은 일이다.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니까. 보들레르가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항상 취해 있으라고. 시간의 중압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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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결혼이야기 1 또하나의 문화 11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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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결혼하면서 동시에 이혼할 준비를 하였다. (...) 이런 이야기가 '편안해야 할' 결혼 생활을 살벌한 것으로 들리게 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이혼이라는 거점이 결혼 생활을 신선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또한 언제나 '혼자 살 준비'를 하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나를 보다 독립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자원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노력으로 연결되었다. 결혼은 둘이 사는 것이지만 또 자신이 살아 내는 것임을 두고두고 일깨워 주었으므로. -신해순, <결혼 안에서 페미니스트로 살기> 中에서

 

'이혼을 준비하며 사는 것'은 '죽었다 생각하고 사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효용을 낳는 태도일지도. 삶의 강밀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죽음을 염두하며 사는 것과 삶 자체를 매순간 의식하며 사는 것이 결국은 똑같은 강박증인 것처럼. 

 

(...) 결혼 생활은 둘이, 아니 여럿이 사는 것이지만 결국 자신이 사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독신과는 다른 방식의 '혼자 살기'라고 말하고 싶다. (...) 결혼에도 역시 외로움과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심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독립되어 있는 것이 결혼의 준비라는 것을 말한다. 사실 남자에게서 결혼할 수 있는 조건이란 곧장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으로 생각되는데, 여자의 경우에도 그것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남성 및 그의 가족에의 종속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자기 지원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의 사회 조직 성격상 가족 역시 중요한 사적 지원의 네트워크가 될 수 있겠지만, 가족 바깥으로 눈을 돌려서, 여성들의 다른 네트워크를 키우고 보살펴야 한다. 친구, 이웃, 직장 관심사 등으로 연결된 여성의 네트워크는 여성에게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주는 일종의 대항 네트워크가 되어 줄 수 있다. 가족은 이때 많은 의무와 부담의 판을 여성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 네트워크는 다른 종류의 판을 만드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여성들은 거기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일과 시간과 관심의 판을 만들어 놓을 때 저쪽의 판은 이 판과 협상할 수밖에 없어질 것이다. -같은 곳

 

남편은 나와 대화하지 않고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이 나의 감정을 이해하느냐, 아니냐가 나의 삶의 방향과 목표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대답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족이 좀더 서로 이해한다면 내 삶의 색깔이 더 다양해지고 따뜻해지겠지만, 내가 지향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덜어 주거나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혼자 져야 하는 책임의 몫은 여전히 나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 행복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누군가의 이해와 몰이해가 더 이상 나의 행복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사랑을 원한다.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것이 내 가정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사랑을, 그리고 관계를 원한다. 나는 내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내가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먼저 남을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사랑을 나누어가는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남편과의 밀착된 관계가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더 큰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 나도 비슷한 편안한 느낌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는 (...) 자신이 삶의 주인이고자 노력하면서 중년에 이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 나이를 먹었다는 것과 마음에 여유를 얻은 것, 또 직업상 정진이 있었던 것 등은 행복하게 사십대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요소들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 중 하나는 항상 주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지원과 신뢰가 내게 있어 왔다는 사실이다.

 

(...) 나의 삶의 과정에서 결혼이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각본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는 길목을 열어준 것이었다. (...) 돌이켜 보면 자신의 삶의 각본을 완성해 가는 길목에서 결혼하느냐 마느냐, 어떻게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갈림길은 아니다. 어떻게 삶의 주체(주인공)가 되어서 자신 안에 있는 여성적인 힘을 키워 내느냐 하는 선택이 중요하다. 그 여성적인 힘이란 우선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돌보는 힘이다. -장하은, <삶의 각본을 찾아가는 과정>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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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EMICHI (a path between rice fields), 1991, 73 x 52

 

칭따오, 하면 뭐니뭐니해도 이 그림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칭따오 맥주와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라고 할까. 아이다 마코토(Aida Makoto)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작품을 많이 그린 모양이지만 이 그림 만큼은 예외적으로 몹시 서정적이어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양희은의 <들길 따라서>라는 노래도 생각난다. 들길 따라서 / 나 홀로 걷고 싶어 /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 나는 한 마리 파랑새 되어 / 저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파 / 사랑한 것은 너의 그림자 /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

 

허풍이 아니라, 정말이지 믿을 수 없게도 칭따오를 마시다 보면 문득 눈앞에 푸르른 들판과 함께 소녀의 고운 가르마가 지평선까지 펼쳐지는 것이다. 가르마 끝에 당도하면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라도 어렴풋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칭따오로 막장까지 달려본 적은 없으니 단정은 못 짓겠다. 칭따오+양꼬치 혹은 칭따오+골뱅이무침 혹은 칭따오+교촌치킨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먹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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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2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4-05-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먹어봐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콸콸콸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면 안될 것 같은 이 느낌은..

맥주 리뷰도 신선한데 저 그림(아닌 줄 알앗어요)을 같이 걸다니..

수양 2014-05-22 22:10   좋아요 0 | URL
맥주 리뷰를 연재해볼까 싶습니다ㅋㅋㅋ

왜 알라딘에는 술을 안 파는 걸까요... 술과 책의 케미를 모르는 무식한 작자들 같으니라고...;;

컨디션님 칭따오 한번 잡솨보셔요 컨디션 님한테 한잔 따라 드리고 싶네요 ㅋㅋ 원격으로라도... 한잔 받으셔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