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 Absolution
뮤즈 (Muse) 노래 / 워너뮤직(WEA)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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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도취된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한 메튜 벨라미의 매캐한 목소리가 좋다. 접신(接神)이라도 한 듯한, 원초적인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이런 마력적인 목소리야말로 이성과 비이성의 구분이 엄격한 문명사회를 살아가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태곳적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바로 그 정겹고도 구수한 '우리의 소리'가 아닐까. 궤변인가. 하지만 광기어린 목소리가 보컬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자질 가운데 하나라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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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사상 - 철학적 해석
박이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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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노장사상이 철학, 종교, 이념이라는 세 차원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도(道)'와 '무위(無爲- 종교적 실천으로서의 무위)' 그리고 '소요('逍遙- 실천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관으로서의 소요)'를 각 차원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상정하여 차례로 세 측면을 고찰하고 있다. 먼저 철학으로서의 노장 사상을 고찰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것은 언어철학적 방법론이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장 '서양'철학다운 방식으로, 가장 원칙적인, 정공법적인, 결벽증적인 방식으로 동양철학의 진수를 분석해보고자 하는 시도인가.

 

그러나 분석철학의 틀을 통해 노장의 '도'개념에 접근하려는 태도는 노장사상을 왜소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연장통에서 하필이면 분석철학이라는 연장을 꺼내들고 노장사상에 다가서려는 이 책의 내용 자체가 나로서는 상당히 불만스럽고, 감히 이 책의 내용이 ‘바보 같다’는 ‘직관적인 인식’을 갖게 되지만, 배움이 일천하여 이를 언어로서 논리화 체계화하여 분석철학 스타일로 증명할 깜냥이 없으니 결국 나의 이러한 직관적 인식은 타당성을 밝힐 수 없는 무의미한 헛소리일 뿐인가. 하하.

 

노장사상이 보여주는 직관주의적 인식론과 관련하여 저자는 언어 이전의 직관적 인식은 "자연현상 안의 현상에 지나지 않지 결코 인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어떤 대상이 무엇무엇이라고 언어로 진술됐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인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가 사물현상을 진술한다고 했을 했을 때 진술하는 언어에 적용하는 말"이 곧 '인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식이라는 개념을 너무나도 결벽증적으로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표상 불가하고 대상화 할 수 없는, 언어를 넘어서는 외부의 자극 혹은 대상은 (주체가 단순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무의식 깊이 은폐되고 억압되어 말실수라든가 꿈 혹은 반복강박증과 같은 병리적 증상으로 난데없이 출현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의식 수준에서의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암시된 것들을 통해 바로 그 무언가의 윤곽을 흐릿하게나마 가늠해볼 수가 있다. 서양철학의 입장에서 노장사상을 이해(와 더불어 공감)하기 위해서는 분석철학 보다는 차라리 정신분석이라는 연장을 꺼내드는 편이 더 현명해 보인다. 가령 노자의 도사상은 후기 라캉이 천착했던 실재 개념을 적용하여 보다 정교하고 심오하게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아직 완독한 것은 아니다. 뒷부분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급하게 뭔가를 적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지금 다소 격분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내용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철학적 식견이 부족하여 저자의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초반부만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확실히 느끼게 되는 점은 두 가지다. 내 평생 분석철학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게 첫째이고, 정갈한 논리와 격조 있는 문체가 돋보이는 박이문 선생의 글은 학문적인 글보다는 수필로 접하는 편이 낫겠다는 게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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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 Origin Of Symmetry
뮤즈 (Muse) 노래 / 워너뮤직(WEA)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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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음악은 청각적인 만족으로는 영 부족하고 반드시 물질화된 것으로 소장하여 틈틈이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애틋한 촉감을 느껴줘야 안심이 되는 것 같다. 때로는 먼지를 털면서 관리도 해주고. 뒤늦게 뮤즈를 접하고 극심한 물욕에 불타올라 출시된 음반들을 라이브 앨범까지 포함하여 모조리 구입해버렸다. 연달아 들어보고 있으면, 역시 2집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확실히 절치부심으로 치열하게 만든 태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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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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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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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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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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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 세기를 앞서 살았던 프랑스인 수도사가 들려주는 지혜의 말씀은, 게으르고 미욱하지만 소박하게나마 그리고 간헐적으로나마 <공부하는 삶>을 바라는 나 같은 이에게도 백 년의 간극을 넘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까닭은, 저자가 당초 이 책의 들머리에서부터, 생계를 잇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느라 "삶의 가장 작은 부분만을 본인 뜻대로 할 수 있는", "평균 정도의 자질"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독자들을 상정한 채 글을 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오로지 내적인 필요에 의해 밤늦게 생계와 직접적 상관이 없는 책을 펼쳐드는 필부들을, 저자는 아름다운 비유로 이렇게 두둔한다. "좁은 둑 사이에 갇힌 냇물은 맹렬히 흘러갈 것이다. 가령 직업의 규율은 훌륭한 학교 같은 것이다. 우리는 속박이 있을 때 더욱 집중하고 시간의 가치를 배울 것이다."(31), "힘은 역경에서 솟아난다. 가파른 산을 지날 때 정신을 집중하고 긴장하는 법이다. (...) 더 필요한 것은 열정적인 고독이다. 그 고독 안에서는 하나의 씨앗이 백개의 낱알을 맺고, 충만한 태양빛이 모든 땅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33)

