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에 이 책을 내가 어린시절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맘껏 판타지에 빠져들수 있는 나이였다면 이 책은 참으로 멋진 책으로 다가왔을 지도....내가 어린시절에 빠졌던 톰소여의 모험이나 아더왕 이야기같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두고 두고 읽으며 즐거워했을지도...

아이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나니아라는 마법의 세계와 온갖 상상의 형상을 한 여러 인간들과 동물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슬란이라는 존재.  이 세계의 평범한 존재인 아이들이 판타지의 세계로 가서 온갖 모험을 겪고 멋진 인간으로 성장해간다는 줄거리는 또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대리만족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

게다가 나니아라는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가면서도 1부, 2부에 나왔던 주인공들을 버리지 않고 꼭 근황을 전해주며(이건 가끔은 김새는 일이기도 한다. 신데렐라가 그 뒤 어떻게 살았을까?를 상상하는게 즐거운거지 그 뒷이야기를 실제로 만들어놓으면 영 심심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나니아의 탄생에서 멸망까지 가는 그 엄청난 시간에 온갖 모험을 만들어내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감탄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나니아의 세계와 우리 세계의 시간속도를 다르게 해 나니아의 탄생을 봤던 디고리가 그 멸망까지 함께 본다는 상상력은 1950년대의 상상력이라고 생각이 안들정도로 멋지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내가 어른이라는 거다. 이런 판타지에 아무 생각없이 빠져들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책을 보았다. 무엇보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너무도 분명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부담스러웠다. - 특히 1부와 7부는 세계의 시작과 멸망을 이야기 하는 부분인데 기독교에 대해서 잘 모름에도 이건 성경의 이야기라는 혐의를 바로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곳곳에 나오는 인간중심적인 사고. 나니아의 왕은 인간만이 가능하다든지, 인간의 형상을 하지않은 여러 존재에 대한 비하. 그리고 전투는 여성은 안된다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전형적인 남녀차별적인 생각들. 이 책이 나온 시대의 한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아이들의 책인데 뭐 어때라고 묻어버리기에는 사실 너무 눈에 많이 뜨인다는게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해리포터에서 초챙의 묘사를 보면서 동양인에 대한 비하를 말하기도 하지만 나같은 경우 그정도 인물 하나정도의 표현에서 책 전체에 대해 그런 결론을 내리는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그런면까지 집어내며 그런생각에 물들거라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세계관은 이렇게 묻어버리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주 나온다는게 문제다. 무지하게 멋진 소설이고 재밌게 읽을수도 있겠지만 막상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때 이 책을 권해줄까는 좀 고민을 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나니아의 창조자이자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되어지는 "아슬란", 너무 완벽한 신적 존재인만큼 솔직히 매력은 진짜 없다. 이 책에서 아슬란의 활약이 클수록 사실상 책의 내용은 재미없어진다. 모험과 위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모두를 초월하는 아슬란이라는 존재는 좀 싱겁지 않은가말이다. 아슬란이 활약하는 부분이 작으면 작을수록 등장하는 부분이 작을수록  판타지로서의 재미가 커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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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5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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