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매지 > 아이들에게 나쁜 책, 어떻게 가려낼까?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은 차고 넘친다. 어느 부모나 자녀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집집마다 이런저런 어린이 책들이 굴러다니고, 하루에 몇 시간씩 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있다. 누구나 독서의 중요성을 공감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은 읽지 말아야 할지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딱 떨어지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내 아이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있다. 나쁜 책을 골라내는 기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린이 독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원칙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녀의 성격이나 발달상황, 습관, 환경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쁜 내용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책은 좋지 않다. 특히 번역서의 경우 그림과 내용이 충실하게 이어지는지 잘 살펴보자. 번역이 어색한 경우도 있고, 중간에 잘라먹은 것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용을 잘라먹은 책은 좋지 못하다. 우리나라 문화와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번역서도 좋지 않다. 무조건 교훈으로 마무리짓는 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로봇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청소 잘하고, 착하고,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어린이만 등장하는 책은 어린이의 특성을 무시한 책이다.

 

편집부 엮음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책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편집부 엮음', '무슨 연구팀', '무슨 가족 펴냄' 등으로 나온 책은 잘 살펴야 한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서 내용을 얼기설기 엮은 경우도 있다. 특히 흥미가 있을 만한 부분만 잘라서 책을 엮는 경우도 있다. 저자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힌 책이 좋다.

 

즉각 반응을 보이는 책 
아이들이 무조건 사달라고 우기는 책은 일단 의심해보자.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내용으로 급조한 책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책은 대체로 급조된 것들이다. 이런 책을 끝까지 사 달라고 우길 경우 부모가 원하는 책 한 권도 함께 읽게 하고 스스로 비교해 보게 하자. 두세 번 비교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

 

만화와 그림책 
지나치게 화려한 그림책은 좋지 않다. 현실성이 없거나 시대성과 동떨어진 그림책도 좋지 않다. 과거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현재적 분위기가 숨은 그림책은 피하자. 저학년은 내용보다 그림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만화 역사책은 너무 일찍 읽히지 않는 게 좋다. 아이들은 만화역사책에서 왕조 이름이나 연도 등만 달달 외운다. 또 신화처럼 거대한 문학적 상징을 지닌 책을 만화로만 읽을 경우 3류 순정만화를 읽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그림만 잘 봐도 좋은 책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잡한 그림은 내용도 조잡하기 일쑤다.


위인전
위인전은 적어도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읽히자. 저학년들은 위인전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 고난과 역경은 없고 출발부터 위대한 사람의 이야기만 드러내는 내용은 좋지 못하다. 자신과 비교해 위인은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쉽게 주눅든다. 위인전에는 생각보다 숨은 덫이 많다. 요즘에는 위인전보다 인물전을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인전을 읽힐 때는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발행연도 
너무 오래된 책은 좋지 않다. 특히 과학서, 역사서 등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최신판일수록 좋다 오래된 책은 과학적 사실의 변화, 역사적 시각의 변화 등을 담아내지 못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서의 경우 오래된 책이라도 상관없다.

 

자녀에게 맞게 
성장과정이나 자녀의 환경에 맞지 않는 책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독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이하일 경우 전래동화, 민화, 학교생활을 다룬 책이 좋다. 또 글이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 3, 4학년이 된 후 친구들과의 관계, 신화 이야기 등이 좋다. 5, 6학년이 되면 위인전과 복잡한 환타지 동화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또 현재 자녀가 처한 환경에 해로운 책을 읽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 '콩쥐팥쥐'를 읽는다면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작가와 출판사 
좋다고 판단되는 작가와 출판사는 메모해 두자.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의 책이 대체로 무난하다. 이름난 출판사라고 매번 좋은 책을 만들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름나지 않은 출판사라고 매번 저급한 책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책 고르기가 애매할 때는 이름난 출판사와 이름난 작가의 책을 택하는 게 무난하다.

 

부모의 무관심 
자녀 독서지도에 가장 나쁜 것은 부모의 무관심이다. 부모가 관심을 가지면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을 고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책을 잘 읽던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책을 읽지 않는다면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초등학생 때는 부모의 말을 따르지만, 중학생쯤 되면 부모의 말보다 생활양식을 따른다. 부모가 책읽기보다 노래방과 텔레비전을 좋아하면 아이들도 닮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활양식을 '어른의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조두진 기자 earful@imaeil.com  *일러스트 : 고민석

*도움말│배선윤(글쓰기 심리 연구소 '마음 열림' 소장)│허은순(
애기똥풀의 집 운영자)

            조영미(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대구지부장)│강백향(책 읽어 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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