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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읽었었다. 책은 꽤나 재밌었고 추리소설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거의 갖춘 책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는 이 사람의 책을 읽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했었다. 이유는 책이 재미없어서도 추리나 반전이 기발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멋진 추리소설쪽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이유는? 그의 책의 마지막의 반전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사람을 놀래키기는 하였으나 책중 인물들의 쿨하다 못해 인간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 느낌이 끔찍해서였다. 이건 잔인하다라는 감정과는 좀 다른 감정이다. 어쨌든 그 건조하며 차가운 인간들의 느낌이 싫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작가에 이 사람을 올려놓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번째 소설을 읽게 됐다.
레몬 - 그런데 플롯의 짜임새나 추리와 반전은 오히려 게임의 이름은 유괴보다는 약간 못한듯하나 느낌은 오히려 더 좋은 책이다. 클론으로 복사되어 이 세상의 삶을 부여받은 두 여주인공 -마리코와 후타바는 자신의 뿌리가지 흔들리는 존재감의 상실을 경험한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긍정하게 해주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결말을 보면 초기작품인 이 시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훨씬 따스했음을 알게 해준다.
문제는 내가 소중하냐 아니냐 하는 것은 내가 클론이냐 아니면 정상적인(? 일반적인)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왔는냐의 여부가 아닐 것이다. 내가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면서 느끼는건 기르는 정의 그 무한함이었다. 낳은정을 얘기하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그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아이의 기쁨, 슬픔을 함께하고 함께 대화하는 과정이 얼마나 풍요로운 애정을 키워가는지를 경험하고보니 나는 낳은 정보다는 기르는 정에 확실히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마리코와 후타바의 존재감의 완성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엄마들의 애정의 확인에 의해 이루어지며 둘은 평온한 마음으로 레몬을 똑같은 방식으로 베어먹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 그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조금 미뤄둘까?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본다면 이 작가에 대한 선호도를 좀더 분명히 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