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하면 늘 아이들 챙겨서 병원가기 바쁘다. 
이번주에는 누워만 계신던 엄마가 드디어 휠체어를 탔다.
다음주 목요일에는 엑스레이 찍어보고 괜찮으면 목발을 짚어도 된단다.
그러면 이렇게 24시간 누군가가 붙어있어야 되는 상황은 끝이다.
물론 결과가 좋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휠체어라도 타게 되니 병실에만 안붙어 있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어 아이들이나 나나 엄마나 다 마음이 훨씬 낫다.

아이들은 병원에 워낙에 자주 가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척을 한다.
여기서도 우리 아이들의 미모가 통한다. ^^
다들 병원에서 지겨운데 복도에나 옥상에 나가면 모두들 한마디씩 하고, 아이들 이쁘다고 난리다. 헤헤~~~
오늘은 오후 6시쯤 되니까 바깥이 시끄럽다. 뭔가 해서 또 휠체어 밀고 나가보니 며칠후면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연등행렬이 지나간다.
근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행렬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거의 1시간은 지나간것 같다.
이 병원이 부산의 제일 큰 대로변에 있다보니 이런 구경도 한다.
디카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쨋든 아이들은 색색들이 연등에 온갖 용이며 코끼리며 커다란 인형(?)들에 신나서 난리도 아니었다.

엄마는 아직 그 2인실에 그대로 있는데 지난번 페이퍼에서 말했던 마지막 3번째 할머니랑 여전히 같이 방을 쓰신다.
근데 참 괴롭다.
우리는 사실 괴로울 것도 없지만 어찌나 간병하는 이를 괴롭히시는지 옆에서 보기가 딱할 정도다.
이 할머니는 아들이 셋이라는데 각 집에서 이틀씩 돌아가며 간병을 한다.
근데 이 할머니는 그저 큰 소리 지르고 나무라고 해야 뭐라도 얻어먹는다는 생각이신가 보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러고는 간병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하루 종일 달달 볶는다.
병원밥은 절대로 못먹는다고 아예 먹어볼 생각조차도 안하시고....
그러면서 밥숟가락 한 번 뜰때마다 이것 가져와라 저것 가져와라...
나중에 보면 반찬그릇이 옆에 수북하다. 
그러면서도 밥 맛 없다고 다 한숟가락씩만 뜨고 끝이다.
있는 반찬만 그러는게 아니라 아예 시장에 가서 사오라고 하는 적도 많다. 그러면 30분이나 한 시간 걸려서 자식들이 원하는 걸 사와야 한다.
뭐 사오면 맛있게나 먹어주면 다행이지....
그것도 한 두 숟가락 먹고는 끝이다.

근데 한 번은 사오라고 한게 아무리 시장을 둘러봐도 없어서 며느리 되는 분이 결국은 못 사온적이 있다.
그랬더니 하루종일 며느리를 구박하신다.
그 며느리 되는 분은 결국 너무 속이 상해서 점심 저녁을 다 굶더만.....
병원 취사장에서 며느리 되는 분을 만나 "그래도 식사는 하셔야죠" 하면서 말을 걸었더니, 이 분이 너무 속이 상해서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근데 참 이 할머니 대단하시다.
며느리 말로는 이 할머니가 48살일때 자기가 시집을 왔단다.
근데 그 때 이후로 늘 이틀에 한 번씩 자기 집에 와서 식사를 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빨래를 다 싸가지고 오신단다.
집에 세탁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 이후로 당신 손으로  빨래 한 번 청소 한 번 하신적이 없단다.
자식들이 잘 살아서 가사 도우미를 쓸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몽땅 며느리한테 다 맡기는거다.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에휴....

그냥 순간 나는 저런 분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사람은 참 웃기게도 단순하고 이기적이다.
남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나의 상황이 그리 어렵지 않음에 안도를 하다니....
그래도 작년과 올해 병원에 계셨던 시어머니랑 친정어머니 두 분 다 병원 밥 잘 드셔주시고 어쩌다가 한 번씩 해가는 반찬에도 고마워하시고 맛있게 드셔주셧던 것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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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9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4-2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그쵸 서로가 조금만 이해해주고 아껴주면 좋을텐데.... 사실 그럴 때 가족이 필요한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