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토요일
아침에 엄마가 전화를 해서 잠을 깼다. 갑자기 체한 것 같은데 너무 아프단다. 병원 좀 데려다 달란다. 너무 놀래서 옆지기를 깨워서 일단 엄마 데리고 병원가라고 하고, 나는 직장에 결근한다 전화하고 아이들 둘 챙겨서 하나는 어린이집에 하나는 아버지한테 맡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이 애처롭다. 옆지기를 늦은 출근을 시키고 엄마옆을 지켰다. 병원 문여는 시간이 되어 의사에게 가니 이 의사 태도가 전혀 친절하지가 않다. 아프고 연세드신 엄마인데 몇마디 말도 없이 그냥 퉁명스럽게 누워 보라더니 여기 저기 눌러보고 바로 CT촬영하잔다. CT촬영까지 하자니 심각한가보다 싶지만 뭐라 물어도 일단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는 말뿐... 그것도 퉁명스럽게....아픈 엄마를 끌고 검사실 가서 한 30분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의사 와서 하는 말이 자기가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니까 사진찍고 일단 입원하란다. "꼭 입원해야 되나요" 물으니 일단은 지금 아프니까 경과를 봐야 하기 때문에 입원하란다. 그러고는 가버렸다. 결국 엄마를 입원시키고 병원을 지키는데 이놈의 의사는 언제 올지....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오후에 보통 회진을 오니까 기다리란다. 그날 결국 의사는 안왔다. 엄마는 링겔 꽂고 금식이라 물도 못먹고 아프다고 끙끙대고...
6월 12일 일요일
엄마가 아픈건 좀 가라앉았지만 도대체 왜 아픈건지 궁금해 미치겠는데 의사가 안 나타난다. 일요일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렸지만 오후가 되어도 안 나타나자 화가난다. 결국 간호사들에게 가서 물어봤으나 의사가 안오면 알 수 있는게 없단다. 그럼 어제 온다던 의사는 도대체 언제 오냐고...뭔가 얘기를 해줘야 우리도 마음의 준비도 좀 하고 어떻게 할 거 아니냐고...결국 목소리가 좀 올라가면서 따졌더니. 간호사들이 연락을 했는지 어쨌는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의사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간 부분의 염증이 좀 있는데 역시나 내일 다시 위내시경이랑 초음파검사를 해봐야 할 수 있다는 애매한 소리를 한 소리하고 사라졌다. 남은 우리는 더더욱 끙끙... 혹시나 간암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계속 스치나 엄마한테는 말도 못하고 마음만 무겁다.
6월 13일 월요일
오전에 동생이 11개월된 아기를 안고 와서 엄마를 검사실로 데리고 다녔다. 직장에 나갔다가 조퇴를 하고 병원에 왔다. 검사는 오전 일찍 끝났으나 의사는 역시나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나타났다. 그리고는 간에 돌맹이가 생겼단다. 그러더니 "수술해야 되겠네요. 내일 외과의사하고 얘기하세요"
너무나 놀란 나는 "간에 돌맹이가 생긴다는 처음 들어봤는데, 병명이 뭐예요? 수술하면 쉽게 나을 수 있나요?" 몇마디 물었으나 대답은 그저 외과의사 만나서 물어보라는 말이 다다. 그러고는 휙~~ 사라졌다. 일단 그순간은 너무 놀라서 따져 물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난다. 담당의사란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앞에 두고 그리고 걱정하는 가족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무성의할 수가 있나 싶어....
열받아서 따지고 싶었으나 의사는 이미 퇴근하고 없고 죄없는 간호사들 데리고 따져봤자 뭐하나 싶고... 결국 여기 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댔다. 근데 참 내 주변에는 의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아 있구나 딱 1명. 치과의사....) 그래도 간호사들이 있어 알아보니 간내 담석증이란다. 의사가 수술 얘기를 한다고 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말하길 간내 담석 수술은 위험도가 높은 위험한 수술이란다. 그래서 이 병원에서 수술해도 될것 같냐니까 모두들 여기서는 하지 말란다. 아니 부산에서는 하지 말란다.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란다. (아니 세상에!!! 내가 사는 곳 시골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부산은 아무리 서울에는 떨어진다지만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 난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내가 알아본 사람들이 대부분 부산에서 첫번째 두번째로 큰 병원의 간호원들이다. 근데 서울로 가란다. 어째야 하나?) 일단은 내일 외과의사를 만나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6월 14일 화요일
아침에 늦는다고 직장에 전화하고 병원에 갔다. 4일째 아무것도 못먹고 있는 엄마는 기운이 하나도 없다. 외과의사를 만나보니 일단은 간의 결석 때문에 염증이 생겨서 아픈거니 약물치료를 하고 수술은 쉬운 수술이 아니니 그냥 약물 치료를 계속 하잔다. 그리고는 다음에 아프면 증세를 얘기해주면서 바로 병원에 와서 염증 치료를 하란다. 재발할때마다 항생제 치료하자는 얘기다. 그리고는 진짜 약물치료도 안되는 응급상황이 되면 그 때가서 수술하란다. (띵~~~) 결국 아무것도 못한단 소리군... 그래도 이 외과의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갔다. 담당의사인 내과의사에 비하면 훨 낫다. 외과의사에게 그럼 언제까지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은가 그리고 계속 금식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니 그건 담당의사와 얘기하란다. 왕재수 담당의사랑! 다시 간호사실로 가서 담당의사와 얘기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이 의사 오늘 결근했단다. 이런 젠장~~~ 결국 오늘 담당의사는 코빼기도 못봤다.
결국 우리들끼리 결론 내렸다. 여기서 퇴원하는대로 이 병원 다시는 오지말자며... 수원의 남동생과 올케가 엄마 입원하던 날부터 올라오라고 난리였다. 그 병원 있지말고 무조건 서울의 병원으로 가자고... 그래도 혹시 별것 아닐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 해결하겠다고 얘기했었는데 도저히 이 병원 이 의사 믿음이 안간다. 일단 염증 치료하고 퇴원하는대로 서울로 가서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환자는 정말로 절대적인 약자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자고.... 이런 상황에서 안그래도 주눅들어 있는데 왜 의사는 좀 더 친절하면 안될까? 버스 기사 아저씨들 불친절한거야 워낙에 노동강도가 세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렇다고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우리 나라 대표적인 고소득층 아닌가? 이 병원에 들어와서 내가 지불한 돈이 얼만데 이렇게 불친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담당의사의 불친절 내지는 무성의가 물론 모든 의사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하필 내가 만난 의사가 이런 의사였다는 데는 정말 열받는다. 이건 권력 남용이다. 퇴원하기 전에 꼭 한마디 하고 말거다.
당신은 정말 믿음 안가고 신뢰가 생기지 않는 의사였다고...
내가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만날 때 나는 내가 권력자의 위치에 있음을 한 시도 잊어본적이 없다. 선생앞에서 자식 가진 부모는 그 자식사랑 때문에 한 풀 기가 꺽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가끔 전혀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소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말투나 사소한 한마디가 특히나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 온 아이의 부모일 경우 얼마나 상처가 될지 알기 때문에 학부모가 온다면 마음자세부터 가다듬는다. 나의 한마디가 폭력이 또는 쥐꼬리만한 권력의 남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물론 노력한다는 얘기지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대놓고 이렇게 무성의하게 굴지는 않는다.
환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의사,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교사. 얼마나 웃기는 존재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