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EMICHI (a path between rice fields), 1991, 73 x 52
칭따오, 하면 뭐니뭐니해도 이 그림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칭따오 맥주와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라고 할까. 아이다 마코토(Aida Makoto)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작품을 많이 그린 모양이지만 이 그림 만큼은 예외적으로 몹시 서정적이어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양희은의 <들길 따라서>라는 노래도 생각난다. 들길 따라서 / 나 홀로 걷고 싶어 /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 나는 한 마리 파랑새 되어 / 저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파 / 사랑한 것은 너의 그림자 /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
허풍이 아니라, 정말이지 믿을 수 없게도 칭따오를 마시다 보면 문득 눈앞에 푸르른 들판과 함께 소녀의 고운 가르마가 지평선까지 펼쳐지는 것이다. 가르마 끝에 당도하면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라도 어렴풋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칭따오로 막장까지 달려본 적은 없으니 단정은 못 짓겠다. 칭따오+양꼬치 혹은 칭따오+골뱅이무침 혹은 칭따오+교촌치킨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먹어?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