 

그러나 앎의 추구, 관념의 탐구 만큼이나 저자가 큰 가치를 부여하는 부분은 구체로서의 일상이다.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은 곧 "인간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식을 탐하여 가장 엄격한 의무마저 망설임 없이 저버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딜레탕트다."(54) "순전히 책으로만 쌓은 앎은 쉽게 허물어진다. (...) 사유하는 사람인 당신은 반드시 세상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 발이 땅을 딛듯이, 절름발이가 목발에 기대듯이, 사유는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103) 저자는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가 현실 도피의 명분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우리가 지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는 매일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단언한다. 적다면 적고 넉넉하다면 넉넉한 시간이지만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기존의 생활을 크게 뒤흔들지 않고도 분초를 추렴하여 요량껏 마련해 볼 수 있는 정도의 시간임에는 틀림없겠다.

 

읽기의 첫째 원칙으로 '적게 읽기'를 꼽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대목이다. 저자는 "허겁지겁 읽는 것, 자제하지 못하는 습관, 정신을 해치는 과도한 마음의 양식" 등을 "내면의 고요"를 깨뜨린다는 이유로 경계하면서, 우리가 읽을 책을 선별할 때는 마치 "현명한 소비 규칙에 따라 그날 먹을거리를 미리 정한 주부가 시장에 갈 때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혜롭게 공부하는 이는 자제력을 잃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명석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과 유용하게 쓰일 것만을 정신에 간직하고, 뇌를 신중하게 관리하며, 뇌에 아무 것이나 쑤셔 넣지 않는다."(214) 지적 폭식증에 걸린 듯이 마구잡이로 헤프게 읽지 말고, 내적 탐구의 방향성을 상기하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만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읽으라는 것.

 

곳곳에 향기로운 구절들이 가득하다. "은신처는 정신의 실험실이다. 내적 고독과 고요는 정신의 두 날개다. 세상의 구원을 포함한 모든 위업은 적막한 곳에서 준비되었다."(82), "기도를 하면서 공부를 준비하는 것은 햇빛이 쏟아지는 문을 지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137), "참된 것을 향해 내딛는 이 한걸음은 햇빛을 받으며 떠나는 소풍과 같다. 그 소풍에서 우리는 세계를 새롭게 보고, 우주 전체가 우리가 발견한 파편과 맞닿은 채 진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203), "위생학자들은 신체를 위해 세 가지-목욕, 공기욕, 몸 안의 노폐물 배출-을 추천한다. 운동선수가 그에게는 삶 자체인 내적 운동으로 근육을 느끼고 경기를 준비하듯이 정신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놓고 인성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의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여기에 고요로 씻어내는 영혼의 목욕을 덧붙이고 싶다."(86)

 

고요로 씻어내는 영혼의 목욕이라! 수도사의 문장이란 이런 것일까. 검박하고 경건하며 때로는 시적이다. 이 책은 재생지로 되어 있고 표지 디자인 역시 단조롭고 투박하다. 저자가 만족해 할 만한 외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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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2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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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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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 Live At Rome Olympic Stadium [CD+DVD]
뮤즈 (Muse) 노래 / 워너뮤직(WEA)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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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이다.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콘서트 현장의 세기말적 기운이 황홀하다. 오랜만에 두피가 쫄깃해지는 경험. 그런데 음반 깍대기는 너무 허접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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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수양님..날씨도 좋네요 ~~^^

수양 2014-02-16 21:15   좋아요 0 | URL
날씨도 좋은데... 쉽지가 않네요 허허

수양 2017-08-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허접해서 결국엔 내가 CD케이스 새로 사서 옮겼다. 이렇게 만들지 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