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겨울, 모처럼 학교때 선후배들이 오랫만에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화제는 뭐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당연히 대선으로 흘러갔고....
하지만 그때까지 화기애애하던 술자리는 대선이 주제에 오르자 자못 험악해졌다.
노무현이냐, 민노당이냐?

사실 대부분은 고민상태였었다.
민주당과 민노당을 놓고....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한 선배가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분위기는 일순 긴장됐다.
선배의 요지는 어떻게 노무현이 딴나라당이랑 같을 수가 있느냐?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는데 민노당에 표를 던져 사표를 만드는건 여태까지의 민중운동에 대한 배신 행위다 뭐 이런거였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은 선배와 같이 목소리가 올라갔던 것 같다.
그들이 뭐가 다를까? 지금의 정국운영이 보다 유연해지고 상황이 호전된건 누가 집권해서냐에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민중운동이 성장하고 시민사회가 성장해서이다. 이런 대세의 흐름은 설사 오지게 재수가 없어서 딴나라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거스를 수 없다. 즉 민주당의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열려있는 대선공간에서 대통령을 뽑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한표라도 민노당에 주고싶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 넓은 발언의 공간을 주고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던 그 선배에게 그 날 나와 몇몇은  배신자 취급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정말로는 말이다.
나도 믿고 싶었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냉소를 뿌려댔지만 그래도 좀 달라지리라 정말로 마음속으로는 기대했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설마.....

그런데...
그들의 이라크 파병에서 노동 농민 정책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그 기대는 어쩌고,
이제는 80년 광주의 재현을 봐야한단 말인가?
그것도 이 오월에....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대추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연을 날렸다.
내 아이의 어린이 날과 대추리의 참담함을 나는 바꾸지 않았다.
마음 한켠이 돌덩이를 매단것처럼 무겁지만 아마 그 돌도 좀 지나면 점점 가벼워질터이다.
이 돌덩이가 가벼워져서는 안될텐데....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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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5-0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이건 그냥 제 자신에게 하는 얘기랍니다. 님이 그런 생각은 안하셔도 돼지요. 오히려 저는 님의 얘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는데요. ^^

2006-05-0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